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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크라이나 사태가 불러올 세계 경제의 변화는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나비효과

최근 글로벌 경제는 최악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은 코비드-19로 인해 침체되었던 경제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엔데믹 정책을 통한 새로운 시대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던 중이었다.

우리 역시 코비드로 인해 치솟았던 물가가 안정되고 기존의 평안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밥상 물가는 어떠한가? 장보기가 너무나 겁이 난다. 이제는 매년 초 인상되는 소비자 물가에 대한 불평은 애교에 불과하다.

정말 '월급 빼곤 모든 게 올라간다'는 '푸념'이 이젠 '한탄'과 '탄식'으로 느껴질 정도로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살림살이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밥상 물가 상승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그중에 가장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 바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개전 초기 압도적인 러시아의 화력 앞에 풍전등화 같았던 우크라이나를 보며 단기전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나토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지원을 통해 러시아에 역공을 가할 수 있을 만큼 태세가 전환되었다.

문제는 전쟁의 장기화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주요 생산품이 글로벌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 두 나라는 해바라기씨유 글로벌 생산 1, 2위를 다투고 있는데, 전체 생산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해바라기씨유의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해버린 것과 동시에 대체제인 팜유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점이다.

팜유 수출 1위인 인도네시아가 자국 소비 안정화를 이유로 팜유 수출을 금지해버리면서 팜유 최대 수입국인 인도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 역시 해바라기씨유의 수입량의 약 50% 이상이 우크라이나 산이다.

그 결과 해바라기씨유 및 전체 식용유의 가격이 약 20% 상승했으며, 일부 마트에서는 식용유 구입시 수량제한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식용유는 상당히 많은 음식에 들어가는 기본재료이다. 치킨, 빵 등 우리가 매일같이 먹고 마시는 상당한 식품들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

해바라기씨유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의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유럽은 부족해진 에너지를 수급하기 위해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기후변화 대응정책을 대대적인 수정하여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녹색기술로 인정했다. 기후변화대응에 매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 온 유럽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우크라이나산 네온, 크립톤 등 특수금속 역시 수급차질이 빚어지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고, 이는 최근 전기차의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해 불안한 반도체 산업에 찬물을 끼얹는 중이다. 동시에 연쇄적으로 전기차 및 2차 전지 산업의 수요 급증에서 발현된 금속시장의 불안정을 한층 심화시키고 있다.

천연가스에서 추출하는 러시아산 질소비료는 수출 쿼터제를 통한 무기화가 되면서 세계은행 기준 전년 동기 2.3배나 가격이 상승했고, 러시아산 비료의 주요 수입국인 브라질은 당장 대두, 육류, 커피, 설탕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또한 전쟁으로 수확도 파종도 포기하게 되면서 러시아 대평원에서 생산되던 밀, 귀리, 옥수수 등 곡물류의 가격은 그 끝을 알 수 없게 폭등하고 있다.

이제 러-우 전쟁은 단순히 두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문제로 확대되었다. 사실 이 시기는 코비드19가 아직 완전히 미해결된 때로 전쟁을 일으키기엔 부적합하다. 도대체 왜 러시아는 무엇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는가?

▲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 한 농부가 귀리를 추수해 박스에 담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바라보는 경제지리학적 해석

러-우 전쟁의 원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다양하게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의 동진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러시아의 선제 공격이라는 의견,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러시아 민족의 러시아 편입 희망과 러시아의 옛 소련 영토 회귀 희망이 맞물린 결과라는 의견 등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리학적 시각에서 볼 때, 우크라이나가 가지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공간적 분석을 첨가해야 좀더 설득력 있는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첫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대평원의 한가운데 위치해 러시아와 유럽의 경계면에 위치하고 있어 지정학적 갈등지역이라는 점이다. 즉, 이념적 대립의 중간지역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유럽의 러시아 침공시 가장 넓은 루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기존의 독립국가연합(Commonwealth of Independent States; CIS)의 핵심적 일원으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시 CIS 존립 자체를 위협하게 되는 의미가 있다.

둘째, 러시아에서 유럽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루트를 보면, 북해를 거쳐 독일로 들어가는 노르드스트림(NordStream)과 벨루시아를 통과하는 라인, 흑해와 불가리아를 통과하는 투르크스트림(TurkStream)과 흑해와 터키를 통과하는 블루스트림(BlueStream)루트가 있지만 무엇보다 우크라이나를 경유해서 넘어가는 파이프라인이 가장 많은 수송량을 담당하는 주요 수송루트라는 점이다.

즉,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송 중요 통과점으로서, 러시아가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유럽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했다는 의미다.

셋째, 부동항이 갖춰진 크림반도와 연계점이다. 우크라이나 자치령이었던 크림반도는 2014년 러시아가 러시아계 주민들을 지원하면서 러시아 영토로 귀속되었다. 이후 러시아로서는 크림반도를 육지에서 연결할 루트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현재 마리우폴에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통해 러시아의 목적이 크림반도로의 통로 구축에 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특히 크림반도 병탄시 당시 국제적으로 지탄받았지만, 미국과 폴란드 등 몇몇 동구권 국가들만 러시아에 대해 경제적 제재를 가했던 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유럽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행동을 하게 하는 촉매제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결국 러-우 전쟁의 원인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확고한 고유의 영토 확보, 그리고 부동항의 획득으로 보여지는데, 이 세 가지를 연결해서 보면 '러시아 제국 부활'이라는 단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꿈은 침략전쟁이 그 출발점임을 감안한다면, 주변 국가에 피해를 양산한 시진핑의 '중국몽'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특히 푸틴이 이번 사태가 우크라이나에 존재하는 나치주의에 대한 경계 및 이에 대한 제거를 위해 특수군사작전이라고 강조했지만, 이 사태는 엄연한 침략전쟁이 확실하며, 선제공격을 감행했다는 사실 하나로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리고 이후 민간인에 대한 사살, 시신 유기 등 미디어의 다양한 보도는 이러한 사실을 증명해준다.

동시에 그가 벌인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공간의 혼란은 심화되었고, 그 파급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가난한 이들은 폭등한 식량가격으로 하루 한끼를 먹기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면서 희생의 범위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었다는 점, 코비드로 인한 노동기피 현상과 맞물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금인상에 따른 웨이지 플레이션(wage flation)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 등 2차, 3차적 영향은 지속되고 있다.

전쟁 이후의 바뀔 글로벌 경제 질서에 대해

코로나 대응 위해 많은 국가들은 국채를 발행하여 현금을 조달했다. 이는 전형적인 국가의 빚잔치로 결국 시장에 너무 많은 돈이 풀리게 되었다. 이후 자연스럽게 물가가 인상되고 있고, 너무나 높아져 버린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회복 안 된 상태에서 금리인상을 추진하게 되면서, 현금은 은행으로 쏠리게 되었다.

그 결과 투자와 고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으며, 주머니가 가벼워진 소비자는 소비행위를 멈추게 되면서 경기침체가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이 나타나게 되면서 전 세계는 총체적 금융위기를 뜻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생산구조로 전환하면서 원자재 등에 대한 물가가 이미 상승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전기차로 대표되는 디지털 전환과 지속가능발전 구조(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ESG) 전환 역시 저성장 고물가를 강요하는 체제 전환기적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경제공간에서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국가들은 생존을 위한 자국 이기주의 빠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체제의 해체를 가속화하여 신냉전, 신경제블록화의 시대를 야기하고 있다.

사실 신냉전과 신경제블록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도화선이라기보다는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상황에 불과하다.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세계화는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세계화의 기준을 제시했던 미국이 오히려 파리협약을 파기했고, 중국은 외상투자법 등을 통해 자국시장 진입 조건을 강력히 제한하며 외자기업을 조절했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비교우위에 따른 무역보다는 현지화를 통한 시장개척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신규 시장을 가진 국가들은 자본과 기술 유치를 조건에 합당한 글로벌 기업들에게만 투자를 선제 조건으로 하는 시장진입규칙을 강제하면서 글로벌 경제 블록화는 예견되었다.

무엇보다 자유무역주의에서 기회비용을 상쇄시키던 '신뢰'의 상실은 새로운 글로벌 경제 질서의 도입을 야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를 잠그면 유럽을 얼려죽일 수 있다는 러시아의 엄포는 기존의 계약관계가 성립이 되어 있어도 얼마든지 국가가 나서서 이를 파기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줌으로써 세계화를 통해 익숙해진 '국가 간 신뢰'라는 기본 규칙을 깨버린 중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각종 제재를 펼쳤다. 푸틴과 측근들의 해외 자산에 대해 동결조치가 이뤄졌으며, 금융, 에너지, 교통, 군수품 등 필수 자원 및 자산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가 뒤따랐다. 이후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되면서 그 정점을 찍었다.

또한 최근에는 러시아 신흥 재벌인 '올리가르히'를 겨냥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재산 압류법'까지 미국 하원을 통과했으며 추가 예산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제재는 사실상 러시아를 글로벌 경제공간에서 추방하는 행위이다. 이후 러시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블록에 편입되고 기존의 위세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은 실로 절묘한 시기이다. 엔데믹은 분명히 우리에게 희망을 줬다. 그러나 러-우 전쟁에 의한 경제적 위기는 국제사회에 매우 큰 리스크를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리스크는 눈덩이 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곧 닥쳐올 글로벌 위기에 대한 준비가 절실하다. 최대한 신속하게 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요인을 최대한 분석 연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 남은 시간이 정말 부족하다.

■ 필자소개

최자영 박사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지리학 박사학위를 취득,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연구원,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연구교수, 한신대 평화교육센터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현재 한국경제지리학회 미디어홍보위원회 이사로, 전기차 및 관련 산업, 중국 경제 및 산업, 지역혁신산업정책 등과 관련된 연구를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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