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이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 이란이 "비외교적인 발언"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발한 가운데,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외교부가 특정 국가 간 관계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외교의 기본도 지키지 않았음이 우회적으로 드러난 셈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은 UAE의 적이 이란이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질문에 "외교부를 대신해서 (제가) 특정 국가 간 관계에 대해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UAE가 2022년 8월 6년 만에 이란에 다시 대사를 보내는 등 관계 개선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적국에 대사를 파견하냐는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의 질문에 조 차관은 "특정 국가의 관계에 대해 적국인지 여부를 말씀드릴 수가 없다"며 다른 국가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외교적인 발언이 아님을 재확인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UAE에 파견된 한국의 아크부대는 이란 때문 아니냐, 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냐고 조 차관에게 따지듯이 물었으나, 조 차관은 "외교부를 대신해서 그렇게 말씀드릴 수는 없다"며 정부가 다른 국가의 관계에 대한 평가를 함부로 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비외교적이며 이란과 UAE에 외교적 결례가 될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대통령의 외교·안보 참모진이 적절하게 보좌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현지 국가 간 관계나 현안 등에 대해 적절하게 보좌하고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질문에 조 차관은 "외교부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UAE와 이란이 지난해부터 관계 개선 중이라는 점을 외교부가 대통령실에 보고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의 질문에 조 차관은 "확인해 보겠다"며 구체적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란과 UAE의 현재 관계를 비춰봤을 때 "UAE의 적이 이란"이라는 대통령 발언의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양국 관계가 어떤 상황이냐는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질문에 조 차관은 "제가 그 관계를 설명드리기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도 "한 때 외교관계가 격하된 적도 있는데 최근에 정상화되어 대사를 교환하고 있다"답했다.
아크부대의 성격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상희 의원은 "아크부대 장병들이 이란과 전쟁을 하러 간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대통령 말을 들으면 UAE와 이란이 전쟁하는데 우리가 UAE를 도와주러 간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황희 의원 역시 "아크부대가 이란을 겨냥해서 파병한 것인가? UAE에 군사 교육을 위해 파견된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조 차관은 "특정 국가 때문에 파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아크부대가 훈련이 주 목적이고 만약 UAE에 유사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 교민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지, 설사 UAE가 다른 나라와 전쟁에 돌입하더라도 그 전쟁에 개입하지는 않는 것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질문에 조 차관은 "(아크부대가) 전쟁 수행 임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자체 핵 보유를 시사한 것과 관련, 한국의 핵 무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황희 의원이 질문에 조 차관은 "현실적 선택지(옵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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