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8일, 전 세계 녹색 정치 활동가들이 모이는 글로벌그린즈(세계녹색당) 제5차 총회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다. 4개 대륙에서 450명의 녹색당 전·현직 의원들과 청년 정치인 및 해외 인사가 참여한다. 세계녹색당과 <프레시안>은 글로벌그린스 총회에 참석하는 각 국가 별 녹색당의 역사, 현황, 주요 정책, 주요 정치인 및 활동가 등을 소개하고, 그들과의 인터뷰를 한국 독자들께 전한다. 환경, 민주주의, 평화, 다양성 등 '녹색 가치'에 동의하는 분들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전 세계 녹색당을 한 자리에서, 그것도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가 있다. 바로 오는 6월 8일부터 11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글로벌그린즈 총회이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고, 어쩌면 한국에서는 마지막으로 열릴 수도 있는 이 엄청난 모임을 나만 알고 있을 수 없다. 이제 일주일 남은 이 행사가 무엇이고, 해당 행사에서 참여자들은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 이 글을 통해 알리고자 한다.
해당 글에선 총회를 설명하기 위해 "내가 글로벌그린즈 총회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을 때 주변 지인들에게 들었던 질문과 그들에게 했던 답을 질문답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질문 : 글로벌그린즈 총회가 무엇인가?
필자 : 글로벌그린즈(Global Greens)가 5년마다 여는 총회다.
질문 : 그럼 글로벌그린즈는 무엇인가?
필자 : 글로벌그린즈는 세계적인 녹색 정당 네트워크다. 그래서 '세계녹색당'이라고도 불린다. 녹색당, 생태당, 녹색운동당, 생태주의조합당 등 그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글로벌그린즈의 회원들은 녹색 정치가 지향하는 가치를 공유한다.
질문 : 그 많은 정당이 공유하는 가치란 무엇인가?
필자 : 직접·참여·풀뿌리 민주주의, 비폭력 평화, 사회정의, 지속가능성, 다양성 옹호, 그리고 생태적 지혜 등이다. 이 가치는 녹색당이 추구하는 대안정치의 근간이다. 더 자세한 설명은 녹색당 강령을 참고하면 된다.
질문 : 녹색당이 전 세계에 있나?
필자 :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미주와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녹색당이 약 100여개다. 아래는 2020 ~ 2022년 글로벌그린즈가 수집한 세계 녹색당 분포 자료다.
질문 : 전 세계의 녹색당이 모두 글로벌그린즈의 회원인가?
필자 :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녹색당의 경우 글로벌그린즈의 회원이 아니다. 그러나 위 자료에 포함된 녹색 정당은 모두 글로벌그린즈의 정회원, 준회원 또는 회원후보다.
질문 : 그런데 왜 이름이 두 개인가?
필자 : 일단 '세계녹색당'은 글로벌그린즈의 한국어 번역이다. 전 세계의 녹색당이 함께하는 관계망이라서 그렇게 부르고 있지만 사실 이 네트워크 자체가 등록된 ‘정당’은 아니기에 그 이름을 잘 사용하다가도 간혹 갸우뚱할 때가 있다. 글로벌그린즈에서 '그린즈'(Greens)는 '세계 구석구석에서 활동하는 이 네트워크의 녹색 당원, 정치인, 활동가 모두'를 말한다.
질문 : 글로벌그린즈가 총회를 여는 이유가 뭔가?
필자 : 정리를 해보자면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①우리가 직면한 공동 의제에 대하여 각자의 활동과 논의를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함께 고민한다. ②회원 정당의 당원, 활동가 그리고 정치인이 직접 서로의 얼굴을 보고 교류한다. ③글로벌그린즈라는 네트워크를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운영과 방향에 대해서 논의한다.
질문 : 대면 행사엔 탄소배출 문제도 있는데, 이걸 꼭 직접 만나서 해야 하나?
필자 : 아직까지는 그렇다. 사실 이 부분은 고민이 많다. 온라인으로만 여는 총회를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각 지역의 인터넷 상황 및 시차의 문제가 제기됐다. 과거, 총회 준비를 위해 각 대륙에 있는 준비위원들과 화상회의를 할 때도 통신의 안정성과 시차가 문제된 바 있었다. 그때마다 특정 지역 사람의 온라인 참여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온라인에서는 현장에서 만나 대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비언어적 요인들이 배제된다는 문제점도 지적되었다. 국제행사에서 자주 사용되는 언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힘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직접 만나서 소통할 때 공유하는 에너지가 중요하기에 결국 오프라인 총회를 준비하게 되었다.
질문 :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총회가 조금 더 가능해지지 않았나?
필자 : 그렇기도 하다. 이번 총회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둘 다 접속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물론 위에서 말했듯이 현장에서 참여하는 편이 글로벌그린즈 총회를 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질문 : 총회에 참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필자 : 한국녹색당 총회페이지(www.gg2023.kr)로 접속해서 등록할 수 있다.
질문 : 해외 녹색당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오나?
필자 : 해외에서만 약 250명이 온다. 모두 자국 및 지역 녹색 정치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벨기에 생태당에서 지난 40여 년간 활동하며 브뤼셀 녹색당 공동대표, 유럽녹색당 공동대표, 브뤼셀 의회 의원을 거쳐 지금까지도 브뤼셀 지방의원직을 맡아 활동하는 에블린 위테브로이크(Evelyne Huytebroeck). 그는 'Ride the Tide'에 참여해 자전거로 벨기에를 순회했던 환경 운동가이기도 하다.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다면 2100년쯤 홍수로 잠기고 말' 벨기에 내 일부 지역을 자전거로 돌아보는 환경운동이다. 더불어 그는 2017년 독일 본에서 열렸던 COP23에 참가하기 위해 벨기에에서 독일 본까지 12시간을 달리기도 했다.
1972년에 태즈매니아 연합모임(United Tasmania Group)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녹색당을 창당한 호주 '태즈매니아 녹색당'의 전 대표이자, 호주 녹색당 전 대표, 전 태즈매니아 상원의원이기도 한 크리스틴 밀느(Christine Milne). 태즈매니아 토박이 중학교 교사였던 그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댐과 펄프 공장이 건설되는 걸 막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활동가가 되었다. '의제를 위한 정치 동맹'을 통해 호주의 반동성애법을 폐지한 바 있다.
29세에 영국 정당 사상 최연소 부대표로 기록된 영국 웨일즈 녹색당의 전 부대표(2014~2022년) 아멜리아 워맥(Amelia Womack)은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와 함께 환경법 변화를 촉진했고, 에코사이드(생태학살) 저지 캠페인을 진행했으며 지방선거, 총선, 유럽의회 선거 후보 등 활발한 정치 행보를 밟고 있다.
반복적인 살해 위협에도 물·위생 및 환경 운동을 멈추지 않는 르완다의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프랭크 하비네자(Frank Habineza).
탈식민지 운동에 앞장서며 선주민의 인권과 정치활동을 증진하기 위해 이번 총회에서 전 세계 선주민 네트워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페피 킹이(Pefi Kingi) 아시아태평양녹색당연합 사무국장.
내년 유럽의회 선거의 몰타녹색당 후보인 미나 잭 톨루(Mina Jack Tolu).
세계청년녹색당(Global Young Greens) 사무국장이자 글로벌그린즈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대표단인 인도의 잔마제이 티와리(Janmejai Tiwari) 까지.
알아갈수록 그 행보가 궁금해지는 사람들, 40~50년 경력의 정치인, 다양한 선거에서 더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청년 정치인과 활동가, 가장 뜨거운 현안에 대해 상세히 알려줄 수 있는 연사 등 '녹색정치'에 관심 있는 이라면 뵙고 싶은 분들이 가득하다.
질문 : 총회에 참가한다면 꼭 들어봐야 하는 세션이나 프로그램이 있나?
필자 :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세션을 콕 집어서 추천하기 보다는 어떤 주제의 세션이 있는지 소개하겠다. 관심 의제에 맞춰 선택하길 바란다. 구체적인 세션 내용은 녹색당 총회 홈페이지 및 녹색당 총회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안내되고 있다. 총회 등록 후 안내되는 온라인 회의 플랫폼에서도 총회 프로그램, 연사 및 세션 내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질문 : 그런데 총회에는 다 심각하고 진지한 프로그램만 있는 건가?
필자 : 그럴리가. 언급했듯 총회의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네트워킹이다. 금요일 저녁에 총회 참가자들이 모두 모여 함께하는 만찬이 있다. 만찬 이후로도 다른 즐거운 행사가 기획되어 있으며, 특히 토요일 오후 1시부터 진행되는 '한국녹색당 전당원대회'에도 꼭 참여하길 바란다. 음악과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 준비되어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는 이미 '그린즈'일 수도 있다. 우리의 공동체와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모든 존재 및 생태계와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있을 거라 기대한다. 우리 그린즈를 위한 축제가 바로 이 글로벌그린즈 총회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글로벌그린즈 총회를 통해 자신의 동행자를 찾기를 바란다.
※이 글은 <함께 사는 길> 6월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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