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청년기후긴급행동 강은빈·이은호 활동가는 분당두산타워 두산 로고 조형물에 초록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직접행동'에 나섰다. 두산중공업이 베트남 등 해외에서 진행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이 '그린워싱'임을 비판하는 활동이었다.
이후 두 활동가는 '기후 재판'의 당사자가 되었다. 둘은 약식 재판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에 나섰고 지난 1월 벌금 500만 원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두산 측은 또한 두 활동가에게 184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지난 23일 민사재판 첫 공판이 예정되었으나 두산 측의 요청으로 5월로 연기됐다. 강 활동가는 "두산이 별다른 이유 없이 공판을 연기하면서 재판을 끌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싸움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난 26일 청년기후긴급행동과 기후위기비상행동이 경기 분당두산타워 앞에서 '기후정의 시민불복종 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비폭력 직접행동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일은 기후 운동을 위협하고, 기후정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이라고 두산의 조치를 비판했다.
기후 재판의 당사자가 된 활동가들은 "죄를 지은 것은 우리가 아니"라며 "급변하는 기후위기 상황을 따라잡지 못하는 법 체계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긴급행동 이은호 활동가는 "현행법은 회사 앞에 설치된 조형물과 같은 사유재산 보호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우리 모두의 터전인 지구 생태계 보전에는 실패하고 있다"라며 "우리를 규율하는 법질서 또한 지구 생태계에 부합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긴급행동 강은빈 활동가는 "베트남 붕앙 석탄발전소 참여하는 기업에 질의서를 보내고 전화를 해봐도 성가신 극성 민원인으로만 여겼다"라며 "직접행동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자 그제야 기업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라고 행동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또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석탄화력발전소 수출에 나서고 있다"라며 "이전 정권에서는 그린뉴딜 풍력발전 기업으로, 윤석열 당선인 정권에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제조 기업이라는 이유로 수혜기업으로 등극한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두산"이라고 지적했다.
두산 측의 '그린 워싱'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할 계획을 발표했다. Energy(에너지)와 Sustainability(지속가능성)를 결합한 의미로 기존 석탄화력, 원자력 중심의 사업을 탈피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린피스 양연호 캠페이너는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며 "여전히 석탄발전사업에 뛰어들고, 사회적 약속과 책임을 지키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기업 이미지 실추시켰다는 소송을 거는 태도는 여전하다"라고 지적했다.
집회에는 기후·환경·생태 관련 직접행동으로 사법적 판단을 받고 있는 다른 활동가들도 참석했다.
2019년 닭 도살장 앞에서 트럭의 진입을 막아 12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직접행동 Dxe'의 은영 활동가는 "긍정적인 이미지만 소비하고 진실을 가리는 마케팅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하는 기업이 활동가의 직접행동 또한 돈으로 무마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1840만 원으로는 활동가들의 직접행동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준 기후위기기독인연대 활동가는 "탄소중립위원회에게 정책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단상에 올랐을 뿐인데 공동주거침입과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 금요일 3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라며 "죄는 저희한테 있는 게 아니라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에 침입한 산업계에 있다"라며 비판했다.
지난 1월19일 창립한 60대 이상이 참여한 기후환경단체 '60+ 기후행동'의 활동가들도 참석했다. 윤정숙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 세대는 산업화와 경제성장, 물질적 풍요를 만들어왔지만 그것의 혹독한 대가를 다음 세대에게 넘기고 있다"라며 "경제성도 없고 탄소배출과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탄발전소는 그 지역 주민들에게 건강·정신적 피해와 기후위기를 유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두산중공업이 재물 손괴와 정신적 피해 보상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이 이유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집회에 참석해 "두산중공업은 대한민국에서 마지막까지 석탄화력발전을 수출하는 너무나 대표적인 기업"이라며 "국가가 기후위기에 책임지기 위해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진행되는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 그만둘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후 "Shame on Doosan(두산은 부끄러워하라)", "기후악당 대기업 누가 압박하누? 바로 우리"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분당두산타워 주변을 행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