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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배민 '사기죄'로 고발…"거리 과소 측정해 손해 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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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배민 '사기죄'로 고발…"거리 과소 측정해 손해 입어"

"플랫폼업체 알고리듬 검증 가능케 제도 개선 필요" 주장도

라이더유니온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을 '사기죄'로 고발했다. 배달의민족으로부터 의뢰받은 100건의 배달료를 분석한 결과, 배달의민족이 운영하는 요금제에 오류가 있어 노동자가 실제 받아야 할 수익을 다 받지 못해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14일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달의민족 실거리 요금제가 측정하는 예상 이동 거리는 오토바이의 유턴, 일방통행, 좌회전 가능 여부와 같은 실제 교통 정보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다"며 "교통법규를 준수해 오토바이로 장거리 배달을 해야 하는 라이더들은 그로 인해 기본 배달료 1000∼2000원씩 덜 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배달의민족 배달 100건을 분석한 결과 배달의민족 앱 거리 정확도는 28% 정도에 불과했다"고 라이더유니온은 지적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4월 21일부터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해 라이더의 배달료 산정에 중요한 요소인 운행거리를 측정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프로그램이 측정한 거리가 라이더의 실제 이동 거리와 달라 배달 노동자의 이동거리가 과소 추계되고, 그로 인해 노동자가 실제 받아야 할 배달료를 다 받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실제 배달 거리가 과소측정된 실제 사례를 공개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서 배달한 라이더의 실제 이동거리는 내비게이션 어플 상 4킬로미터였으나, 배달의민족 프로그램에는 2.7킬로미터만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배달노동자는 이동거리 1.3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요금인 1040원을 덜 받고 배달을 하게 됐다. 

배달의민족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개발한 개발자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이재일 우아한형제들 딜리버리플랫폼팀 개발자는 지난 2월 10일 카카오모빌리티 네모 컨퍼런스에서 "단순 직선거리로 배달비를 계산한 것과 실제 거리가 많은 차이가 있을 때는 배달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좀더 높은 거리로 측정된 다른 주문을 수행하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을 해 주문을 기피할 수 있다"며 "배달원에게 거리 기반 요금을 납득시킬 수 있는 공신력있는 서비스를 찾게 되었고 많은 배달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 내비를 고려해보고 있다"며 타사 네비게이션 어플까지 언급했다.

▲라이더유니온이 14일 공개한 배달의민족 앱의 거리 과소 측정 사례. 내비게이션상 배달노동자는 4킬로미터를 이동했으나, 배민 요금 측정기에는 2.7킬로미터의 이동 거리만 표기됐다. ⓒ라이더유니온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3년 차 배달노동자는 직접 배달의민족의 거리 측정 프로그램이 알려주는 길로 목적지를 따라가보았으나 건너편에 목적지가 있어 불법 유턴을 하지 않으면 배달의민족이 측정한 거리 안에서 배달을 완료할 수 없음을 영상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다. 그는 "배달의 민족에서 알려준 거리만큼을 가보면 그 자리에서 불법 유턴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배달의민족에서는 2.7킬로미터가 걸린다고 했지만 실제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거리는 3.5킬로미터인 경우가 있었다. 거리 계산 오류로 인해 불법 유턴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배달의민족이 거리 산정에)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은 도로정보에 기반해 예상 이동 거리를 측정한 것"이라며 "이 시스템을 적용한 이유는 일반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시 실시간 도로 상황을 반영하기에 거리 산정이 일관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 내비게이션과 비교했을 때 종류나 조건에 따라 예상 이동거리가 짧게 나올 수도 있고 길게 나올 수도 있다"며 "계속해서 해당 문제를 검토하고 있고 고도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알고리듬은 '취업규칙'... 검증할 수 있어야"

라이더유니온은 더 근본적으로 배달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관련한 플랫폼 업체의 프로그램 알고리듬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고리듬은 배달 노동자의 임금 등 기본적인 노동 조건을 규정하기 때문에 일반 기업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므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 측은 "영업상 기밀에 관한 상황이라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제93조에 따라 근로계약에 적용되는 임금이나 근로일자, 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 등을 기업이 명시해 놓은 규정이다.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에게 기업이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사내규정이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취업규칙 작성과 이를 공개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업체가 제시하는 실시간 배달료는 매초마다, 동네마다 시시각각 바뀐다"며 "배달료가 얼마인지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수익이 어떤 방식으로 책정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반면, 배달의민족이 개별 상점에서 걷는 배달수수료는 고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체는 각 사업장에 고정적 수익을 걷지만, 배달 노동자에게는 불투명한 근거를 들어 배달료를 지급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 업체는 로그인한 배달 라이더, 배달일의 날씨, 배달량 등을 고려해서 배달료를 정한다고 하는데, 어떤 날은 비가 와도 배달료가 안 오르고, 어떤 날은 날씨가 좋은데 배달료가 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달료의 산정 방식, 배달료 산정 기준과 배차 방식은 기본적인 노동조건"이라며 "미리 공지되어야 하고 플랫폼 업체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물 노동자처럼 배달 노동자도 안전배달료를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 파업을 통해 안전운임제가 화물 노동자 노동조건에 중요한 제도임이 알려지게 됐는데, 비슷하게 배달 노동자에게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라이더유니온은 △노동부의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구성 △배달노동자에 안전배달료(건당 최저임금) 도입 △라이더보호법 국회 통과 △배달의민족 측의 오류 인정 및 제대로 된 실거리요금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배달의민족(배민)의 실거리요금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배민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대한 검증과 안전배달료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거리 산정에 있어서 배민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기준과 실제 거리가 차이가 난다며 배민을 고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오민규 플랫폼노동 희망찾기 활동가는 "(알고리듬은) 배달 플랫폼으로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과 소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항목이며 일반 기업으로 따지면 '취업규칙'과 같은 것"이라며 "과거 운수회사가 배차 시스템을 바꾸려면 반드시 기사들과 집단적인 협상을 벌였던 것처럼 배달 노동자에게는 알고리듬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활동가는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 업체의 알고리듬은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삼도록 해야 한다"며 "고용노동부가 주도적으로 관련 검증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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