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에선 살 수 없는 촌놈들
윤석열 대통령실 사적 채용 관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 겸 원내대표의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한 10만원 더 받는다"면서 "내가 미안하더라.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나, 강릉 촌놈이"라는 해명이 내게 많은 고민을 하게 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이지만, 같은 지방 소도시를 지역구로 둔 내 입장에서 권 대표 대행의 촌놈들의 서울살이에 대한 고민이 (다른 측면에서) 이해가 되어 마음이 무겁다. 내 고향 후배들에게 여당 대표와 동일한 해택(?)을 줄 수 없어서 후배들에게 미안하기만하다.
"서울에선 살 수 없는 촌놈들"... 내 고향 '촌놈' 후배들도 지금 서울 어디엔가 살고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기자의 지적처럼, "2021년 노동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 시급 8,720원을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수는 321만 5,000명"이다. 이들의 상당수는 수도권에 사는 청년들이다. 강릉 촌놈, 나주 촌놈을 비롯해 전국의 촌놈들 중 최저임금 미만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이 많다. (☞관련 기사 : '최저임금 받는 9급'은 서울서 못 산다는 걸 아는 권성동 의원에게)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해왔다. 이에 대한 비판과 고민이 무조건 무시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부작용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수준의)으로 서울살이를 버텨야 하는 수많은 촌놈들. 이들은 대한민국 '현재'이자 '미래'이다. 우리 정치인들은 한 명의 청년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는 모든 청년에게 시선을 돌려야 한다.
2. 수도권으로 몰리는 지방 촌놈들…지방소멸의 핵심 원인
2020년 수도권 인구는 2,596만명으로 대한민국 총인구의 50.1%를 차지한다. 나라 전체 면적의 1/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주민등록 인구통계). 특히 청년층 수도권 유입의 핵심은 젊은 '여성'이다. 지방에서 청년 '여성'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실제 여성의 수도권 인구이동 추이는 2011년 2만 1,129명에서 2020년 4만 4,76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한국고용정보원)
지방 촌놈들의 수도권 유입은 농어촌을 중심으로 한 지방소멸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은 113개로 전국 228개 시군구의 절반(49.6%)에 이른다. 2005년에 33곳에 불과했던 소멸위험지역은 2015년 80곳,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102곳을 돌파했다.
20~30대 청년층의 수도권 순유입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전체 순유입량을 초과하기 시작해 2010년대(2010-2019년)에 수도권으로 유입된 20대 청년층은 60만 명으로, 전체인구 유입 규모(20만 명)의 거의 세 배 규모에 달한다. 특히, 인구소멸위험지수의 핵심 지표인 여성청년인구의 유출이 남성에 비해 더 많다.
3. 수도권으로 청년인구 유출…저출산의 핵심 원인
치솟는 집값, 교통난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방에서 만족할 만한 직장이 없기에 서울로 몰려든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도권으로의 청년인구 유출과 수도권 집중현상은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가장 본질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온 '전국촌놈'들은 수도권에서 번 돈의 상당부분을 주거비로 지출한다. 이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친구들과 출발점이 다른 '불공정'의 핵심이다. 최소한 주거비만큼 출발선이 뒤쳐진다.
실제로 2020년 청년가구 1인가구 비율은 61.9%로 일반가구(30.2%)보다 2배 이상 높다. 청년가구 자가보유율은 17.3%로 일반가구(60.6%)의 1/3에 미치지 못한다(2020년 주거실태조사 특성가구 연구보고서). 특히 수도권 청년가구 자가보유율은 13.8%로 비수도권 21.3%에 비해 낮다. 나아가 청년가구의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율은 일반가구에 비해 높았고,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현저히 높은 상황이다.
'주거비 과부담 주거비'가 월 소득의 30%를 넘고 있는 27%의 청년 단독가구(보건복지포럼, 2020년 기준)에게 결혼은 사치스럽기만 하다. 수도권에서의 '생존' 앞에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결국 촌놈들의 '수도권 집중'은 '저출산'을 잉태하고 '저출산'은 '지방소멸'은 낳게 한다. 실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기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62명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은 0.85명, 서울은 0.72명에 불과하다.
4. 촌놈들도 어디에서든 만족하며 살 수 있도록 국가균형발전 담론으로 이어져야
대부분의 촌놈들은 자신의 돈으로 통크게(?) 대통령 후보에게 1,000만원을 후원하기 쉽지 않다. 여당 대표의 말처럼 그 친구 또한 '서울에선 살 수 없는 촌놈들'이라 하니 다른 친구들의 상실감을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지역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고민과 함께 해야 한다. '지인의 아들'인 촌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서울에 사는 것이 미안하다면, 여당 대표는 이들 친구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해야 한다.
첫째, 촌놈들이 서울에 오지 않아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둘째, 그래도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 '지인의 아들' 연배의 후배들이 '최저임금 인상' 외에 서울살이를 할 수 있는 적당한 일자리와 수입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셋째, 서울에서 살아가야 할 촌놈들의 '적정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이를 통해 (여당 당대표를 포함해) 촌놈 선배들이 촌놈 후배들에게 덜 미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넷째,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촌놈들에게 저출산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정당한지?
밥 굶는 친구들이 있는 상황에서 '거친 표현'이었다는 지적만으로는 부족하다. 여당의 두 유력 정치인은 현 사안에 대해 왜 견해차이가 있었는지 당시의 상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강릉촌놈'의 아버지가 권 대행의 지역구 선관위원으로 이해충돌 가능성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울살이 촌놈들의 심경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정책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지역소멸 시대, 중앙과 지역 간의 연대를 통한 공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해답은 역(逆)으로 고민해 찾을 수 있다. 청년 문제의 핵심은 '주거와 일자리'이다. 지방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거주하고, 가정을 이루기 위한 적당한(?) 일자리와 기회가 부여된다면 지역균형 발전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저출산 문제 해결도 그러하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대행의 고민은 여기서 멈춰서는 안된다. '최저임금으로 서울살이를 하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대신에 '이렇게 하면 된다'고 답을 줘야 한다. 이번 기회에 촌놈들도 서울에서든, 지방에서든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균형발전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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