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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 '서해 공무원 사건 결과 뒤집기' 사례 앞세워 "경찰국 신설"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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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상민 장관, '서해 공무원 사건 결과 뒤집기' 사례 앞세워 "경찰국 신설" 강행

사회적 논의는 어디에? "7월 15일까지 최종안 초고속 마련"

정부가 예고된 대로 이른바 '경찰국'으로 불린 행정안전부 내 경찰업무 조직을 신설한다고 27일 밝혔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브리핑을 열어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바탕으로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이에 따라 경찰을 더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으로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행안부는 앞으로 토론회와 기자간담회,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다음달 15일까지 경찰업무조직 신설안과 지휘규칙 제정안의 최종안을 도출하고, 이후 관련 규정 제·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상민 "행안부가 경찰 통제해야 민주적"

이 장관은 이번 조치로 인해 정부가 '경찰 길들이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 데 대해 강력히 해명했다. 오히려 이번 조치가 더 민주적 통제에 걸맞다고 이 장관은 주장했다. 이 장관은 "과거 역대 정부에서는 이른바 BH로 불리던 대통령실에서 경찰을 직접 지휘·통제"했다며 "이는 (경찰이) 행안부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에 위배하여 행안부를 패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로 행안부가 직접 경찰을 지휘하게 돼,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과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에 관한 정면 반박이다. 오히려 과거 경찰이 청와대의 직접 지휘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이 장관은 이에 따라 "(과거 BH에) 민정수석실, 치안비서관, 그 밖의 각 비서실에 파견된 수십 명의 경찰공무원들이 있었"던 반면 "행안부 안에는 경찰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나 직원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권력자 입장에서는 BH가 경찰을 직접 상대하는 것이 재의적 통제에 훨씬 편하고 효율적이며, 또한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어 "윤석열 정부의 원칙은 헌법과 법령에 합치되게 내각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역대 BH가 헌법과 법률이 명하는 시스템과 계통을 무시하고 경찰을 직접 상대하던 잘못된 관행의 혁파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최근 엄청나게 강화된 경찰의 권한을 보면 경찰은 치안, 경비, 교통, 정보, 수사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권한뿐만 아니라, 수사와 정보 분야는 사실상 독점하는 체제"이고 "대공 분야, 군입대 전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까지도 (경찰이) 독점"하게 됐다며 "이 상황에서 행안부마저 경찰이 알아서 잘 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면서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행안부의 직무유기" 아니냐고 반문하며 경찰국 신설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 장관은 관련 사례로 엉뚱하게 최근 여당과 정부가 여론화하고 있는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들기도 했다다. "해경이 '피살 공무원 사건'에서 절실하게 느꼈을 것"이라며 "(해양수산부의 통제가 없던) 이런 시스템 안에서는 도무지 어떤 일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우리 국민들은 알 수도 없고 사후적으로 밝히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고 이 장관은 지적했다. 해양경찰청은 해양수산부의 외청이라 행안부 소속 외청인 경찰청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이 장관 논리대로라면 해수부에는 해경국을 둬야 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경찰제도 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에 대한 행안부의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입법 대상 아니라는 이상민 장관

이 장관은 경찰국이라는 새 조직을 만드는 게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는 일이어서 '국회 입법 사항'이라는 일부 전문가들과 야당의 지적이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탄핵 사유'라는 지적에도 "위법한 행위가 아니"므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이 장관은 대응했다. 

이 장관은 "정부조직법 제34조 1항은 행안부 장관의 관장 사무를 규정하고, 5항과 7항은 치안과 소방에 관한 사무를 경찰청과 소방청을 통해서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며 "행안부 장관의 관장 업무에 치안 업무가 빠진 것이 아니"며 "(치안) 이 사무 관장의 주체가 누구인가는 명백하게 나타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어 "정부조직법과 개별 법령에 부여된 권한을 (행안부 장관이) 행사하기 위해 조직을 신설한 것은 입법자가 부여한 의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려는 것으로서 정부의 시행령으로 하는 것"이라며 "법에 없는 새로운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입법사항이겠지만 법에 이미 규정된 권한을 행사하는 조직의 직제 신설은 국회의 입법사항이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국현장 경찰관 일동'이라고 밝힌 경찰들이 27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경찰독립선언문'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권이 경찰 수사에 영향? 요즘에는 불가능해"

이 장관은 이번 경찰 조직 신설이 일선 경찰관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내 일어나는 반발을 달래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13만 경찰의 입장에서는 지휘 계통이 헌법과 법률에 맞게 정상화되는 것"이므로 "순경 등 일반 출신의 승진 개선 등 경찰행정이 보다 더 합리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다만 "(경찰 조직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여러 경로를 통해 일선 경찰들의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경찰의 반발은 앞으로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기자회견이 열리는 청사 앞에서 전국 현장 경찰관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행안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 장관은 아울러 '경찰의 독립성 침해'는 애초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다른 모든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헌법상 의무인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조직일뿐 "경찰은 헌법재판소나 법원과 같이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고 이 장관은 지적했다.

이 장관은 또 "경찰의 개별적·구체적 사건 수사에는 어느 누구도 외부에서 간섭하거나 영향력을 미쳐서는 안 되"며 이 같은 외부 권력의 개입은 "요즘 같은 세상에서 결코 가능하지도, 엄두를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전체 수사 사건이 경찰 사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20%도 채 되지 않는다"며 "행안부 안에 경찰 관련 조직이 있으면 경찰 수사 업무의 독립성이 상실되고 그런 조직이 없으면 독립성이 살아난다는 취지의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응에도 불구하고 경찰 지휘와 관련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렇게 시급하게 이 문제를 처리하는 게 온당하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장관 발표 대로면 7월 15일 최종안 발표까지 채 20일도 되지 않는 기간에 관련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정부가 일방통핸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 장관은 이에 관해 "자문위원회 구성을 처음 생각하게 된 것은 제가 행안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받은 당시에 이른바 검수완박법이라는 것이 통과되는 상황"이었다며 "제가 행안부 장관 입장에서 첫 작업으로 경찰청의 정상화 방안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것이 저는 성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지난 주말 경찰청장님하고 통화로 경찰 제도개선에 대한 우려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서로 의견 교환"을 했고 "청장님도 상당 부분 수긍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 사임과 관련해서는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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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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