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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위해 죽기 싫다" 징집 반대 시위·탈출…푸틴 지지 침식 계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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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위해 죽기 싫다" 징집 반대 시위·탈출…푸틴 지지 침식 계기될까

부분 동원령 뒤 인근국 향하는 비행기표 매진…바이든 "푸틴 무책임한 핵 위협" 비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동원령에 러시아인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시위가 일었고 징집을 피하기 위한 탈출이 이어지며 인근 국가로 향하는 국제선 비행기표가 동났다.

러시아 영문 매체 <모스크바타임스> 등 외신을 보면 21일(현지시각) 러시아 전역에서 반전 및 동원 반대 집회가 열렸다. 모스크바는 물론이고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부터 중부 시베리아, 동부 이르쿠츠크와 하바로프스크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시위가 열렸다.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영상을 토대로 외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노보시비르스크에서 열린 반전 집회에서 한 남성은 경찰을 향해 "푸틴과 당신(경찰)을 위해 죽고 싶지 않다"고 외친 뒤 연행됐다. 모스크바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은 "전쟁 반대", "푸틴을 참호로 보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동부 울란우데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전쟁 반대! 동원 반대!", "우리의 남편, 아버지, 남자 형제들은 다른 사람들의 남편과 아버지를 죽이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러시아 인간단체 OVD-Info는 22일 새벽 4시51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71명, 모스크바에서 535명 등 38개 도시에서 동원 반대 시위를 벌인 1405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러시아군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시위는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현재 예비역에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데 따른 것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동원 인원이 3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있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기본적으로 평시 상태로 전쟁을 치러왔다. 총동원령을 내려 18~60살 남성이 출국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는 달리 러시아는 대규모 징집 없이 기존 복무 중인 군인들 위주로 전쟁을 치러 왔다. 때문에 전쟁으로 생명과 삶터를 잃은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대조적으로 전쟁 발발 7개월 째인 현재까지 대부분의 러시아 시민들의 생활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폭격을 가할 때 모스크바에서는 도시 건립 875주년 기념 불꽃놀이가 열리는 등 서방의 경제 제재 및 맥도날드 등 서방 기업들 철수에도 러시아 시민들의 일상에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 듯 했다. 따라서 예비군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동원령은 러시아의 19~27살 사이 남성에게 1년 간의 군 복무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에게 전쟁을 실감하게 하는 최초의 조처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지금까지 소수 민족, 도네츠크나 루한스크 등 분리주의 지역 내 우크라이나인, 용병 등을 동원해 전쟁을 치러 왔다고 지적했다.  

이날 러시아인이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아르메니아, 터키, 아제르바이잔행 비행기표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징집을 피하려는 남성들이 국외로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22일 출발하는 모스크바에서 아르메니아 수도 예레반행 비행기표는 16만루블(약 375만원), 두바이행 비행기표는 17만루블(약 398만원)에 팔려 가격이 평소의 8배로 급등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30살 남성은 <모스크바타임스>에 "나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 러시아 여성은 이 매체에 최근 군복무를 마친 남자형제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우린 급히 그를 위한 비행기표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체는 법에 따라 총동원령이 내려질 경우엔 이동이 제한되지만 러시아 정부가 현 상황에선 국경을 폐쇄하고 있진 않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부분 동원령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 시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국방부는 동원 규모가 30만 명 가량이라고 밝혔지만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 섞인 추측이 시민들 사이에 떠돌고 동원 대상 예비역이 어디까지인지 등을 놓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 거주하는 러시아인 예브게니(31)는 BBC에 "정말 모두가 공포에 떨고 있다. 모두가 동원령에 대한 다른 정보를 보낸다. 뭐가 진짜인지 판별하기 어렵다. 아무도 정부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징집이 모스크바 같은 대도시보다 가난한 지역에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에서 현재 지상에 투입돼 있는 러시아군 규모를 19만 명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30만 명 동원령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함께 언급된 핵 위협으로 간주되는 "모든 수단 동원" 발언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과 위험도를 크게 키우는 조처다. 다만 동원에 최소 수 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돼 전장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제대 뒤 군사훈련을 전혀 받지 않은 예비군이 배치되더라도 공격보다는 유지나 방어를 위한 비교적 단순한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서방 지도자들은 동원령이 오히려 푸틴의 "실패"의 증거라고 깎아내렸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21일 유엔 총회에서 푸틴의 동원령에 대해 "푸틴이 재앙적 실패를 정당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틴의 부분 동원령은 절망의 표현"이라며 "러시아는 이 범죄적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이 지금까지 내부 반발을 피하기 위해 징집을 피해 왔다는 해석이 우세한 만큼 이번 동원령으로 러시아 내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는 전쟁은 불가피하지만 멀리 있는 것"으로 제시해 왔지만 "부분 동원령은 전쟁을 집 가까이로 데려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치분석 연구소 R.Politik의 설립자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이 매체에 "동원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이고 (러시아) 사회에서 점차 짜증과 분노가 올라올 것이다. 대규모 시위는 기대되지 않지만, 분노의 물결이 일 것"이라며 "이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푸틴 권력의 침식"이라고 분석했다. 청원 운동 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엔 하루 동안 동원에 반대하는 서명이 32만 건이나 몰렸다. 

바이든 "푸틴 무책임한 핵 위협"…NYT "궁지 몰린 푸틴은 가장 위험한 푸틴"

21일 유엔(UN) 총회 연설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무책임한 핵 위협"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핵전쟁은 승자가 없고 결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앞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핵 무기 사용을 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 등에서 러시아 편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치르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지지 입장을 밝혔다. 주민투표로 이 지역의 러시아 편입이 결정될 경우 우크라이나가 이 지역을 수복하려 하면 러시아가 자의적으로 '영토 침범'으로 간주해 핵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상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이웃 국가를 침공해 주권 국가를 지도에서 지우려 했다"며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가 국가로 존재할 권리와 우크라이나 국민으로서 존재할 권리를 없애는 것 "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을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국가 등으로 확대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촉구가 안보리 내에서 러시아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 국가들이 러시아와 결속하는 것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이날 유엔 총회 화상연설에 나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특별전쟁재판소가 설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의 거부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가 실제로 핵무기를 사용하기보다 외교적 효과를 노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비 베르만 전 주러시아 프랑스 대사는 <뉴욕타임스>(NYT)에 "핵 위협은 엄포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을 겁먹게 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과 관련한 분열을 부각할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21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핵 전력 배치의 변화가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주민투표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병합하려는 움직임과 핵 무기 사용 위협이 푸틴 대통령의 공황과 절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깎아 내렸다. 이날 유럽연합 외무장관들은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준비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늘리는 데 합의했다.

다만 미국 CNN 방송의 사법 및 정보 최고 분석가인 존 밀러는 "핵무기 사용은 가장 심각한 종류의 전략적 결정"이지만 푸틴 대통령의 남성성과 강인한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고려할 때 "현재 미국 정보 기관의 누구도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0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궁지에 몰린 푸틴은 가장 위험한 푸틴"이라며 "60년 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러시아 지도자가 핵전쟁 위험에 대해 이렇게 날카롭게 대립한 적이 없었다"고 우려했다.

▲21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한 남성이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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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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