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색, 푸른 색. 그 사이의 노란색 빛'. 젊은 스타 가수의 노랫말이기도 하지만, 정의당의 처지에 대한 비유로도 많이 사용됐던 말이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이 지배하는 정치구조에서 꾸준히 '대안'을 이야기해 왔다. 매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나타낸 지지율은 양당 중심 정치에 대한 변화 열망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정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3%에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을 얻는 참패 끝에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폭력 사건 논란까지 나왔다. 이번 6.1 지방선거가, 지난 대선으로 막을 내린 '1세대 진보정치'를 이어갈 다음 세대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포부는 이런 척박한 토질에서 싹을 틔웠다.
서울의 25개 구 중 유일하게 정의당 기초단체장 후보로 출마선언을 한 조성주 마포구청장 후보는 그 포부의 당사자이다. 과거 당 대표 선거에 나가고 총선에도 출마했던 그는 마포를 정의당의 새로운 테스트베드, 즉 묘판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마포는 창원과 울산에 이은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략 지역이 될 것"이라며 "제 선대본부장을 맡은 장혜영 의원, 시의원 비례대표 1번으로 나온 오현주 전 대변인, 김가영·전진형 마포구의원 후보 등과 함께 변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조 후보는 기존 대공장 밀집 지역이 진보정당의 온실 역할을 했던 것과 대비해, 마포를 "프리랜서·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많은 곳", "LGBT를 포함한 지역 커뮤니티 운동이 활발한 곳", "여성 1인 가구가 많은 곳"으로 정의했다.
전통적 자본-노동 구도에서 노동자가 사회적 약자이듯, 2022년 현재 한국에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는 이들이고 때문에 "진보정치가 여기서 새롭게 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양당 정치 구도에 대한 도전의 의미도 여전히 강조했다. 조 후보는 현재 마포는 "정청래 왕국"이라며 "마포의 정치·행정이 한 정치인의 호불호에 반응하고 있다. 고인 물을 갈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24일 망원동 선거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마포, 그리고 다음 세대의 진보정치를 이야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마포에서 10년, 2기 정의당을 준비하겠다"
프레시안 : 제3당 후보로서 현실적으로 승리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정의당은 이번 대선 결과도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조성주 : 당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게 내가 출마를 결심한 이유다. 정의당에 복귀하고 나서 정책위부의장으로 일하다가 대선 때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전국을 돌아다녀 보니 당의 지역 상황이 너무 어려웠다.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고민했다. 어렵지만 길을 내야 한다고 봤다.
정의당이 어렵다고 하지만 전국에서 35세 이하 청년 후보들이 이번 지방선거에 30명 정도 출마했다. 우리 지역에도 김가영·전진형 두 후보가 있다. 희망은 이들에 의해 반드시 만들어진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프레시안 : 당 대표 선거, 총선에 출마했었는데, 광역단체장이 아닌 기초단체장 선거로 나선 것을 다소 이례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을 것 같다.
조성주 : 물론 저도 정치인이니 다른 계획도 검토해 봤다. 당 대표 선거, 총선 비례대표 경선에 출마했지만 지역구 선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정의당 상황에서 유권자와 더 가까운 곳에서, 당원들과 더 가까운 곳에서 시작해야 당의 재도약에 보탬이 된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사실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은 국회의원보다 지역구는 넓은데 출마하는 후보는 워낙 많다. 지역이 넓으니 선거비용이나 인력도 배로 든다. 유권자와 만나기도 쉽지 않다. 기초의원처럼 손에 잡히는 대상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정의당 출마자가 적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쉬운 길로 가면 그건 도전이 아니다.
서울시장 후보로도 거론됐고 여러 역할을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마포구청장을 선택한 건 '새 지역 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정의당의 전통적 주요 지역인 울산·창원은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 큰 제조업 공장, 노동조합에 기반을 둔 지역 정당 모델이 1기 정의당이었다. 그런데 이 시대에는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가 많이 등장했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 이를 반영한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의 새 모델이 가능한 곳이 전략적으로 봤을 때 마포였다.
프레시안 : 마포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았나? 구체적으로 울산·창원과 마포는 어떤 차이가 있나?
조성주 : 20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후 20여년이 지났다. 그 사이 진보정당의 지지자 구성도 변했고 소위 '계급 기반'이라던 민주노총도 변했다.
마포는 메트로폴리스다. 뉴욕보다 다채롭고, 베를린보다 자유롭다. 우선 문화적으로는 최신 트렌드를 이끄는 곳이다. 지역 커뮤니티 운동이 어느 곳보다 활발한 곳이다. 특히 LGBT 커뮤니티가 활발하다. 1인 가구, 그중에서도 여성 1인 가구가 많다. '정체성 정치'가 치열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곳이다.
마포의 노동은 어떤가. 전국 타투이스트 샵의 절반이 홍대 인근에 모였다. 상암을 중심으로 한 방송노동자 등 프리랜서,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들이 많다. 가장 최신의 노동이면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제가 그동안 주장해 온 노동 밖의 노동, 광장 밖의 노동자가 살아가는 곳이다.
다양성이라는 가치, 기존 진보정치와 노동운동이 잘 대표하지 못했던, 하지만 가장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 새로운 노동. 다양한 생활과 가치관,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 진보정치가 여기서 새롭게 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마포는 창원과 울산에 이은 진보정치의 새로운 전략 지역이 될 것이고 그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일종의 전략적 테스트베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기초의원 후보들이 동반 당선돼야 이 모델이 가능하다. 김가영·전진형 두 기초후보의 당선은 이 선거의 중요한 목표다.
프레시안 :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장 이뤄야 할 단기적 목표에 대한 얘기는 아닌 듯하다. 조 후보가 주장해온 향후 정의당의 노선 문제와 불가분일 듯한데.
조성주 : 2020년 총선 이후 정의당 내에서는 노선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우선 '정의당은 전통적으로 노동 정당인데 너무 정체성 정치에 경도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고, 반대로 다른 한쪽에서는 '너무 옛 관성에 사로잡혀 있다. 다양한 가치와 정체성에 기반을 둔 에너지가 표출되고 있는데 당이 충분히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정의당은 두 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제가 말씀드리는 지역 모델은 2020년 총선 이후의 정의당 내 두 가지 목소리를 교차한다. 마포에서의 지역 모델로 그게 가능하다. 이 두 노선은 서로 경쟁하는 게 아니라 결합돼야 한다. 정체성 정치로 표출되는 다양한 정체성의 시민, 이들이 하는 노동은 기존의 노동과 다른 형태의 노동이다. 이 두 가지는 분명 결합할 수 있다. 제 선대본부장을 장혜영 의원이 맡게 된 것도 저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만은 아니다. 노선에 대한 고민을 그간 함께 많이 해왔다.
조성주가 대표하는 것은 청년유니온 등 '조직된 노동' 바깥의 노동이다. 장혜영이 대표해온 건 젠더와 장애 등 다양한 정체성이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당의 진로와 관련된 토론과 논쟁이 불가피하다. 당의 존재 가치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지만, 진보정치의 필요성 자체가 끝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우리다. 정치노선·조직노선·조직진단·이념과 가치의 재수립 등 전면적 논쟁이 필요하다.
지방선거 후 시작될 당직 선거에서 이 논쟁이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은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이자 진보정치가 2기로 넘어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1기 진보정치'는 지난 대선에서 장엄한 막을 내렸다. 대선 종합상황실장으로 심상정 대선후보의 측근에서 서로 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막을 내릴 때가 됐고, 그 막을 내릴 사람은 심상정밖에 없었다. 이제는 다음 주자들이 나서야 한다.
프레시안 : 지방선거 이후 당직 선거, 또 2년 뒤엔 총선이 있다. 마포에서의 도전은 향후 몇 년을 보고 시작하는 것인가?
조성주 : 짧게는 지금부터 10년 정도 이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증명되고 자리잡게 할 것이고, 이번 선거는 그 첫걸음이다. 정의당도 10년 정도 기간에 걸쳐 재정립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마포 외에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도전이 있나.
조성주 : 대선 이후에 아직 세밀하게 여러 토론을 해보지 않아서 구체적으로는 잘 모른다. 노원 같은 곳도 고민이 있는 걸로 안다. 이은주 의원이 준비하고 있고, 이번에 구의원 청년 후보를 냈다. 노원의 인구 구성도 변한 지 오래됐다. 그런 부분 때문에 노원도 고민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최근 발생한 성추행 및 2차가해 논란이 있다. 이는 정의당이 지방선거에 고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선거 후보이자 주요 당직자를 지낸 지도자급 당원으로서 이에 대한 입장은?
조성주 : 사건 자체보다 이후 처리 과정에 대해 고민을 더 했어야 했다. 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의 입장 발표 이후 당은 '수습'을 중심으로 대처했다. 물론 선거를 치르고 있으니 그런 사정은 어느 정도 이해한다. 저도 지역선거 후보로서 당이 리스크 관리 측면으로 대처한 것이 이해는 간다.
그런데 놓친 게 있다. 강 전 대표는 어쨌든 피해자다. 스스로 성폭력의 피해자임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당이 먼저 취해야 하는 건 피해자에 대한 위로와 존중, 보호. 이런 입장을 좀 더 당이 먼저 강하게 이야기한 다음에 나머지를 해야 했다. 이 선후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당내에서 강 전 대표를 피해자로서 대하는 위로·존중·보호 측면이 굉장히 약했다. 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피해자를 향한 당내 비난을 멈추게 하고 피해자가 고립감을 느끼지 않게 당이 의지를 가지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다만 성폭력 사건은 강 전 대표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으로 당기위원회에 제소된 것과 무관한 일이다. 둘은 별도의 사안이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대한 위로, 조력, 보호 조치는 그 당사자가 누구라도 당이 해야 할 의무이다. 강 전 대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기구의 절차에 충분히 협조할 의무도 있고 그 과정에서 강 전 대표의 반론권도 보장돼야 한다. 그 사건에도 피해자가 있다. 그 피해자에게도 성실한 상호 조치가 필요하다. 이 두 사건이 분리되지 않고 섞이면 어떤 피해자도 충분히 보호할 수 없고 해결책이 안 생긴다.
"마포에서 견제해야 할 권력은 민주당과 정청래 왕국"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정의당의 지방선거 도전에 대해 '현실적으로 당선이 어렵지만 다음 총선 등에 대비해 이름을 알리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실적인 승리의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이에 반박한다면?
조성주 :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안정이냐, 견제냐 이 구도로만 이야기하는 게 있다. 그런데 마포는 좀 다르다. 마포에서 지난 6번의 선거 모두 민주당이 이겼다. 마포를 두고 '정청래 왕국'이란 표현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 스스로도 대표적인 텃밭, 왕국처럼 운영한 곳이다.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한다고 하지만, 마포에서 견제해야 할 권력은 민주당과 정청래 왕국이다. 그들이 마포에서 기득권이고 강한 권력이기에 여기에 대한 심판과 평가가 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은, 이것(정청래 왕국)을 누가 심판할 것이냐는 문제이기도 하다. 국민의힘인가? 국민의힘의 이번 마포구청장 공천 과정을 보면, 원래 경선에서 1등으로 당선된 후보가 전과 문제로 낙마하고 후보등록 당일에 다른 후보를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특히 마포에서는 민주당을 견제할 준비 자체가 안 됐다고 본다. 오히려 민주당 권력, 정청래 왕국에 도전하고 심판할 사람으로 정의당 조성주라는 새로운 인물을 호명할 수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마포가 '정청래 왕국'인 건 그저 정 의원이 잘해와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정청래 왕국'이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나?
조성주 : 민주주의가 구현되고 있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반응하는 게 아니라 특정 정치인에게 반응하는 정치 행정이 되는 게 핵심문제다. 아까 말한 것처럼 마포는 굉장한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다른 사람들,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모인 도시다. 그렇다면 마포의 정치·행정도 이 다양성에 반응해야 하는데 지금은 한 정치인의 호불호에 반응한다.
대표적으로 마포의 유권자, 시민단체 등을 만나면 마포구청이 뭘 하는 게 없다고 한다. 서울의 다른 구청들을 보면 지방자치가 발전되는 게 보인다. 단체장들이 조금씩 혁신적인 사업을 하며 지역주민에게 다가가고, 그래서 중앙정치에 거물급 정치인으로 올라가려고도 한다. 그런데 마포는 그런 게 없다. 낡은 행정. 협치, 민관거버넌스나 다양한 혁신적인 사업에 주력하기보다는 한 정치인의 심기를 본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생기냐, 구청장이 자기 고향에 387억짜리 구민 휴양시설을 지으려 한 일이 있었다. 결국 취소됐지만, 이런 일이 오늘날의 지방자치에서 일어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업무추진비 논란, 구의원이 지역 재개발 조합장을 맡는 등 이해충돌 문제 등도 있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당선되니까.
이번에 출마한 민주당 구의원·시의원 후보들이 다 정청래 의원과 찍은 사진을 걸었더라. 지방선거를 하는 건지 2년 후 총선을 대비한 정청래 5선 캠페인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게 맞는 건가. 고인 물을 갈자는 것이다. 일곱 글자다. '정청래 왕국 해체'. 그를 위해 정의당 조성주를 사용해 달라. 민주주의자의 다른 정치를 보여드리겠다.
프레시안 : 출정식 연설에서 손혜원·강용석 등 정 의원 외에도 다른 마포 지역구 전직 국회의원들을 거론하며 '마포의 정치가 너무 극단화됐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조성주 : 마포를 대표했던 강용석·손혜원·정청래 같은 분들은 한국 정치의 가장 극단을 상징하는 분들이다. 본인들 지지자는 많이 모으셨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정치는 이들에 의해 확실히 나빠졌다. 자기 진영 강성지지자에게만 호소하는 정치는 민주주의와 멀다. 가장 나쁜 형태의 정치다.
그런데 마포의 극단적 정치의 책임은 야당에게도 있다.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그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싸웠으면 (민주당도) 긴장하고 변화했을 텐데, 국민의힘은 패기도 없고 대응할 실력도 갖추고 있지 못하니 무시당한다.
"마포구청은 동성혼 접수를 합니다"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마포구의 지리적 특성을 보면, 시장 전집 골목이 있는 공덕동도 마포이고, 새로 지은 DMC도 마포이고, 젊은이들 많은 홍대·합정도 마포다. 선거 전략을 대체 어떻게 세웠나?
조성주 : 조금 힘들다. (웃음) 마포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마포갑 지역구에 속하는 공덕·도화·아현 지역은 이른바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로 대표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다만 유권자들이 부동산 가격에만 반응하는 건 아니고 교육, 환경, 의료에도 관심이 많다.
마포을에 속하는 곳은 상암, 그리고 망원·합정·서교가 있다. 두 지역도 다른데 앞서 말한 것처럼 노동의 형태가 마포갑 지역과 다르다. 망원·합정·서교 지역은 지역 커뮤니티가 활발하고 젊은 세대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상인, 자영업자도 많다. 세 지역의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선거전략 차원에서는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세 지역을 교차하는 게 무엇일까. 그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다양성', '다채로움'을 키워드로 잡았다.
프레시안 : 그래서 각 지역에 맞는 공약은?
조성주 : 마포가 문화적으로 화려하고, 주거환경도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세련되고 그런 이미지가 있지만 의외로 인프라가 약하다. 대표적으로 상암동에 거주하는 방송노동자들이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고 하더라. 방송국 내 어린이집은 방송국 소속 노동자만 이용할 수 있는데, 방송 노동자 대부분은 프리랜서다. 그래서 강하게 요구되는 게 공동 어린이집, 그리고 아이는 놀면서 나는 옆에서 일할 수 있는 키즈카페 등이다.
또 하나, 마포는 의료 인프라가 매우 취약하다. 서울 인구 1000명당 평균 병상이 9개인데 마포는 2.5개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 수요는 늘어났는데 준비가 전혀 안 된 것이다.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을 유치하겠다. 오세훈 후보는 그걸 서초구 원지동에 짓겠다고 발표했는데, 강남은 서울 '빅5' 병원이 다 모여 있다. 거기에 왜 그걸 또 짓나.
이런 것은 마포에서 민주당이 비판하든지, 국민의힘이 설득하든지 반응이 있었어야 하는데 전혀 없다.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마포의 민주당은 뭐하는 건가.
프레시안 : 다른 노동 공약은?
조성주 : 배달 라이더, 요양보호사 등을 만났다. 마포의 요양보호사에 주목한 건 돌봄과 관련해 마포가 노인 인구 비중이 큰데다 1인 가구가 많아 돌봄 수요가 많다. 마포의 요양보호사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열악한 노동환경이다. 국가에서는 돌봄노동을 필수노동이라 지정했는데 위험수당이나 휴가 등은 전혀 없다. 심지어 코로나 자가검진 키트조차 지급 안 됐다.
또 마포는 서울에서 배달 건수가 5위 안에, 전국 10위권 안에 들어가는 지역이다. 라이더, 배달노동자들의 가장 큰 요구는 안전이었다. 배달노동자들은 굉장히 빠르게, 위험하게 질주하게 되는데 자체적으로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그분들 생각이다. 그런데 (업계) 자율규제를 만들기 위해 구청과 협의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마포구청은 이들과 대화를 한 적이 거의 없다.
마포구청은 노동자 개념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굉장히 좁게 보고 있다. 마포구 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그나마 생겨서 넓은 범위의 노동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지만, 구청 차원의 노동정책이 거의 없고 위탁된 센터에 맡겨놓고 있다. '일하는 시민을 위한 마포구 조례'를 만들고, 노동 전담 부서를 두겠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을 마포 차원에서 노동공제회 형태로 만들겠다. 이 3가지가 지금 중요한 노동 정책 과제라 생각한다.
프레시안 : 마포구는 상권도 크고 자영업자도 많다. 자영업자를 위한 공약은?
조성주 : 소상공인·자영업자 쪽은 두 가지 정도 고민하고 있다. 하나는 마포가 젠트리피케이션 위험이 큰 곳이다. 실제로 경의선숲길이 수색까지 이어지는 마포의 자랑인데, 이 길을 따라 이미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마포형 안심 상가' 정책을 하겠다. 젠트리피케이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서 상인들과 함께 적절한 위치, 기간, 임대료 등을 논의하겠다.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상인들이 공공에서 미리 확보한 안심 상가로 옮겨와 일정 정도 임대료 수준을 유지하면서 장사를 계속할 수 있는 것이 '마포형 안심 상가' 정책이다.
또 하나는 자영업자 지원 정책이다. 마포구 차원에서 손실보상을 좀더 세밀하게 해야 한다. 동네 서점 등 기존의 (중앙정부의) 자영업 손실보상은 사각지대가 많다. 서점의 경우 대형서점 매출은 올랐다지만 동네 서점은 아니다. 그런데도 손실보상에서는 제외됐다. 실태조사를 해서 마포 차원에서의 손실보상이나 지원을 할 계획이다.
프레시안 : 지역 커뮤니티,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활발한 지역이고 대안적 삶을 추구하는 분들도 많다. 이들에 특화된 공약이 있나?
조성주 : 마포의 지역 공동체, 협동조합 등을 만나며 간담회를 해왔다. 제일 강하게 요구됐던 건 '대화'였다. 성미산 개발과 관련해서 마포구청과 투쟁하는 (지역 공동체) 사람들이 있다. 그분들의 요구는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왜 대화하지 않느냐'였다. 개발, 운영은 어떻게 할 건지 등을 주민과 이야기해야 하는데 안 한다는 게 큰 문제다. 지역 커뮤니티와 구청과의 거버넌스, 위원회 등의 공식적인 대화 채널이 필요하다. '시민 부구청장' 제도를 만들겠다는 이유다.
LGBT 커뮤니티도 마포에 많다. 그분들과도 간담회를 했는데, 가장 많이 요구된 것은 '마포 생활동반자 조례'다. 마포구청에서 동성혼 접수를 할 것이다. 물론 허가는 법원에서 하는 거지만 접수한다는 건 데이터를 남긴다는 뜻이다. 구청 차원에서 법적인 부부에게 제공되는 각종 복지서비스를 생활동반자에게도 적용할 것이다. 지자체들은 신혼부부 전세자금 이자 지원, 건강검진 지원 등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서 동성커플이 배제될 이유가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마포를 만들고 싶다.
무엇보다 최근 혐오범죄 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마포도 마찬가지다. 향후 구청장에 당선되면 자치경찰제 등을 요구해 마포에서는 혐오범죄, 헤이트스피치 등을 제재해 공공 안전을 만들어가겠다.
프레시안 : 앞서 마포구에서는 성소수자 의제를 다룬 버스정류장 광고, 길거리 현수막 게재를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조성주 : 그런 일은 당연히 있어선 안 된다. 마포에는 반대로 모범적인 사례도 있었다. LGBT 커뮤니티가 퍼레이드를 했을 때, 인근 상인회에서 환영한다는 무지개 깃발을 걸었다. 이번에 LGBT 커뮤니티와의 간담회 이후 만든 공약은 '마포에 퀴어퍼레이드를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꼭 하고 싶다. 뉴욕시장도 프라이드 퍼레이드에 행진했다. 나도 할 거다. 또 성소수자 청소년 지원을 위한 레인보우 지원센터, 성소수자들이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클리닉 등을 계획하고 있다.
또 세계 타투컨벤션을 마포에 유치할 것이다. 타투유니온과 간담회하면서 만든 공약이다. 타투는 합법화될 것이고 그때까지 마포는 단속하지 않을 것이다. 타투를 마포의 주력산업, 전략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타투컨벤션을 개최하면 세계적인 배우, 가수 등이 마포에 와서 타투를 받을 것이다. 제가 그 간담회하던 날에도 한 타투이스트가 LA에 출장갔다. 배우들 예약이 돼 있어서. 마포에 컨벤션을 유치하면 타투이스트가 왜 LA로 가겠나. 마포로 오게 하면 된다.
프레시안 : 부동산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이란 말이 있지 않나.
조성주 :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세 가지 정도가 보인다. 주민들 만나보면 마냥 다 개발을 좋아하진 않는다. 마포에 아파트가 들어오고 1인 가구가 많아졌지만 또 오랫동안 이 지역에 토박이로 살아온 분들이 있다. 이 분들 같은 경우는 마포가 지금처럼 조용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경의선숲길 주변도 그렇다. 딱 지금 정도였으면 좋겠다고 한다. 여기서 더 뭐가 되면 시끄러워질 것이란 반발심도 크다. 그래서 적정한 개발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주민들이 최대한 떠나지 않게 하는 것, 세입자 중심의 주거정책이 필요하다. 마포는 어쨌든 1인 가구가 많고 세입자 비중이 크다. 제 계획은 '주거수당'이다.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완전히 다 적용하기엔 290억 원이 필요하니 무리지만, 20만 원으로 시작해서 단계적으로 준비할 것이다. 저희 검토에 따르면 1년에 70억 정도면 조금씩 단계적으로 확대해서 주거수당 정책을 진행할 수 있다. 월세가구, 1·2인 가구가 마포에 정착해 살 수 있게. 밀려나지 않게 하는 정책들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마포구 주민들과, 전국의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달라.
조성주 : 기초단체장이 세상을 전부 바꿀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변화를 말해야 한다. 우선 마포형 연립정부를 만들겠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다. 이견이 경쟁하고, 토론하고, 조정되는 정치를 만들겠다. 그것이 오래가는 변화를 만드는 길이다.
기존 행정이 관심갖지 않았던 다른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것이다. 일하는 사람, 성소수자, 장애인, 지역커뮤니티의 대표들. 구청은 이들의 다양화된 목소리를 듣지 않으니, 수년간 이런 목소리는 서울시에서 다뤄왔다. 시민에게 구청이라는 다른 채널이 생기게 하겠다. 거기서부터 거대하지는 않지만, 소중하고 중요한 변화들은 시작된다.
앞서 말했듯, 지방선거를 '견제냐 안정이냐'로만 보지 말고 변화로 봐 주시면 좋겠다. 마포에서의 정의당의 도전은 진보정당이 다음 버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마포 구의원으로 김가영·전진형 두 젊은 후보가 출마하고, 마포 지역위원장인 오현주 후보와 성소수자 오승재 후보가 서울시의원 비례후보로 출마했다. 또 장혜영 의원이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마포에서 젊은 새 리더십이 만들어지고 진보정당의 다음 버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주목해 달라.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