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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는 있는데 지자체 탄소중립조례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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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는 있는데 지자체 탄소중립조례에서는 보이지 않는 '기후정의'

[초록發光] 지자체들의 기후정의 없는 탄소중립조례

지난 18일,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인류가 집단자살이냐 집단행동이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비극을 막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을까? 지난 4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1.5도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승인했다. 목표는 점점 높아지는데 그 목표를 달성할 계획은 잘 세워지고 있을까?

현재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2018년 배출량과 대비해 2030년까지 40%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정한 상태이다. 이 목표가 부족하고 기준도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줄어들었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증가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 부족한 목표조차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다.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사업자, 시민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모두가 노력해야 하지만 책임져야 할 몫은 각자 다르고, 소득이 높은 사람들, 대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 기업보다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법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의사결정과정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며 기후변화의 책임에 따라 부담과 이익을 나누는 '기후정의'를 강조한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그런 과정에서 기후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의 정책방향을 보면 두 과제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들의 상황은 어떨까? 자치법규정보시스템(https://www.elis.go.kr/)에서 키워드를 '탄소중립'로 넣고 검색하면(2022년 7월 18일 기준) 전국 지자체에서 제정된 조례 중 107건에서 키워드가 발견된다. '탄소중립·녹색성장'이 이름인 조례들부터 건축물 관리조례,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조례, 에너지 기본조례 등 다양한 조례들이 검색된다. 

그런데 '기후정의'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경기도 하남시와 광명시, 전라북도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조례', '광주광역시 기후위기대응기본조례', '충청남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 등 모두 5건의 조례만 검색된다.

조례들이 모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데, 왜 기후정의를 담고 있는 조례들은 적을까? 법은 지방자치단체도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에 따라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한다"(제4조)고 규정하고 있는데, 조례들은 묘하게도 이 내용을 빼고 있다.

가장 최근에 제정된 서울시 동대문구의 조례(2022년 7월 14일 제정)를 보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한 계층·부문·지역을 보호하는 등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다"고 기본원칙을 밝힌다. 그렇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책임과 이익이 사회 전체에 균형 있게 분배되도록 하는 기후정의를 추구"(법 제3조 제4항)한다는 내용은 왜 기본원칙에서 사라졌을까?

기후정의가 개별 지자체로 제한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변화를 요구하기에 그렇다는 변명을 댈 수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로 인한 불평등은 지방자치단체의 소관업무인 재난대응과 복지, 환경정책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지역 간의 불균형도 기후위기를 통해 증폭되고, 지역 내에서도 소득수준과 직종, 세대에 따른 불평등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응하려면 적극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중앙정부에 요구할 부분은 분명하게 요구해야 하는데, 위기상황에서도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

그래서 기후정의 조항을 담고 있는 조례들도 법에 규정된 부분 이상을 담고 있지 않다. 조례의 기본계획 수립이나 위원회 운영 등에서도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나 시민참여 방안도 매우 추상적이다. 탄소배출량을 줄인다고만 할 뿐 온실가스 감축목표도 분명하지 않다. 지자체들이 나서서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불평등을 바로잡을 계획을 세워야 할 텐데 그런 구상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불평등과 기후정의, 정의로운 전환을 연계시키거나 그것을 구체화한 조례는 없다.

지난 4월 11일 녹색당이 발표한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 기본조례안'은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에너지전환, 탈탄소사회로의 빠른 이행, 그 과정에의 시민참여 등을 분명하게 정의했다. 기본원칙에서 "오염자 책임의 원칙에 따라서 온실가스 다배출 사업자가 우선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지자체는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이를 민주적이고 공공적으로 추진하여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야 함을 분명하게 규정한다.

그리고 "지자체는 사회적 불평등이 기후위기의 근본적 원인임을 인식하면서 기후정의원칙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추진하여 탈탄소사회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불평등까지도 함께 해결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한다"며 불평등이 위기의 원인이고 그것의 해결이 기후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임을 분명히 밝힌다.

갈수록 속도가 빨라지는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지자체는 분명한 감축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실현하는 과정에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며 전환과정에서 드러날 불평등을 바로잡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계획을 잘 세워도 그 실행이 쉽지 않을 텐데, 지금은 그 형식마저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정말 우리는 갈림길에 서 있음을 자각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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