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14일 민생 대책기구를 나란히 발족하며 물가 안정 대책 찾기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에 화물연대 파업 문제 해결을 위한 원포인트 회동을 긴급 제안하기도 했다. 물가 고공행진 속에서도 집안 싸움에 골몰하던 여야가 뒤늦게 '민생 정당'을 표방하며 민심을 다독이는 모습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발대식을 열고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여야 이견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민생을 우선하자는 데 있어 여야가 따로 없다"며 화물연대 파업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당 대표 및 원내대표 간 4인 회동을 제안했다. 물류대란으로 인한 경제 위기 상황 극복이 최우선 민생 과제라고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원포인트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지난 11일 10시간 반 동안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안전운임제(화물차 과속과 운전자 과로를 막기 위한 최저 운임)에 대한 의견 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우 위원장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중단하고 물류대란과 새로운 서민 경제가 위기로 가지 않도록 하는 지혜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결론 내릴 필요가 있다"며 "진지한 제안에 답해주실 것을 부탁한다"고 했다.
그는 "책임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당장 급한 것이 어딘지, 도와줘야 할 게 뭔지 등 단기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의논해봐야 한다"며 "당장 할 수 있는 건 하지만 시간이 걸리는 것은 우리 합의를 믿고 기다려달라고 여야가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의힘에) 제안을 했으니 15일, 16일이라도 빨리 만나서 정리해서 해법을 내서 여야 공동 의견으로 파업 중단을 요청하면 해결되지 않겠나 해서 제안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민생 문제 해결에는 머리를 맞대겠다고 하면서도 정부 대응에 대해 "안이하다 못해 처참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라는 삼중고로 서민 경제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국민은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르는데 윤 대통령은 영화를 보고 팝콘을 먹으면서 빵쇼핑을 했다. 황당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국회 제1당인 민주당이 민생문제의 책임을 지고 세밀하게 챙기겠다"며 "이날 출범하는 민생우선실천단은 민주당 비대위가 국민께 약속드린 유능하고 겸손한 민생 정당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이날 출범한 민주당 민생우선실천단 단장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부단장은 김성환 정책위의장, 이학영 민생연석회의 수석부의장이 맡기로 했다. 박 원내대표는 다음날인 15일 국회 인근 대형마트를 찾아 물가 현장 점검 및 간담회도 열 계획이다.
우 위원장의 회동 제안에 대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사실상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와 권성동 원내대표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단계에서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화물연대와 화주 간 협상에 진척이 있는 걸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진행되는 협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정부가 중재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기에 지금 단계에선 정치권이 시간을 두고 생각하는 게 옳다"며 "저희도 진척을 보며 유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제안한 회동에는 거부 의사를 나타내면서도,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를 같은날 발족하며 집권 정당으로서 민생을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위 위원장으로는 국회 기획재정위 간사로 내정된 류성걸 의원이, 위원으로는 정운천·박수영·서일준·배준영·최승재·조은희·이인선·박정하 의원 등이 내정됐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정부는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외적변수와 통제 불가능한 요인들에 의해서 물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유류세의 탄력세율을 최대한 높여 국민부담을 줄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류 의원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5.4%로 6%대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생과 물가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을 위원으로 모시고 출범하는 특위인 만큼 당과 정부, 민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가능한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하고 민생 현장에 적용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성일종 의장이 직접 정부와 연락해 유류세 인하나 각종 관세율 인하에 대해 주문하고 있고 그와 관련된 입법이 필요하면 바로바로 시행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다만 화물연대 파업에 '여당 역할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선 "지금으로선 당이 협상 당사자가 아니고 중재자도 아니라 정부의 협상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고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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