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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녹색당 시장 탄생 도시, 비결은 "녹색 가치 100% 주장하되 50%만 이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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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녹색당 시장 탄생 도시, 비결은 "녹색 가치 100% 주장하되 50%만 이루자"

[여의도 '바깥'의 정치 ③]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는 '지역정당'의 도시

주민들에게 환경 보전을 위해 "조금만 불편하게 살자"고 시청과 의회가 제안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도심에 들어올 때는 차량을 끌고 오지 못하게 만들어버린다거나, 건물마다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면 주민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프라이부르크는 '생태 도시'로 유명하다. 도시는 하나인데 별칭이 많다. 유럽의 환경수도, 세계적인 환경도시, 태양의 도시 등 다양한 수식어만 보더라도 도시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프레시안>은 지난 8월 23일 이 도시를 찾았다. 건물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다. 구도심으로 들어가자 자동차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자전거와 트램이 훨씬 많이 보였다. 애초에 도시에 자동차를 끌고 오기 불편하게 설계했다고 한다. 에너지효율이 좋은 건물만이 들어올 수 있는 별도의 구역인 보봉(Vauban)지구도 환경도시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프라이부르크 시내에 들어서면 자동차보다는 트램과 자전거가 더 많이 보인다. 건물 곳곳에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있고, 에너지 효율이 낮은 신축 건물은 건설이 불가능하다. 시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환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설득에 지역정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을까. ⓒ 프레시안 취재팀

핵발전소 반대 투쟁부터 녹색당 시장까지

생태도시 프라이부르크를 말할 때 해당 정책을 만들고 지역 주민을 설득해 나간 지역정치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 초 프라이부르크 인근 뷜(Wyhl) 지역에 핵발전소 건설이 추진됐다. 시민들은 대규모의 반핵운동을 진행했다. 결국 핵발전소 건설은 철회되었다. 그때부터 이곳의 지역 정치 의제에서 생태와 환경은 빠지지 않았다.

그 흐름이 이어져 프라이부르크는 1986년 일찌감치 '에너지 자립' 도시를 선언했다. 지역에 발전 책임을 지우고 에너지를 소비하기만 하는 한국의 대도시와는 일찌감치 지향점이 달랐다. 2002년에는 독일 대도시로는 처음으로 녹색당 출신 시장이 배출됐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여전히 시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한다.

이날 <프레시안>이 만난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출신 전 시의원 다빗 벌룸(David Vaulont) 씨는 환경 의제의 핵심으로 '실용'과 '타협'을 꼽았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정당의 색채와 이념을 강조하는 기존 녹색당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시에서 개발계획이 나오면 최대한 싸워보되, 과감하게 양보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건축 계획을 시가 들고 오면 의회에서 승인 여부를 투표합니다. 그런데 환경 문제에 너무 치중하다 보면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승인해주되, 보전가치가 충분히 있는 부지는 손대지 않기로 하는 식으로 타협해요. 저희가 무작정 반대만 하면 결국에는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타협하는 셈이죠. 100% 정당의 의견만 대변해서 실패하기보다는 50%라도 이루자는 것이 대중정당으로서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의 기조입니다."

▲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출신 다빗 벌룸(David Vaulont) 씨는 시의원을 지냈다. 프라이부르크 토박이인 그는 청소년 때부터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컸기에 지역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가 말한 지역정치의 핵심은 구체성·타협·실용이었다. ⓒ프레시안 취재팀

당원들의 반발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빗 전 의원은 "지역정치는 실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념만으로 공공기관 건물을 3층으로 할지, 5층으로 할지 결정할 수는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구체적인 테마에 집중할 수 있는 지역정치인이 이런 일을 해야 하고, 지역 정치인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지역의 정치는 (정치) 색채를 비타협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지역 의제를 제시하고 다른 정당과 타협할 때 성과가 나와요.

한번은 2차선 도로를 만드는 계획이 나왔어요. 그런데 2차선 도로가 들어오면 자전거 도로가 좁아지고 위험해지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도로 신설 반대가 아니라) 차선을 1개로 줄이는 대신 기존 차선들보다는 좀 넓은 차선으로 만들기로 제안했어요. 자동차 운전자도 만족시키면서, 자전거 도로도 만들 방안을 제시한 거죠.

지방의회는 이렇게 구체적인 사안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게 지역정치와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이어야 하다 보니 소위 말하는 '중앙정치'가 끼어들 틈이 없다. 베를린에 본부를 둔 중앙 녹색당은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의 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모(母)정당이라고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내 공천에 관여하거나 의제 발굴에 간섭한 적도 없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녹색당'이라는 가치만 공유할 뿐, 중앙과 별개로 그들 나름의 의제를 설정해나간다.

"지역 의제를 제시하려면 지역에 살며 관련 경험을 쌓아야 해요. 수도권에 기반을 둔 중앙 녹색당은 그러지 못해요. 지역 정당이 직접 해야죠."

▲ 프라이부르크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베히레(수로)'에 비둘기가 앉아있는 모습. 프라이부르크에는 1000~1500마리의 비둘기가 산다.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됐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시에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

지역에 맡기자 프라이부르크 녹색당만의 독특한 정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이다.

프라이부르크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비둘기 수 급증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도시 곳곳에 비둘기 배설물이 떨어져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했다. 비둘기를 막고자 주민들은 발코니에 그물을 설치하거나 뾰족한 못을 박아놓는 등 공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비둘기 사체가 곳곳에서 발견되는 등 주민과 비둘기의 갈등이 심해지자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이 나섰다. 시청에 2021년까지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을 만들어서 의회에 제출하라고 의결한 것이다. 생물다양성과 동물권을 지키면서 비둘기와 주민의 갈등을 막기 위한 지역만의 전략을 구상하자는 제안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라이부르크 비둘기 전략'에 따라 시는 도시 곳곳에 비둘기를 위한 '집'을 만들었다. 주민 거주지와 거리가 있는 곳에 비둘기 집을 만들고, 이곳에 사료를 비치해 비둘기가 특정 지역에 주로 모이도록 관리했다. 비둘기 개체 수 관리와 깨끗한 도시 모두를 이행할 수 있는 더 종합적인 대책도 포함되었다.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은 단순히 전략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꾸준하게 비둘기 '집'을 늘릴만한 장소를 시에 제안하고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특히 역사적 건물이 많은 바인가르텐(Weingarten) 구역이나 중앙역 근처 주차빌딩 등에도 비둘기 집을 설치하자고 하는 등 시 의원들이 직접 도시 사정을 고려해 적절한 위치를 시에 제시하고 있다. 지역에 몸담고 살아가는 정치인이 아니면 낼 수 없는 대안과 정책이 프라이부르크 녹색당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 프라이부르크의 지역정치 모습은 지역정당의 약진으로도 대표된다. 올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회의 의석 48석 중 14석을 중앙정치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지역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4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역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프레시안 취재팀

지역정당 의석만 25%, 환경도시에서 지역정치의 길을 듣다

녹색당뿐만이 아니다. 프라이부르크의 지역정치 모습은 지역정당의 약진으로도 대표된다. 올해 현재 프라이부르크시의회 의석 48석 중 14석을 중앙정치 무대에서는 활동하지 않는 지역정당이 차지하고 있다. 전체 4분의 1이 넘는 의석을 지역정당이 차지한 것이다.

청년, 환경, 좌파 등 다양한 지역 단체들의 연합으로 만들어진 지역정당은 그들 나름의 의정 목표를 세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지역 의정 활동에 에너지를 쏟는다. 그들 일부는 "늙은 정치인들만 가득한 지역의회를 더 젊게 만들기 위해" 선거에 나오기도 했고, "수영할 수 있는 호수까지 가는 버스를 만들기 위해" 의정활동을 하기도 한다. 

<프레시안>이 만난 프라이부르크는 생태도시와 더불어 지역정당이 활발하게 자리잡고 있는 도시였다. 이후 나오는 기사에서는 활발하게 지역정당 활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유피(JUPI), 모두를 위한 도시(Eine Stadt fur alle) 소속 현직 시의원을 만난 이야기를 소개한다.

(통역=박지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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