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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실언 릴레이'에 재보선 패배까지…거슬러 가면 원인은 '윤석열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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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실언 릴레이'에 재보선 패배까지…거슬러 가면 원인은 '윤석열 정치'

[기자의 눈] 취임 1주년 앞둔 '윤석열 정치', 고민 깊어지는 여당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연이은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도부 인사들의 설화에 이어 4.5 재보선에서도 충격적 결과를 받아들었다. 두 현상은 이어져 있다. 지도부의 실언 릴레이가 재보선 패배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것은 '분석'이 아닌 '상식'의 범주다.

'정치 엘리트' 김재원·조수진·태영호는 왜?

최근 국민의힘을 뒤흔든 '실언 릴레이'는 다음과 같다. 태영호 최고위원은 4.3 사건이 김일성 일가의 지시에 의해 일어났다는 북한산(産) 주장을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고수해왔고, 지난 4.3 당일에도 "어떤 점에서 사과가 (이뤄져야) 되는지 아직까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제 발언의 취지에 대해서 과연 유족들과 피해자 단체에서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관련 기사 : 대통령도 여당 대표도 4.3 추념식 불참…태영호는 "뭘 사과하나?")

김재원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직후 전광훈 목사 예배를 찾아 "5.18 정신 헌법전문 반영은 불가능하고 (이에) 반대"라고 했고, 이어 미국에서 가진 강연회에서는 "전광훈 목사께서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통일했다"고 했다. 이어 이달 4일 윤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을 옹호하면서 "4.3 기념일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 김재원 또 설화…"4.3은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조수진 최고위원은 지난 5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 후속 대책을 묻자 "지금 남아도는 쌀 문제가 굉장히 가슴아픈 현실 아니냐"며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논의를 했다"고 해 빈축을 샀다. (☞관련 기사 : 국민의힘 쌀값 대책은…"밥 한공기 다 먹기"? "많이 남겨 버리기"?)

문제는 이같은 '실언 릴레이' 자체가 아니라, 이런 일이 왜 반복적으로 일어나느냐다. 태 최고위원은 북한에서 고위 외교관을 지낸 탈북 엘리트 출신이고, 김 최고위원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여권에서 '꾀돌이', '전략가'로 불렸던 정치 고수다. 조 최고위원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정치부 출입만 20년 가까이 했다. 이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총기가 흐려졌거나 "감이 떨어졌다"(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3.30)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여권에서 일고 있는 잡음의 교집합은 '윤석열 정치'다. 예를 들어, 정무감각의 귀재라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왜 전광훈 목사를 앞장서 옹호하다 논란을 빚어야 했을까? 전 목사는 과거 '태극기 브라더스'로 불린 황교안 전 대표 대신, 이번 3.8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대표 지지를 선언했다. 오히려 황 전 대표에 대한 흑색선전을 감행, 격노한 황 전 대표가 전 목사를 명예훼손으로 직접 고소하기까지 했다. 전 목사가 지원한 김 대표는 자타 공인 '윤심 후보'였다.

또 전 목사가 국민의힘 내 영향력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보수 기독교인들의 조직적 입당이 꼽히는데, 이들이 당의 의사결정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한 것은 이른바 '당심 100%'로의 전당대회 룰 개정이었다. '당심 100% 룰' 역시 용산과 가까운 친윤계가 주도했다. 현 지도부 탄생의 공신이자, 차후 당에 미칠 영향력까지 확보하고 있는 전 목사에 대해 당 수석최고위원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4.3 관련 발언은 근원적으로는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 자신의 주목도를 높이려는 것이었을지 모르나, 그가 지속적으로 사과를 거부하고 오히려 유족을 탓하는 자세를 취할 수 있게 한 배경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4.3 추념식 거리두기'가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4.3 추념식에 참석하고, 대통령실 참모를 통해 4.3에 대한 논란성 발언에 강하게 유감을 표명했다면 태 최고위원이 과연 저렇게 나올 수 있었을까? 

김재원 최고위원의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은 그런 면에서 더 직접적이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 의도는 윤 대통령의 4.3 추념식 불참을 정당화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 논란 역시 그 배경은 대통령의 양곡법 거부권 행사였다. 역설적으로 조 최고위원의 발언으로 인해 거부권 행사 자체보다 정부·여당의 대책 부재가 더 주목받는 역설적 현상이 일어나긴 했지만, 애초에 조 최고위원의 라디오 인터뷰 내용은 민주당의 양곡법 개정안 비판이 본령이었고 문제의 발언은 '그래도 농민들이 힘들다는데 대증요법이라도 내놔야 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다.

'밥 한 공기' 논란 이튿날 당정은 부랴부랴 농업직불금 5조 원 확대, 쌀 선제성 수매 강화 등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민심의 버스는 떠난 뒤였다. 오히려 이같은 대책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정부가 당 민생특위 위원장과 사전에 정책협의를 하고 대안을 공유했어야 하지 않는지, 기존 정책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이 정도 수준의 대책이라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시점에 그 대책까지 함께 발표했어야 효과적이지 않았을지 등 의문만 잔뜩 남겼다.

여당 지도부 인사들을 '전광훈 앞에 선 약자'로 만들거나, 4.3 추념식의 '격'에 대해 논하거나, 야당의 양곡법안에 대한 대안을 짜내야 하는 처지로 내몬 것은 결국 윤 대통령이라는 얘기다.

재보선 패배에 "청주는 이겼다"는 與…체질개선 가능할까?

이런 흐름대로라면 재보선 결과에 대해서도 '실언 릴레이'가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김 대표는 지난 6일 "당을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들이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하는 일이 최근 빈번하고 있다"며 "당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당을 부끄럽게 만드는 언행에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당 대표에게 주어진 권한을 보다 엄격하게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김 대표 본인이, 그것도 '엄중 경고'를 한 당일에, 재보선 패배 관련 질문을 받고 "청주는 이겼다"고 대꾸한 것도 다소 아슬아슬했다.

"다 진 건 아니다", "충청은 이기고, (진 것은) 울산 기초선거 하나 정도", "(전주는) 득표율이 조금 떨어졌다", "지나치게 낙담하거나 침소봉대할 필요는 없다", "너무 과대하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김정재 의원, 4.7 SBS 라디오 인터뷰)는 등의 말도 이미 당 내에서 나왔다. 물론 4.5 재보선 자체는 '미니 선거'였던 데다가 여야 간 정면대결이 이뤄진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해 결과를 단면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다만 선거 결과를 대하는 국민의힘의 이같은 태도는 자칫 오만으로 여겨질 수 있다. 

특히 울산에서는 노동자 밀집 지역(동구·북구 등)도 아닌, 김기현 대표 지역구 앞마당에서(김 대표 지역구는 울산 남구을이고, 재보선 대상 지역은 울산 남구갑 일부였다) 민주당 기초의원이 배출된 것은 예사로운 조짐이 아니다. 전주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도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8% 득표에 그쳐 6명 중 5위를 했고, '쥴리' 등 부적절한 의혹 제기로 진보진영에서도 경원시당했던 안해욱 씨보다도 뒤쳐졌다. 김 후보는 작년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장 후보로 출마했을 때는 15%를 득표했는데, 이번 재보선에서는 오히려 득표율이 반토막났다.

문제는 재보선 결과 역시 전광훈, 4.3, 양곡법 등의 사안과 마찬가지로 여당에서 함부로 메스를 들이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책임을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대통령실이 나오게 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의 패배는 "기초의원 선거 하나 정도"라고 넘기고, 전주에서의 참패는 정운천 의원에게 책임을 묻는 식으로 넘어가려는 것 역시 그래서일 확률이 높다.

과연 전주 재선거 결과가 정운천 의원의 출마 번복 탓일까? 당 지도부가 5.18, 4.3에 대해 줄줄이 지역민들 상처를 후벼파는 말을 해놓고 어찌 호남 민심이 좋길 바랄까? 또 대통령이 양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마당에 전국 최대 쌀 생산지인 전북 민심이 좋길 바랄 수 있을까?

울산은 부산·창원·거제와 함께 남동 임해 지역이라는 정체성이 강한 곳인데, 윤 대통령의 방일 외교 이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일본 관련 이슈가 지속적으로 환기되고 있다. '주 69시간' 논란을 빚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개편안 발표도 노동자 밀집 지역인 울산지역 민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정부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장을 날려야 한다는 국민의 마음"(이재명 민주당 대표)이라는 해석까지 나가지는 않더라도, 재보선 결과에 대통령실의 지분이 어느 정도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통령실도 그래서 "복합위기를 맞은 집권 2년 차 민심을 면밀히 살피겠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라고 고개를 숙였을 것이다.

그러나 '친윤 일색'으로 평가받는 현 여당 지도부나, 친윤계가 당내 다수를 형성한 여당 의원단에서 '감히' 용산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대통령실을 무리하게 방어하려다 추가 실언이나 나오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다. 그렇게 되면 김기현 대표는 또다시 '엄중 경고'를 5회째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 국민의힘 잇단 설화에…김기현, 4번째'강력 경고')

덧붙여. '윤석열 정치'의 반대편에는 '이재명 정치'가 있다. 서있는 방향이 반대이긴 하나, 이 두 개의 정치는 반의어라기보다는 유의어에 가깝다. 민주당 중진 의원의 말처럼 "서로를 희망의 등불로 생각하는"(이상민 의원, 4.6 BBS 라디오) 훈훈한 한국 정치의 풍경이다. 하필 여당 지도부의 실언 릴레이 직후 이 대표의 '묘소 테러' 해프닝이 끼얹어진 것은 상징적이기까지 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김기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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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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