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윤석열 대통령 치켜세우기와 야당·전 정부 깎아내리기로 채워졌다. 반중 정서에 기댄 '외국인 참정권·건강보험 상호주의', 정치혐오에 기댄 '의원 정수 축소론' 주장과 노조·시민단체·언론·법원 등에 대한 색깔론적 공세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김 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상화 노력은 국민의 이익,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며 내린 고독한 결단"이라며 이를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 박정희 대통령의 한일국교 정상화,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도입"에 빗댔다.
반면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에 대해 그는 "국익을 저버리고 정파적 이익을 앞세웠다"며 "죽창가만 부르며, 조직적으로 '반일 선동'을 주도했다. 그 후유증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져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고립을 자초하는 '혼밥 외교'는 이제 끝났다"며 "대통령이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해 기업과 함께 국제사회를 누비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해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 김 대표는 "제2의 광우병 괴담 기획이 시작됐다"며 "가짜뉴스, 조작과 선전, 선동, 근거 없는 야당의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정부가 직접 철저하게 검사하고 검증할 것"이라고 맞섰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김 대표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외관계 확립"을 강조하며 "한중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만나 양국관계의 안정화에 합의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 대사와의 회동에 대해 "야당 대표라는 분께서 중국 대사 앞에서 조아리고 훈계 듣고 오는 건 외교가 아니라 굴종적인 사대주의"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또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인 중국인, 약 10만 명에게 투표권이 있었다"며 "하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는 것인가?"라며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역시 상호주의를 따라야 한다"며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건강보험 피부양자의 범위가 훨씬 넓다.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부당하고 불공평하다"고 했다.
현재 한국은 영주권을 가진 외국 국적자에게, 지방선거에 한해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반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선거권이 매우 제한돼 있고, 직접선거는 향급(기초단체) 인민대표대회 선거 등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제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셈이다. 또 한국이 영주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것은 한국의 지방자치와 민주주의를 위해서이지, 영주권자의 원 국적 국가에 혜택을 주기 위함이 아니다. 김 대표나 국민의힘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기본적 개념의 혼동'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이유다.
'노조 때리기'에서 '현금 복지 축소'까지 강경보수 색채 드러낸 김기현
사회·경제정책 분야에서는 노조 , 시민단체에서부터 언론·전교조, 심지어 사법부에 대해서까지 비난 공세를 펴고 현금복지 축소 등을 주장하며 강경보수 색채를 분명히 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노동자 자신"이라며 "윤석열 정부 들어 ‘건폭’이 멈췄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로드맵은 완벽하게 준비돼 있다. 민주당만 결단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완벽하게 준비된 노동개혁'의 주 내용은 엄벌주의였다. 김 대표는 "사용자든 노동자든, 불법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며 "떼법, 폭력, 협박과의 타협은 이제 더 이상 없다. 그건 정의롭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최근 민간단체 보조금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 혈세에 빨대를 꽂아 사리사욕을 채운 부정한 기생 세력의 실체가 수없이 많이 드러났다"며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법원을 향해 "국민 권리 수호의 최후의 보루, 사법부에게는 가장 엄격한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며 "그런데 우리법, 국제인권법, 민변의 '우국민'으로 구성된 사법부가, 정의를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출세와 정파적 이익을 수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기업에 대한 파업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 산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치 판결'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언론에 대해서는 "왜 국민들이 KBS 수신료 분리징수에 환호하겠느냐"며 "한쪽 주장만 일방적으로 퍼 나르는 방송, 이건 공영방송이 아니라 민주당·민노총 프로파간다 매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방송 통신 감독기관이 심사 점수까지 조작해서특정 언론매체를 찍어내려 했다"며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할 일이 버젓이 공공기관에서 벌어졌다. 이건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교사라는 자가 북한을 찬양하고, 세뇌 교육을 하다니. 게 말이 되나? 정말 몹쓸 짓"이라며 "그런데도 전교조 출신, 야당 편향 교육감들은 교실의 정치화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재정·복지 정책에 대해서는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며 "추경 중독도 이제 끊어야 한다. 조삼모사로 국민을 속여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복지정책 기조도 확 바꿔야 한다. 획일적이고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는 복지가 아니다"라며 "헬리콥터 타고 돈 뿌리듯 하면, 부익부 빈익빈만 가중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연설에서 김 대표는 선거제 개혁과 관련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에 나서자"며 "의원 숫자가 10% 줄어도, 국회는 잘 돌아간다. 아무 문제 없다. 모자라지 않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앞서 7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지난 4월 19일 정치권 일각의 의원정수 축소 주장에 대해 "정치혐오 정서에 기댄 포퓰리즘적 발언"이라며 "나날이 커져가는 행정부의 권한을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입법부의 규모와 예산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학계에서 꾸준히 지지를 받아온 견해이며, OECD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가 매우 적은 편이라는 것은 상식"이라고 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언제까지 반지성적이고 비이성적인 개딸 팬덤의 포로로 잡혀 있을 것인가?"라고 이재명 대표를 비판한 뒤 "존경하는 민주당 의원님 여러분 공천 때문에 특정 정치인 개인의 왜곡된 권력 야욕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길에서 벗어나라"고 말했다.
저출생 대책은 "저리 대출·공공주택 확대 통한 주거불안 해소, 노동개혁, 이민 확대"
저출생·고령화 문제에 대해 김 대표는 "투 트랙으로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며 "먼저, 혼인과 출산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결혼하고 싶어도, 아이를 낳고 싶어도, 결국 주저하게 되는 근본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과 불안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도 주거 불안정을 해소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많은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했다"고 다시 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 집 마련의 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적은 이자 부담으로도 필요한 주택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지원을 강화하겠다. 지금보다는 더 넓고, 편리하고, 접근성이 뛰어난 공공주택의 공급 역시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통계적으로 비정규직, 저임금 근로자일수록 결혼 의사가 현저히 떨어진다"며 "노동개혁은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저출산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결혼과 출산이 증가한다고 해도, 인구감소 흐름 자체는 지금 당장은 피할 수 없다"며 "결국에는 이민 확대가 불가피한 대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민 확대 어젠다를 놓고 국민적 총의를 모으겠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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