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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신의주엔 무슨 일이 벌어질까?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구글어스로 북한도시 들여다보기  

'블랙박스' 북한을 어떻게 열까?

통일연구원은 북한실태 및 통일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된 국책연구기관이다. 북한이 3대 세습 독재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니 이를 연구해야 할 정책적 요구에 맞춰 박사급 연구진은 정치학 전공자가 다수이고, 북한경제 및 북한사회를 연구하는 경제학, 법학, 사회학 전공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연구원은 북한을 도시나 환경과 같이 공간적 측면에서 분석해야할 필요성이 증가하면서 지리학자를 처음 채용하였다.

이곳에 합류하기 전까지 학부과정 시기는 제외하더라도 대학원생 시절부터 지리학자들을 만나고 지리학 논의를 하는 것이 내게는 숨 쉬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주변 환경이 바뀌면서 나의 관심사는 국제학계의 지리학 이론동향을 꿰고, 그것을 발전적으로 재해석하고, 국제학술지에 게재하여 국내외 동료들과 교류하는 순수한 학문하기의 즐거움보다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북한 내부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가까운 미래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를 전망하는 정세적, 정책적 사고방식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지리학자로서의 역량이 북한연구를 하면서 쓸모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한국의 도시를 연구할 때 무료위성사진제공서비스인 '구글어스'(Google Earth)를 종종 활용했다. 현지답사를 가면 풍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지만, 멀리 인공위성의 시각에서 지역을 바라보면 그 나름의 새로운 관점과 통찰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마치 달 탐험을 떠난 아폴로17호에 탑승했던 우주비행사들이 '푸른 구슬(Blue Marble)' 지구를 '발견'한 것처럼 말이다.

북한학계에서도 접근불가능지역인 북한을 연구하면서 구글어스를 사용해왔지만, 지리학자로서 지역을 분석하는 안목은 '블랙박스'와 같은 북한을 열고자 할 때 또 다른 유용한 시선과 해석을 제공해줄 수 있다.

이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전체 북중 교역의 60~80%를 차지했던 도시인 중국 단둥과 마주한 '쌍둥이 도시' 신의주를 촬영한 최근의 위성사진을 살펴보려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약 3년 동안 국경이 막혀 중단됐던 북중교역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중무역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중국세관의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숫자만으로 현재 북한에서 어떤 경제활동이 나타나는 지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위성사진을 통해 어떤 도시에 경제활동과 관련된 공장이나 도로가 건설되는지, 어디에 사람이 몰려드는지를 공간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북한의 현재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기, 신의주의 변화하는 경제지리

<그림 1>에 수록된 정보들처럼 어떤 공장이 입지하고, 언제 새로 건설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구글어스로 한국 지역을 살필 때는 큰 어려움 없이 얻을 수 있는 정보이다. 반면에 북한 지역을 검색할 때는 한국과는 판이한 매우 불친절한 백지에 가까운 지도를 마주하게 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구글어스가 제공한 평양 시내 사진에는 KFC 매장이 표시된 적이 있다. 누군가의 실수나 장난으로 입력된 것이겠지만, 북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우리 모습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었다. 그때보다 지금의 평양 지도는 보다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가 들어갔지만 여전히 나머지 북한도시들은 공백이 많다.

<그림 1>은 필자가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 수록하려고 작성됐다.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새로운 다리인 신압록강대교가 2014년 완공되고 2019년까지 북한 내륙과 신압록강대교를 연결하는 도로를 건설하지 않다가 2019년 후반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마무리 되었다. 이 연결도로의 완공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는 북중관계가 매우 긴밀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아직 개통되지 않은 이 도로와 연결된 남신의주지구 일대 경제지리의 변화를 추적했다.

▲ 그림 1. 남신의주지구 일대 주요 공장 및 건설 현황. 구글어스(촬영일: 2022.9.6.) 바탕으로 필자 수정. ⓒ황진태

연결도로와 인접한 남신의주지구 일대에는 2010년대 중반부터 공간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정은이 신의주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신의주지구에 위치한 신의주측정계기공장(2015년), 신의주화장품공장(2018년)을 방문했었는데, 이후 측정계기공장은 규모가 2배가량 확장되고 화장품공장단지에는 새로운 연구소가 들어섰다.

이러한 변화는 최고지도자의 정책적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의 두 공장에 비하면 규모가 작지만 신의주시구멍탄(연탄)공장처럼 새 공장도 건설되었다(<그림 1>의 빨간 점선 원).

이밖에 주변 지역에는 살림집 단지가 재개발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의주의 경제발전에 있어서 일제강점기부터 도시화된 신의주지구에 비해 덜 발전되었던 남신의주지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구글어스에는 동일 지점의 시간적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이것을 활용하여 신의주측정계기공장이 확장공사를 하고 살림집단지가 재개발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특정 지점에 시간적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도 많은 시간이 들지만, 특히 <그림 1>에서 작은 점선 원으로 표시된 신의주시구멍탄공장이나 신의주화장품공장 단지 내부에 건설된 봄향기연구소((<그림 1>의 노란 점선 원)처럼 작은 건물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 그림 2. 신의주시구멍탄공장의 건설 전후. 구글어스 (촬영일: 왼쪽 사진부터 2018.2.14., 2019.3.2., 2021.3.17.) ⓒ황진태

<그림 2>는 <그림 1>에서 잘 보이지 않는 신의주시구멍탄공장의 건설 이전, 건설 중, 건설 이후의 변화를 확대하여 담았다. 이처럼 새로 건설된 작은 건물의 용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노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북한매체에 준공 소식 등의 보도를 통해 지상에서 촬영한 건물의 사진이 실리면, 위성사진으로 하늘에서 내려다본 건물과 동일한 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의 중간 지점에 학교로 추정되는 건물은 규모가 크지만 아직 어떤 건물인지 정보를 얻지 못해 추정 정도만 언급했다(<그림 1>의 녹색 점선 원). 그래도 해당지점에 새로운 건물이 생겼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지역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소중한 정보다.

평소 틈틈이 수도 평양을 포함해 10여 개의 주요 도시들을 중심으로 구글어스의 10여 년 치(구글어스가 보유한 위성사진은 200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촬영되었고, 2009년부터 비교적 매년 연속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 데이터들은 김정은 집권 시기와 겹친다) 위성사진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한 도시에 작은 다리가 언제 새로 건설되었는지, 어디에 무덤이 많아졌는지 조차 파악했던 덕분에 북한 매체가 어느 곳에 건설계획을 보도하면 직관적으로 위치를 짚을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구글어스가 출시되기도 전인 초등학생 시절에 공부는 안하고 지리부도를 펼쳐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을 인공위성의 시선에서 바라보며 그 지역들을 상상했던 때부터 지리학자의 가능성이 보였던 거 같다.

당장 구글어스를 열고 북한을 들여다보자

이번 글을 통해 어떻게 우리 사회가 지리학에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될까를 고민해보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경제지리학 분야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좀 더 귀 기울일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폴 크루그먼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국만의 방식이 있다. 분단 상황에서 우리는 북한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독자들은 그동안 제한된 정보를 갖고서 북한을 비정상적이라고 판단한 경우가 종종 있었을 것이다. 본격적으로 북한연구를 시작하기 전의 필자도 그런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북한의 경제지리를 찾아보았다면, 다음으로는 독자들 각자의 관심에 따라 북한의 도시지리, 문화지리, 사회지리 등의 다양한 각도에서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북한에 대해 차츰 알아가게 된다면, 어느덧 남북한 분단 상황을 해결하는데 필요한 통찰에도 한 발짝 가까워질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 당장 구글어스를 열고 북한을 들여다본다면 지리학자로서 보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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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한국 지리학내 전문학회로 발족한 한국경제지리학회는 국내외 각종 경제현상을 공간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연구 역량을 조직화하여 지리학의 발전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지리학회는 연 2회 정기 학술 발표대회와 국내외 석학을 초빙해 선진 연구 동향을 토론하는 연구 포럼, 학술지 발간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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