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내 비주류 좌장 격인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정상외교, 주69시간 노동제 등에 대해 강한 비판을 했다. 특히 방일 외교 관련 대국민담화의 경우, 내용뿐 아니라 형식도 문제였다며 "오만했다", "박정희 대통령도 그렇게 안 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현안인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법'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해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회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유 전 의원은 28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역사의 진실이 일본은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이지 않느냐"며 "제가 정말 확 열을 받은 게, 아니, 피해자가 가해자의 마음을 왜 열어야 되느냐"고 했다. "답답해서 한 마디 했다"며 지난 20일 SNS를 통해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비판한 기조(☞유승민, 尹 방일외교에 "한심하다" 직격탄)를 이어간 것이다.
유 전 의원은 "일본과 독일을 비교해 보면, 독일 정치인들은 역대 총리 전부 다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과하는 데 절대 인색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그렇지가 않고 독일과 많이 다르다"고 대비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께서 일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건지를 다 판단하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그래, 그 정도면 됐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되는 문제가 있다"며 "그런데 대통령께서 먼저 나서서 '그만하면 됐다. 내가 그냥 통 크게 해결할게. 우리 기업들이 대신 강제징용 피해자들한테 변제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이거는 앞으로 문제들이 얼마나 많은데…"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저는 2018년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하고 상충되는 판결이 나와서 그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포스코나 삼성, LG나 그런 회사들이 무슨 전범 기업이 아니지 않느냐. 일본 미쓰비시나 일본제철이나 전범 기업들이 배상하라고 했는데, 그게 돈이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묻는 것인데, 전범 기업도 아닌 포스코가 그 돈을 왜 내느냐"고 정부 강제동원 해법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강제징용 해법을 처음에 발표한 게 3월 6일인데, 16일에 기시다를 만나고 돌아오셔서 한참 있다가, 거의 발표한 지 보름 만에 국민들한테 처음 담화를 했다"며 "저는 그 형식도 굉장히 좀 오만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국무회의 공개 발언에 대해 그는 "국민들한테 '내가 너희를 위해서 이렇게 좋은 일 했어. 통 큰 결단 했어. 그러니까 그냥 따라와' 이런 식으로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박정희 (전) 대통령도 그렇게 안 했다"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도 1965년에 한일청구권협정 할 때 젊은 학생들이 반일, 한일협정 반대 시위를 하니까 담화를 발표하면서 '젊은 학생들이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그 우국충정과 애국심은 내가 정말 십분 이해한다.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러면서 왜 이 협정을 해야 하느냐를 일일이 설득했다. 그런데 이번 회담 이후에 정말 받아 온 건 하나도 없이 양보만 다 하고, 우리 카드 다 쓰고, 회담 이후에 독도·위안부·멍게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한일회담 결과에 대해 그는 "일본의 호응을 기다리고 '물컵의 반을 채워 줄 것을 기다린다'는데 당장 나온 게 (일본) 문부성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강제징용은 강제가 아니고 그냥 한국의 노동자들이 참여한 거다', 그러면 일본이 하나도 안 바뀐 게 증명이 되지 않느냐"며 "미래 경제나 안보에 대해서 협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면 그것만 하라 이거다. 왜 그것을 하기 위해서 역사·주권·영토 문제까지 함부로 5년 임기 대통령이 건드리느냐. 그것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만약 4월 한미정상회담, 5월 히로시마 G7 때문에 이 모든 걸 했다면 정말 외교의 큰 실패"라며 "미국한테도 일본한테도 '우리가 역사·주권·영토는 양보 못 한다. 그렇지만 당신 나라들하고 경제·안보는 서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자' 이렇게 원칙을 가지고 가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한국과 일본이 싸우지 말고 중국·북한·러시아를 견제하는 데 같이 힘을 합쳤으면 좋겠다'는 오래된 스탠스는 이해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 가면 독도·위안부·강제징용 이런 문제는 일본과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를 각자의 입장으로 설득하기 위해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지고,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 민감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걸 굉장히 조심했다. 지금도 저는 미국이 뒤에서 이렇게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의 '주69시간 노동제' 논란에 대해서는 "69시간을 갖고 입법 예고까지 했고 대통령도 보고 다 받은 것 아니냐"며 "나중에 그걸 번복하고 왔다갔다 하면서 여론 눈치를 살피고 '그냥 아이디어 차원이었다'? 아니, 정부가 어떻게 입법예고까지 한 사안을 가지고 이렇게 할 수가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보기에 이거는 철회를 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쐈다.
그는 "근로시간 같은 건 함부로 건드릴 게 아니다. 지금 사용자들이, 기업들이 포괄임금제라고 해서 근로시간을 야근이든 휴일근무든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퉁 치는', 악용하는 게 굉장히 많다"라고 지적하면서 "'69시간'은 지금 노동자들한테 통하지 않는 거고, 근로시간 문제는 총근로시간을 무조건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나아가 "노동개혁 전체로 보면, 근로시간 문제나 화물연대, 노조 회계 투명성, 건설노조·건폭 문제 다 중요한데 진짜 중요한 건 대기업-중소기업, 비정규직-정규직 이중 구조"라며 "그런데 지금 69시간 가지고 노동 개혁이 초반부터 이렇게 꼬여 버렸다"는 지적도 했다.
"헌법에 '검사가 수사권 갖는다' 조항 없어…한동훈, 국회에 싸우러 오는 느낌"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이어 여권의 차기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급도 눈길을 끌었다. 유 전 의원은 최근 '검수완박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결과를 언급하며, 해당 법 시행령 문제는 대법원에 명령규칙심사를 청구하거나 국회에서 보완 입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야당에서 나오는 '법무장관 탄핵' 주장은 "옳지 않다"고 비판하면서도 "다만 제가 보니까 우리 법무부 장관께서 국회에 오실 때 뭐랄까, 싸우러 오는 사람 같은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유 전 의원은 "꼭 (국회에 올 때마다) 도어스테핑을 하더라. 그래서 민주당을 자극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바보처럼 법무부 장관의 싸움에 자꾸 휘말리는 것 같은데, 좀 차분하게 국회에서는 상임위 중심으로 했으면 좋겠다"면서 "제가 보기에는 그 분(한 장관 지칭) 굉장히 정치적 발언을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정치할 생각 있으면 본인이 일찍 사퇴해서 정치하는 게 맞겠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은 행정부의 장관으로 국무위원으로 자기가 해야 될 일들이 있지 않느냐? 거기에 100% 충실하면 되는 것"이라며 다만 "그 분이 정치를 하는 건 자유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랬고"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내에서 한 장관에 대해 '총선 차출론'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도 정치적 발언을 하고, 거기에다가 여당까지 그거를 정치에 섞어 넣어서 벌써 그런 발언이 나오는 게 저는 좀 옳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아가 '한 장관이 총선에 나오면 여당의 승리에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그분의 지지층이라는 게 윤 대통령하고 굉장히 겹치지 않느냐"며 "결국 총선은 중도, 젊은층 수도권 민심을 누가 잡느냐 승부인데 그것을 잘 모르겠다"고도 했다.
헌재 결정 자체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이든 헌재 결정이든 정치를 하는 입법부나 행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존중을 해야 되고 따라야 된다"면서 "우리 헌법에 사실 '수사권은 검사가 갖는다'라는 조항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헌재가 그걸 근거로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수사권이 검사의 헌법상 권리라고 주장한 법무부 및 한 장관의 입장과 각을 세운 것이다.
"김재원 5.18 발언, 당 윤리위 실종사태…언젠가는 인적쇄신 필요"
국민의힘 내부 상황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를 '당원 100%'로 해서 (선출한) 대표, 최고위원들 면면을 보시라"며 "100% 윤석열 대통령 사당(私黨)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상징적인 장면이, 우리 신임 당대표가 대통령한테 90도 폴더 인사를 하더라"며 "우리가 국민들한테 90도로 절할 수는 있지만 여당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90도 절하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으로 대통령이 당을 완전히 지배하고 장악하고 독점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당이 다양한 민심을 반영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김재원 최고위원의 '5.18 정신 헌법전문 반영 불가' 발언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대표를 징계한 이후 당 윤리위 실종 사태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5.18 발언 같은 것은 당에 대한 민심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건 당연히 징계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안 하고 지나가지 않느냐. 할 생각도 아무도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도 애틀란타에 가서 김재원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우파 천하통일' 등) 발언을 하는 것을 정말 도대체 국민들께서 어떻게 보실까 걱정"이라며 "그리고 행안위에서 장제원 위원장이 공무원들한테 반말하고 호통치고 고함을 지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당이 이렇게 가면 이건 민심으로부터 자꾸 멀어지는 모습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정책적으로도 무슨 69시간 문제,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딱 한 마디 하면 당이 찍소리 못하고 따라가다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오락가락하고 번복하고 우왕좌왕하면 당도 그냥 같이 헤매야 되는 상황"이라며 "또 당이 무슨 저출산 대책이라고 발표한 것들을 보면 너무 민심하고 괴리돼 있다. 그런 것들이 다 전당대회의 결과 아니냐"고 했다.
그는 "그래서 지금 전당대회 이후에 당 지지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라며 "비록 그렇게 뽑혔지만 지도부가 완전히 바뀌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다"고 했다. 그는 "당직 인선도 보면 내년 총선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할 사무총장, 부총장이 완전히 윤핵관 일색"이라면서 "이런 인적 구성으로 당의 변화를 기대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인적 쇄신이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편 자신의 정치적 장래에 대해서는 "저는 굉장히 긴 호흡으로 보고 있다"며 "저나 '개혁 보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으면 저도 개혁 보수 동지들도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때가 올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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