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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아니면서 뭐 그리 힘들게 살아요? 시설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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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아니면서 뭐 그리 힘들게 살아요? 시설 보내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지역사회 통합 돌봄, 이론과 현실 사이

#. 풍경 1

지역사회통합 돌봄 토론회.

정치인, 사회복지 교수, 보건복지부 공무원, 시민단체가 갑론을박한다. 보수, 진보 모두 지역사회 통합돌봄으로 가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동의하는 분위기.

# 풍경 2

서울시는 서울사회서비스원, 돌봄SOS센터를 만들어 노인들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으며 지역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홍보한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란?

돌봄이 필요한 주민(노인, 장애인 등)이 살던 곳(자기 집이나 그룹 홈 등)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 커뮤니티 케어가 같은 말이다.

ⓒ연합뉴스

지역사회 통합 돌봄에도 고독사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확대되고 안착하고 있다는 소식이 넘쳐날 때, 전화를 받았다. 요양보호사다.

"어르신이 돌아가셨습니다. 아침에 와 보니. 아마도 주말에 돌아가신 것 같은데…경찰이 와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경찰조사 결과 사인은 병사. 토요일 오전에 돌아가신 거로 추정했다. 죽은 지 이틀 만에 알려졌다. 노인의 공공 후견인으로 활동한 지 3개월 만이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실천하려는 방안으로 선택한 공공후견인 활동, 민간에서 재가요양 서비스도 받았지만, 노인은 고독사했다.

일주일에 5일 하루에 3시간 재가 요양 서비스와, 일주일에 한 번 노인과 대면하는 후견인 활동으로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불가능했다.

두 번 다시 내가 후견하는 노인이 고독사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다짐과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실현하자는 꿈으로 치매 환자 후견인 활동을 재개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 지휘소는 어딘가?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르신이 배회를 시작했습니다. 날씨가 추운데 동사할까 봐 걱정이라서 찾아왔습니다."

"긴급 돌봄 SOS를 신청해 보세요."

"긴급 돌봄 SOS는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럼, 저희도 딱히 도울 방법이 없네요. 시설에 입소해야 하지 않나요?"

"정부나, 서울시에서도 노인들이 시설에 입소하기보다는 살던 동네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게 하려고 돌봄 SOS 센터를 만들고 한 것 아닌가요."

"맞는데요, 제가 어찌 도울 방법이 없네요. 복지관에 연락해 보세요."

노인복지관 어르신 사례관리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어르신 배회가 시작된 게 주말에 돌볼 사람이 없어서 약을 못 챙겨 드셔서 그런 것 아닌가 해서요. 주말에 어르신 식사와 약을 챙겨 드실 수 있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나요."

"주말에는 힘듭니다. 다들 쉬어야지요."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현실에서 불가능하겠네요. 돌봄의 공백이 이렇게 많으니."

"당연하지요. 이론과 현실은 다른 것이지요. 사회서비스원을 통해서 재가 요양 서비스를 더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재가 종합 지원 센터를 찾아갔다

"평일 저녁 시간과 주말에 식사와 약을 챙겨 드실 수 있게 서비스 지원 안 되나요?"

"오전에 3시간 월~금까지 시간 외에는 서비스받으려면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어르신이 장기 요양 등급자라도."

"돈 지불할 테니 서비스 받을 수 있을까요?"

"지금은 서울시 정책이 바뀌어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에 요양보호사 충원이 안 돼서 요양보호사 부족으로 돈을 부담해도 서비스 제공이 안 됩니다."

"사회서비스원은 목표가 공백 없는 돌봄 아닌가요. 그런데 공백 많은 돌봄을 제공하잖아요."

"걱정되면 시설에 입소하시면 안전하게 공백없는 돌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을 만든 게 요양보호사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병중인 노인들이 집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아 가며 살던 동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것 아닌가요."

"맞는 말씀이지만, 이론과 현실의 갭이 있거든요."

오전에 요양보호사 재가 서비스를 받고 오후에는 노인 일자리 하시는 분들을 연결해 저녁 시간 약 복용과 식사를 챙겨 드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토요일에는 내가 아침, 점심을 챙겨드리고, 약 복용을 도왔다. 이렇게 해도 돌봄 공백이 발생했다.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이 공백을 지역사회 동 주민센터도, 복지관도 메우지 못했다.

"가족도 아니면서 그냥 시설에 입소시키세요"

일요일 저녁 어르신이 거주지를 이탈했다고 알림이 왔다. 어르신은 시계형 GPS 위치 추적기를 차고 있고, 일정 범위를 넘어서면 후견인인 나에게 알림 메시지가 온다.

위치 추적을 했지만, 어르신을 찾을 수 없었다. 파출소에 신고했다. 파출소는 112상황실과 연계해서 어르신을 찾았다.

그동안 나는 신고한 파출소에서 기다렸다. 3 시간 만에 어르신을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다.

어르신을 모시고 이곳으로 온다는 것이었다. 그때 파출소장이 직원들을 나무랐다.

" 보호자 보고 그곳으로 가라고 해!"

"그 어르신 집이 이 근처고 그쪽 파출소에서도 이리로 모셔 온다고 해서요."

"쓸데없는 짓 하고 있어."

파출소장은 나를 불렀다.

"보호자께서 00 파출소로 가세요."

"그리고 어르신이 또 집 나가면 어떡합니까. 그때마다 신고하실 건 아니잖아요. 요양 시설에 입소시키세요. 그게 제일 안전합니다. 진짜 가족도 아니면서 뭐 그리 힘들게 살아요. 만약 사고나면 책임질 거예요"

일요일 저녁 세 시간을 찾아 헤매고, 세 시간을 파출소에서 기다리며 진이 빠져 파출소장에게 항의할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이론과 현실 사이

1년 동안 실험한 에이징 인 플레이스, 지역사회 통합 돌봄은 실패했다.

동 주민센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재가 지원센터, 노인복지관 등 관련 기관은 어르신이 배회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기관 책임 문제가 생겨 가급적 안전한 시설 입소를 권유했다. 파출소도 마찬가지였다.

시설 입소 권유를 반대하고 어떻게든 지역사회 통합 돌봄, 에이징인 플레이스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힘에 부쳤다.

공백 없는 돌봄은 불가능했다. 지역사회 통합 돌봄도 실패했다. 공백 없는 돌봄과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가능한 것은 단 한 가지 시설 입소였다.

어르신을 시설에 입소시키고, 어르신 집을 청소하고 환기하는데, 저 길 끝에서 오늘은 꼭 어르신이 걸어올 것 같은 기분이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의제별 연대 활동을 통해 풀뿌리 시민의 복지 주체 형성을 도모하는 복지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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