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진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SNS에 당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폭로한 데 대해, 정의당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정한 징계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이 기존의 청년위원회를 대신해 당내당 형식으로 만든 당내 청년조직이다. 정의당은 다만 강 전 대표가 밝힌 2건의 성폭력 사건 가운데 최근의 1건에 대해서는 '엄정 징계'를 공언했지만, 작년에 발생한 다른 1건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며 부인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17일 오전 긴급 대표단 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강 전 대표가 지난 13일 당직자 성폭력 사건(3월 사건) 관련 당기위에 제소한 건에 대해, 당은 무관용 원칙과 당규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 및 엄정한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당내 성폭력 사건이 재발한 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대변인은 "당기위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추가 피해 등 인권 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며 "또한 당기위 절차와 별개로 피해자의 동의를 얻어 고발 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강 전 대표는 전날 저녁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청년정의당 당직자 A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저에 대한 (이른바 '직장 내 갑질' 관련) 잘못된 주장이 유포되고 언론에까지 보도된 후, 이로 인한 충격으로 자살을 결심했다가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등 이미 벼랑 끝에 몰려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A씨가 저지른 성폭력은 저를 벼랑 너머로 등을 떠밀어버리는 행위였다"고 밝혔다.
강 전 대표는 "그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뒤 한동안을 깊게 앓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주요 당 간부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며칠 전 저는 그를 정의당 당기위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을 당한 뒤, 피해 상황에서 맡았던 냄새가 코 끝을 떠나지 않고 제 몸이 혐오스러워 한참을 고통스러워야 했다"고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
강 전 대표는 이와는 별개로 "지난해 11월, 대선을 앞두고 열린 전국 행사의 뒷풀이 자리에서 모 광역시도당 B위원장은 저의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그는 "고민한 끝에 저는 이같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대선 선대위 관련 회의에서 여영국 당 대표 등에게 처음 공식적으로 알렸지만, 회의 현장에서 여 대표는 '이번 일은 공식 절차를 밟지 않고 내가 해당 위원장에게 경고를 하겠다. 아무도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는 결론을 지었다. '발설하지 말라'는 말은 저에게도 압박으로 다가왔다"며 "회의가 끝나고, 해당 위원장으로부터 계속 전화와 문자가 와서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난다"고 2차 피해 사실도 밝혔다.
특히 그는 "B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의 단체장 후보로 출마했다"고 적시했다. 강 전 대표는 "정의당은 공직후보자 심사 과정에서 성폭력 전력을 공천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두고 있으며, 타 정당에 비해 엄격한 공천 기준을 세우고 있음을 홍보해 왔다. 그러나 제 사건에 대해 당 대표도, 공직선거 후보자 자격심사 위원장인 사무총장도 인지하고 있는데도 제 의사를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당은 그를 지방선거 후보로 공천했다"며 "바깥으로 논란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정의당다운 방식인지 묻고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11월 사건' 성격규정 놓고 강민진-정의당 지도부 진실공방
그러나 정의당은 '11월 사건'에 대한 강 전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당 사건은 당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B위원장이 옆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강 전 대표를 밀치면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이 있었던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정의당은 "작년 11월 21일, 강 전 대표가 전날 당 행사에서 발생했던 해당 사건에 대해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에게 알려왔다"며 "여영국 대표는 11월 22일 강 전 대표의 비공개 회의 소집 요구에 따라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대표단 회의를 진행한 결과,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B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서면 사과' 조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해당) 회의를 마치기 전에 여 대표는 해당 사안은 비공개 회의로 진행돼 발언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부연했다.
정의당은 "11월 23일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이 사과문을 받아 강 전 대표에게 전달했으며, 사과문 내용에 대한 동의와 수용 의사를 확인 후에 해당 사건을 종결했다"며 "당은 강 전 대표의 요구대로 공식적인 절차와 조치를 철저히 이행한 바, 당 지도부가 사건을 묵살하고 은폐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정의당은 "(당시) 강 전 대표는 '이 사안을 성폭력으로 볼 문제는 아니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할 분이기 때문에 청년 당원에게 무례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엄중 경고와 사과 조치가 필요함'(이라는 입장)을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에게 전달해 왔다"며 "이에 대표단 회의 결정으로 B위원장에게 '엄중 경고'했으며,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이 사과문을 받아서 강 전 대표에게 전달했고 강 전 대표는 사과문을 확인한 후 '내용이 괜찮고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에게 답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또 가해자로 지목된 B 위원장의 지방선거 공천 경위에 대해서는 "당규와 공천 심사 기준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B 위원장은 지방선거 공천심사 서류 작성과 관련해 '11월 사건'에 따른 서면 사과 및 경고 처분이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당 젠더인권특위에 문의했고, 특위로부터 '강 전 대표가 성폭력으로 볼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고), 평등한 조직문화를 위해 청년 당원에게 (보인) 무례한 태도에 대한 경고와 사과를 요구했던 사안인 만큼 성폭력·성추행·성희롱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이 대변인은 밝혔다.
강민진 재반박 "당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
정의당의 이같은 해명에 대해 강 전 대표는 재차 SNS에 글을 올려 " 당의 입장문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강 전 대표는 "저는 가해자의 행위를 성폭력이 아니라고 규정해준 적이 없다. 제가 성폭력이 아니라고 했으므로 공천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는 정의당 대변인 브리핑 내용에 대해 "제가 처음 공식적으로 B위원장 사건을 선대위 회의에서 알렸을 때 '그가 술자리에서 제 허벅지에 두 차례 손을 댔고, 심지어 접촉한 허벅지 부위가 안쪽 허벅지였기 때문에 더 놀랐고, 몸이 굳고 당황해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고, 그 자리를 피하려고 빠져나왔으나 가해자가 계속 따라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또한 당 내에서 이런 문제를 처음 겪는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런데 제가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그 자리에서 안 썼다고 해서 성폭력이 아니게 된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강 전 대표는 또 "당 입장문은 제가 B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서면 사과 조치'를 먼저 요구한 것처럼 적시했는데, 해당 회의 자리에서 제가 이를 먼저 요구한 것이 아니"라며 "저는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고 '제가 당에서 이러한 젠더 폭력을 겪은 것이 처음이 아니고 저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심각히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해자가 지방선거 출마를 한다고 해 걱정된다'는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채 끝마치기 전에" 여 대표가 '당기위를 거치지 않고 엄중 경고 처분을 할 테니 함구하라'며 강압적으로 회의를 마무리지었다고 그는 주장했다.
배복주 당시 젠더위원장 "강민진, 당시 성추행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 지도부와 강 전 대표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당 젠더인권특위 위원장으로 사건 당시 강 전 대표로부터 피해 상담을 받고 사건 처리를 맡았던 배복주 위원장은 이날 저녁 입장을 내어 "(작년 11월 당시)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성추행 여부"였다며 "강 전 대표는 '성추행으로 여기지는 않고 그럴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었기에 강 전 대표의 판단을 신뢰했었다"고 사실상 당 지도부 측의 입장이 자신이 기억하는 사실에 더 부합한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물론 언제든지 입장이나 상황은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강 전 대표가 어떤 시기에 다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언제든지 조력하고 함께할 것"이라면서도 "당시의 판단 근거는 강 전 대표의 진술이고 그에 따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강 전 대표가 (11월 사건이) '성추행'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은 어느 시기·어떤 방식으로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11월 21일과 22일에 강 전 대표는 이 사안에 대해 성추행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었다"며 "당시에 그랬다 하더라도 지금 성추행으로 절차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은 이후 당 지도부의 대응에 대해서도 △강 전 대표 본인이 대선 시기임을 감안해 책임 있는 단위에서 직접 소통하고 비공개로 해결책을 논의하자고 했고 △이에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 강 전 대표가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B 위원장에 대한 엄중 경고와 제지를 요청"했으며 △ 그에 따라 "당의 주요 당직자이고 출마를 하실 분이 청년 여성의 신체를 함부로 접촉하고 사과나 양해도 구하지 않는 태도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요지의 사과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결과적으로 B 위원장의 사과는 "성추행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고, 배 위원장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당사자가 성추행이라고 느끼고 있지 않았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을거라고 말했다. 그러니 성추행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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