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핵발전 지역'의 주민을 지켜주는 지방정부를 원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핵발전 지역'의 주민을 지켜주는 지방정부를 원한다

[지역의 '전환과 안전', 지방선거 환경정책 제안] ② 환경보건 안전 : 원전과 방사능

환경은 또 실종됐다.

6.1지방선거가 성큼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후·환경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늘 그렇듯 지방을 살리겠다는 개발 공약만 넘쳐난다.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은 사라졌다. 그러나 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지방정부는 기후·환경 정책의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기후위기 시대 지방정부의 역할을 제시한다. 17개 광역 및 기초지역의 환경정책의제를 수집한 결과를 소개한다. <프레시안>은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유권자들의 지방선거 후보 선택 기준을 제공하고자 지역 주민들의 열망이 담긴 지방선거 기후·환경 의제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관련기사 바로가기 ☞ [지역의 '전환과 안전', 지방선거 환경정책 제안] ① 환경보건 안전 : 4대강사업과 녹조독성)

'원전과 방사능' 문제는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처럼 대형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하면 한국사회 전체가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역 환경 의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환경운동연합이 2022년 지역 환경 의제를 취합한 170개 의제 중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재생에너지', '기후 거버넌스', '에너지효율'이었다. 재생에너지나 에너지효율은 에너지전환과 연결되고, 석탄발전과 핵발전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하는 사회적 과제가 제시됐다.

노후핵발전소 수명연장 금지, 신규핵발전소 건설 금지

국내 핵발전소 가운데 2030년까지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핵발전소는 10기(부산의 고리 3·4호기, 영광의 한빛 1·2·3·4호기, 울진의 한울 1·2호기, 경주의 월성 3·4호기)다.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통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울진 9호기와 10호기에 해당하는 신한울 3·4호기를 신규로 건설하겠다고 한다. 한 지역에 10기의 원전을 짓는 나라는 대한민국 말고는 없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수명연장을 신청한 고리2호기는 설계수명이 40년이다. 40년 가동하면 원자로와 원전설비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원전은 기본적으로 금속과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구조물이다. 스텐레스강이나 인코넬, 탄소강 등을 사용하는데 이 금속도 부식이 발생하며, 피로 현상이 누적되어 파손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금속이 방사선에 부딪히는 '중성자조사'는 원자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중성자는 투과성이 높아 멀리까지 닿아서 재료를 열화시킨다.

또 핵발전소 노후화를 말할 때 '원자로 취성파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는데 이는 핵발전소 노후화에서 가장 두려운 현상 중 하나다. 재료가 떡처럼 늘어진 후 끊어지는 것이 '연성파괴'라면, 장미꽃을 액체질소로 얼려서 꺼낸 직후 주먹으로 꽉 쥐면 와장창 깨지는 것이 '취성파괴'다. 핵발전소에 어떤 문제가 생겨서 긴급노심냉각장치를 작동하면 찬물로 원자로를 식힐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때 원자로는 300~350도의 고온에 팽창돼 있다가 갑자기 차가워져 급격하게 수축하면서 '취성파괴' 될 우려가 있다. 핵연료를 담고 있는 원자로 압력용기가 갑자기 파괴된다면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튀어나와 대참사가 일어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156회(2022.4.22) 회의록을 보면 홍진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고리규제실장은 "고리2호기 가동 연수가 증가하면서 고에너지 중성자로 인한 원자로 용기의 취화가 점점 높아지고, 이는 원자로 용기가 깨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며, (사고 시) 급격한 온도 변화 때문에 원자로 용기의 파손 가능성이 있으니 압력-온도 제한 곡선을 변경해 운전 가능 영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원안위는 한수원이 신청한 고리2호기 운영변경허가를 의결하고 운전 영역을 축소했다.

이렇게 낡은 원자로를 가동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 원전 사업자는 수명연장을 하기 위해서 설비보강을 한다고 하지만 원자로 용기 교체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비용이 많이 들어서 차라리 폐로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기본 취지를 되새겨야 한다. 지구 온도 상승과 기후변화는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구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인간과 뭇 생명을 위협한다. 마찬가지로 원전가동은 대규모 방사능 누출사고 위험을 안고 있으며 특히 노후원전은 그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주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고리2호기를 시작으로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은 모두 폐로해야 한다. 지방정부와 시민단체, 주민들이 '노후원전 수명연장 반대' 입장을 밝히고, 중앙정부에 수명연장 금지를 촉구해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 또한 일부 지역주민이 건설을 원한다고 해도 정부가 용인해서는 안 된다.

▲부산-울산-경주-경남-밀양 등 고리2호기 피해 지역이 5월 19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수명연장 중단을 촉구했다. ⓒ용석록

핵발전 규제 강화

한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설치했다. 또한 중대사고 대비를 위해 '후쿠시마 후속대책'으로 50여 가지의 핵발전 안전과제를 도출했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과제는 안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원자로 건물 폭발을 방지할 수소제거장치(PAR)는 안전성에 결함이 있음이 드러났다. 국내 모든 원전이 한 곳에 6기 이상씩 밀집해 있어 '다수 호기 안전성 평가'를 해야 하지만 아직 평가 방법론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기후위기도 문제다. 빈번해지는 태풍과 해수 온도 상승, 해수면 상승 또한 핵발전소의 사고위험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2020년 여름, 태풍 하이선과 마이삭 영향으로 국내 핵발전소 6기의 소외전원 상실 사고가 있었다.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를 교훈 삼아 후속대책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일본의 규제 기준을 적용한다면 한 기의 핵발전소도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핵발전소 수명을 40년으로 제한(일부 지자체 동의 시 1회 연장하는 예외조항 있음)했으며 15기를 폐로했다. 또한, 신규 기준을 만들어 모든 원전이 테러 대비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재가동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런 결과로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54기이던 원전 가동은 현재 10기에 머물러 있다.

지방정부는 기후위기에 대비한 대비책을 요구하고, 중앙정부는 새로운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한 한국의 핵발전소 규제 기준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더 강도 높게 만들어야 한다.

방사선 피해 대책 마련, 거주 제한구역 확대 필요

원전가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일상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배출한다. 이는 원전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인근 주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한국의 방사선 피폭선량 한도는 일반인이 연간 1mSv, 방사선 작업 종사자는 5년간 100mSv(특정 연도는 연간 50mSv 허용), 수시출입자는 연간 6mSv로 규정한다. 일반인에게 연간 1mSv를 기준치를 적용하는 반면 원전노동자는 연간 50mSv에 노출되어도 된다는 기준이다. 노동자들의 방사선 피폭선량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인권과 윤리의 문제다. 방사선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일반인이나 노동자나 같기 때문이다.

방사선 노출에 따른 주민들의 안전도 문제다. 핵발전소 '거주 제한구역'은 사업자가 방사선 방호를 위해 일반인의 거주를 제한하는 구역이다. 현재 제한구역은 발전소에 따라 560m, 700m, 914m로 정해져 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규정 등을 준용한 기준이다.

그러나 참고한 나라들은 한국처럼 핵발전소 인근에 인구가 밀집해서 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도록 거주 제한구역을 확대해야 한다. 특히 월성원전 인근 주민의 몸에서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가 검출되었다. 정부와 사업자는 핵발전소 최인접지역 주민의 이주대책을 마련하고 건강피해를 조사해야 한다.

지역 권한 확대

핵발전소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원전 인근 지역과 주민들이 겪지만 핵발전은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건설허가와 운영허가, 수명연장 등 모든 결정을 중앙정부가 하고 있다. 지자체와 주민은 핵발전소에 문제가 발생해도 조사할 수 없으며, 사고 이후 재가동 결정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그러나 사고 시 원전 인근의 지자체와 주민이 입는 건강과 재산 피해는 막대하다. 핵발전소 사건·사고 시 인근 지역 정부가 그 원인과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기초·광역 정부에게 재가동 동의권, 가동중지권 등을 부여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핵발전으로 인한 피해가 자국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까지 확산한 것을 경험했다. 특히 후쿠시마 핵발전소는 사고 10년이 지났어도 원자로 수습을 못 하고 있어 오염수가 매일 발생한다. 급기야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한다고 발표했다.

모든 권력은 시민에게서 나온다. 전국 도시에서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 우리는 이미 목도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악몽을 원치 않는다.

▲지난해 8월 월성원전 인접지역 주민이주대책위 천막농성 7주년 행사 행진 장면 ⓒ용석록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