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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끊긴 채 고독사" … 가전렌탈 방문점검원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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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끊긴 채 고독사" … 가전렌탈 방문점검원 잔혹사

관리직원 갑질에 "한 번만 도와주세요" … 노조 "구조적 문제"

'관리직원 갑질'의 영향으로 수입이 끊긴 가전렌탈업체 방문점검원이 고독사한 채 발견됐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가전노조)은 22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SK매직 소속 MC(Magic care, 해당 업체 소속 방문점검원)로 일해 온 A 씨(61)가 지난 10일 서울 신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가전노조 측은 A 씨가 "사망 직전까지 관리직원의 갑질로 극도의 생활고를 겪어왔다"며 A 씨 사망에 "관리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이 간접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라 주장했다.

신임 지국장 '갑질'로 수입 '0'원 … "한 번만 도와주세요"

신림동 자택에서 홀로 거주하던 A 씨는 지난달 31일 지인과의 통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지난 10일, 고령자 고독사 예방을 위한 동주민센터의 모니터링 활동 중 그의 사망이 확인됐다.

검안의는 A 씨가 급성간경화로 인해 사망했을 거라 소견을 밝혔다. A 씨의 유족은 "고인이 자주 가던 마트 주인에게 물어보니 한 달 전부터 술을 많이 사갔다고 한다. 식사는 즉석죽으로 때운 수준"이라며 "스트레스로 건강이 급격히 악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전노조는 A 씨가 사망 전 스트레스에 시달린 이유가 직장 내 갑질 문제에 있을 것이라고 봤다. 노조에 따르면, 서울 지역에서 5년 넘게 렌탈 제품 방문점검 업무를 맡아온 A 씨는 지난 4월부터 관리직원 B 지국장에 의해 담당 관리계정(제품점검 건)을 몰수당하면서 수입이 완전히 끊긴 상태였다.

SK매직 MC(방문점검원) 직은 SK매직 측과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기본급이 책정되지 않는 MC들에게 관리계정은 거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노조는 B 지국장에 의해 이 수입원이 끊기면서 A 씨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는 "B 지국장이 계정처리 지연을 이유로 A 씨에게 퇴사를 종용했다"는 등 관리계정 몰수 이외의 갑질 정황도 제기한 상태다.

실제로 노조가 22일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국장한테 해고 통보를 받았다", "(관리계정 배정을 위해) 한 번만 도와 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A 씨가 동료에게 발송한 메시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국장 B 씨는 (A 씨 업무지역으로) 발령오기 전부터 (MC들의) '군기를 잡겠다', '기선을 제압하겠다' 같은 말을 공공연히 했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업무구조상 방문점검원과 지국장 사이의 갈등관계는 흔한 편인데, B 씨가 A 씨에 대한 '갑질'을 통해 소위 본보기를 보이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생전 A 씨의 메시지. 가전노조는 "관리계정을 배정받지 못한 A 씨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제공

관리직원이 현장직원 '생사여탈권' 쥔다 … 방문점검원 잔혹사

노조 측은 이번 사안이 "결국 업계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한다.

SK매직 등 업계 기업이 방문점검원을 고용하는 형태, 점검원들에게 기업이 제공하는 열악한 처우 등이 '(관리직원이 방문점검원에게) 갑질을 할 수 있고, 해도 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최저생계가 보장되지 않는 점 △고용안정성이 취약한 점 △현장 안전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특히 "특고 형태인 방문점검원들에겐 기본급이 제공되지 않는 데다, 식대·차량유지비·통신비 등 업무상 발생하는 필수비용도 지원되지 않는다"며 "부대비용을 제했을 때 실질적인 월 수입이 100만 원 초반으로 최저생계 유지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이렇게 열악한 생계구조 위에서 방문점검원들은 "한 건 당 6000~7000원의 수수료를 받는" 관리계정 배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데, 계정 배분권리의 전권이 "관리직원인 지국장의 손에 달려있어, 사실상 방문점검원의 생사여탈권이 지국장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관리직원들의 갑질 문제'에 대한 회사의 미온적인 대처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B 씨만 해도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하고, 직장 내 괴롭힘 사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점수되는 등 방문점검원들 사이에선 이미 악명이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B 씨는 그간 접수돼온 직장 내 괴롭힘, 업무상 비위 등의 문제로 오는 25일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한편 SK매직 MC지부를 비롯한 전국 가전노조 측은 지난 4월에도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직장 갑질 근절 △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요구한 바 있다.

노조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현장투쟁, 기자회견은 물론 사측에 공문을 발송하는 방안 등 여러 갈래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다"라며 "궁극적으론 노동자들에게 너무 불리하게 잡혀있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막중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사측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등) 사안에 대해서 엄정하게 조사하겠다"면서도 "고인의 사망 원인을 관리직원의 갑질로 특정하는 것은 무리수"라는 입장을 내놨다.

SK매직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고인은 10년 이상 간질환 지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B 지국장의 갑질 문제도 조사 중이지만, 아직은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퇴사 권유 문제 또한 고인의 지병으로 업무처리가 지연되어 어쩔 수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 6일 통의동 인수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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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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