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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갔다 올게"라는 남편의 말은 유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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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갔다 올게"라는 남편의 말은 유언이 됐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서 사망한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 씨 유족, 대표이사 사과 요구

지난달 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천정크레인 보수작업을 수행하다 사망한 사내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 씨의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을 찾아 장세욱 대표이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고 이동우 씨의 아내, 모친, 장모 등 유족들이 참석했다. 사고 이후 23일이 지났지만 유족들은 장례식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고 이동우 씨는 동국제강과 '포항공장 크레인 기계보수 단가계약'을 맺고 있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크레인 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사고 당일 천정크레인 브레이크, 감속기 교체 작업을 진행하다 천정크레인의 갑작스러운 작동으로 인해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후송 중 사망했다. 유족 측은 사고 당시 작업현장에 동국제강 측 안전관리자나 안전담당자가 없었고 천정크레인 전원차단 여부 확인 등 안전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족 측 대리를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그동안 사고가 일어난 포항에서 유족들이 동국제강에 문제해결을 촉구했으나 묵묵부답 일관하고 있다"라며 "김연극 공동대표이사가 사고 이후 찾아왔고, 그 후 일주일이 넘어서야 동국제강이 회사 변호사를 통해 합의안 초안을 보내왔지만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합의안에 대해 "책임 있는 배상으로 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기업 및 임직원에 대한 면책 중심의 내용으로 되어있었다"라고 비판했다. 

또한 "동국제강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유족들에 대한 사과보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선임해서 자신들의 면책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유족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권 변호사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대구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받고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은 상시 근로자가 459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이다.

▲ 임신 3개월째인 고 이동우 씨의 아내 권금희 씨는 "남편이 잘 갔다 올게라는 말과 나갔는데 그 말이 유언이 될지 몰랐다"라며 "저희 아이는 이제 아빠를 사진으로 밖에 못 본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프레시안(이상현)

임신 3개월째인 고 이동우 씨의 아내 권금희 씨는 "남편이 '잘 갔다 올게'라는 말과 나갔는데 그 말이 유언이 될지 몰랐다"라며 "저희 아이는 이제 아빠를 사진으로 밖에 못 본다"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권 씨는 이어 "안전 조치가 지켜지지 않아서 남편이 억울하게 사망했다"라며 "회사 측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고 사과도 없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권 씨의 외삼촌인 김한기(59) 씨도 "억울하게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 있는 사람은 인정하고 공개적 사과를 해야 하지 않겠냐"라며 "그게 안 되면 유족들이 어떻게 장례식을 치르고 고인을 보낼 수가 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동국제강은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일어나는 사업장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동국제강은 중대재해 상습 발생 사업장으로 매년 반복해서 사망사고가 일어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국제강은 정부가 작년 12월 발표한 '중대재해 발생 등 산업재해 예방조치 의무를 위반 사업장 명단'에 포함됐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하청노동자 사고사망비중이 높은 원청 사업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사내 하청노동자 고 이동우(38)씨의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이 13일 서울 중구 동국제강 본사 앞에서 장세욱 대표이사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책임자 처벌, 정당한 배상을 요구했다. ⓒ프레시안(이상현)

류 의원은 "지난해 동국제강 부산공장에서 혼자 위험한 크레인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 동국제강은 산재사고가 많은 기업"이라며 "처음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동국제강이 정신 차리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처리했으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하며 철저한 수사를 통한 원청 처벌을 강조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또 하청노동자의 소중한 생명이 무참하게 짓밟혔다"라며 "안전 조치할 신호수만 있었어도 죽지 않을 수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유족들이 포항에서부터 상경 투쟁을 위해 올라왔는데 아들 용균이 사건 해결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과 겹쳐서 억장이 무너진다"라며 "지금 가장 힘든 유족들이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하는 바뀌지 않는 현실에 착잡하다"라고 말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작업현장에 안전관리자 입회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동국제강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라며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동국제강이 법적인 책임을 지고 유족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단체는 기자회견 이후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고 이동욱 씨의 사망의 구조적 원인 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유족 배상 등을 담은 요구안을 동국제강 사무실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건물 1층에서 제지당했다. 이에 유족들은 건물 로비에 앉아 "산재사망사고 원청인 동국제강이 책임져라"라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항의를 진행했다. 

동국제강은 장세욱 대표이사와 김연극 대표이사 공동 대표 체제다. 다만 유족 등은 동국제강의 최대주주인 장세주 회장의 동생이자 2대 주주인 장세욱 대표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로 보고 장 대표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단체는 입장문 전달 이후에도 동국제강의 사과 및 배상 등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서울에서 항의를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단체는 기자회견 이후 동국제강 경영책임자인 장세욱 대표이사의 공개 사과, 고 이동욱 씨의 사망의 구조적 원인 분석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유족 배상 등을 담은 요구안을 동국제강 사무실에 제출하려고 했으나 건물 1층에서 제지당했다. ⓒ프레시안(이상현)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사망한 고 이동우 씨의 아내가 동국제강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자 1층 로비에 앉아있다. ⓒ프레시안(이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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