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의원 욕하는 플랫폼', '언론 탓' 등 최근 자신의 발언으로 인한 논란에 대해 "욕을 권장하는 게 아니라 비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라며 자기 방어에 나섰다.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한 '사법 리스크' 공세에는 "정치개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당원 소통 플랫폼 문제에 대해 "(국회의원과 국민이) 단절돼 있다 보니까 소통이 제대로 안 돼 약간 폭력 형태로 표출된다. 억압적인 행태, 폭력적인 표현, '문자 폭탄'이라 불리는 의견 표출"이라며 " 문제 해결은 근본적으로 당원과 당, 국민과 당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통 플랫폼 문제 관련 논란은 이른바 '팬덤' 등 극성 지지층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이 후보는 이와 관련 "당원 중심의 민주정당이 아니면 국민 주권주의를 관철하는 민주주의의 장치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그래서 당내 민주주의 정말 중요한 것"이라며 "국민이 주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려는 노력은 격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주인이다. 주인의 의사가 정당에 제대로 반영되는 사회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 후보는 다만 "의견 표현이 합리적이고 정당하고 또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설득할 수 있다. 강요가 나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제가 '욕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그랬는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문자 폭탄이 아닌 게시판도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지 않나. 비판도 받고 자유롭게 표현하면 문자 폭탄 줄어들어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취지"라고 재차 해명했다.
전날 토론회에서 박용진 후보가 지적한 '남 탓·언론 탓'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 후보는 "대부분의 언론이 정론직필하려 노력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극히 일부일 수 있지만 팩트에 기반하지 않은 일방적인 공격성 보도들이 상당히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영향이 크고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피해가 발생하면 치명적이기 때문에 그런 점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해 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대선 및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에 대해 이 후보는 '피하지 않는 것이 책임지는 방법'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다시 또 지는 선거를 하고 싶지 않다. 책임감이 매우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지방선거에 대해 그는 "지방선거는 일반적인 예측으로 보면 대선에서 패배한 측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된다는 것은 상식적"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승리하고 1년이 지난 후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지금의 여당은 대구·경북 빼고 전패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셀프 공천' 논란에 대해 "대선에서 저를 지지하고 또 결과에 대해서 절망하신 분들이 투표장으로 나오시게, 선거에 참여하시게 하는(게 책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있었다. 저도 많은 고민 끝에 그런 측면이 더 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선거에 출마했다"면서 "제가 공천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직접 참여가 오히려 선거 전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최종 판단을 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또 사당화 우려에 대해서는 "사당화 우려라는 말을 왜 하는지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다"며 "단언컨대 민주당이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공당이라는 점은 확고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해당 논란의 배경에 대해 "불안감·의구심 이런 것일 수도 있고 (저를 향한) 공격일 수도 있다"면서 "민주당은 특히 공천과 관련해서는 당원 50%, 국민 50% 의견을 반영한 경선을 거치는 명확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른바 '사법 리스크'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수사를 먼지 털듯 십수 년간 해왔는데 팩트가 없지 않나. 잘못한 걸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잘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징후가 보일 것 같다'는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검경이 수사권한을 가지고 정치에 개입하고 영향을 주고,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에 동원되는 것은 가장 심각한 국기문란 행위"라며 "전당대회에 맞춰서 8월 중순까지 수사를 끝내겠다는 보도를 봤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대놓고 정치개입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JTBC 방송이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관련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가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의 수행기사였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공지문을 내고 "대선 경선 기간 김 씨 차량을 운전한 사람은 전혀 다른 인물"이라며 "없는 인연을 억지로 만들려는 음해와 왜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한편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비전을 밝혔다. '기본적 삶'이라는 표현이 기본소득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물론 기본소득도 포함해서 기본 서비스까지 보편적 복지사회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박용진·강훈식, '투표 시작 전 단일화' 실패…물 건너가나
한편 이 후보와 경쟁하는 박용진·강훈식 후보는 '97그룹'이라는 세대적 동질성 등을 기반으로 한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일부 당원 투표가 시작된 이날까지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순회경선 방식으로 치러지는데, 오는 6일 대구·경북·강원이 첫 순회경선 지역이고 이 지역 당원들의 사전 온라인 투표는 3일부터 시작된다.
박 후보는 이날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는 할 말 다 했고 강 후보에게도 전달할 이야기는 다 전달을 한 상태니까 기다리고 있다"며 "어쨌든 강 후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무관하게 이 후보와의 1대1 구도를 만들 자신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강 후보에게 단일화를 거듭 압박했던 지난주와 다소 달라진 모습이다.
박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답변을 유보하신 분들이 많은데, 단일화가 매개가 됐든 아니면 박용진과 이재명 후보와의 1대1 선명한 노선 투쟁을 통해서(든) , 그런 분들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시게 되면 격변과 이변이 당연히 벌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강 후보는 같은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비전이 서로 공유돼야 한다', '비전경쟁에 집중하자'고 했었는데, 외람된 말이지만 박 후보의 민주당 비전은 아직 잘 모르겠다"며 "1대1을 만들겠다고 말씀하셨던 것 보니까 결국 '친명-비명' 하자는 것 같다. 저한테 자꾸 '반명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박 후보를 겨냥했다.
강 후보는 "'반명 연대'로는 민주당을 이끌 수 없다"며 "만난 게 사나흘 전인데 비전 경쟁은 없고 오로지 '단일화하자', '3일에 안 되면 10일에 하자'(라고) 예선 전부터 단일화만 주장하실 게 아니라 비전을 말씀하셔야 공감을 키워나가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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