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오명 속에 20대 대선이 막을 내렸다. 승리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거머쥐었지만 2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는 0.8%포인트 차이, 유례 없는 초박빙 승부였다.
누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혼전이 이어지며 선거는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다.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통에 고소‧고발이 잇따랐고, 두 세력 간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대선이었던 만큼, 후폭풍 또한 거셀 것으로 보인다. 신승을 거둔 윤석열 당선인은 이 후보를 지지했던 1600만 국민들을 어우르는 것이 첫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윤 당선인이 밝힌 첫 소감의 방점도 '통합'에 찍혀 있었다. "이제 경쟁은 일단 끝났고, 모두 힘을 합쳐서 국민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하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나가 돼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향후 어떻게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구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여소야대 정국 속 통합 정부의 모습은?
선거 막판 '통합 정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윤석열-안철수, 이재명-김동연 후보가 각각 단일화를 꾀하며 통합 정부를 약속했다. 통합 정부 구상은 국민의힘으로선 진작에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당선 후 당장 맞닥뜨리게 될 국정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은 윤 당선인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선거 기간 내놓은 공약들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선 거대 야당의 동의가 필요하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야당의 협조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일단 단일화 조건으로 공동 정부 구성을 약속한 만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협업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공동 선언문을 통해 "협치와 협업의 원칙하에 국민께 약속드린 국정 파트너와 함께 국정 운영을 해나가겠다.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며 역사와 국민의 뜻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제가 의원으로서 여러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적 업무는 하지 못했고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며 "정치를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시작했다. 반드시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드는 제 실행력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해 직접 입각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위원장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게 되면 향후 부처 조직개편에서 영향력이 발휘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장을 거쳐 초대 총리로 임명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어 국민의당과 합당을 통해 '작은 통합'을 이룬 뒤, 민주당 인사들을 발탁해 더 큰 틀의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이 윤 당선인이 밝힌 통합 정부 구상이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공동선언문에서 "모든 인사는 정파에 구애 받지 않고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인사들까지 포함해 도덕성과 실력을 겸비한 전문가를 등용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도 수차례 "민주당의 상식 있는 정치인과 협치해 국민 통합을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권력 분점의 핵심이 탕평 인사에 있는 만큼 얼마나 다양한 인사를, 얼마나 조화롭게 중용하느냐에 통합 정부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적폐 수사' 속 민주당 끌어안기 가능할까?
다만 통합 정부 구상이 무리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단일화 청구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관건이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 간 단일화 당시 합의 내용이 명문화되지 않아 추후 갈등 여지가 있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국민의당과의 합당도 난제다. 흡수 합당이냐 당대당 통합이냐를 놓고 양당 간 신경전이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당대당 합당을 원하는 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흡수 합당에 대한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통합의 첫 단추인 합당에서부터 진통을 겪을 경우 향후 통합 정부 구성의 동력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민주당 인사를 중용하는 문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전(前) 정권에 대한 수사다.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전 정권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권에서 한직으로 밀려난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한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대한 명예 회복을 공공연하게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 입장대로 적폐 청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민주당 인사를 포함한 통합 정부의 꿈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적폐 수사와 통합 기조 사이에서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윤 당선인에게는 가장 큰 숙제일 것으로 보인다.
개헌 열망 부풀었는데, 정치 개혁 어떻게?
정치 개혁도 윤 당선인이 당면한 과제 중 하나다. 이재명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한 개헌을 주장하며 선거 막바지 이슈를 이끌었고,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대통령 4년 중임제 △결선투표제 등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윤 당선인은 이러한 개헌 주장이 선거용 전략이라고 비판하며 개헌론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안 대표도 단일화 합의 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다당제가 제 소신"이라며 선거구제 개혁·대선 결선투표 도입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 대표와 공동 정부를 약속한 이상 안 대표의 정치개혁 요구를 완전히 묵살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당선인은 "대통령과 총리, 장관이 할 일을 구분 짓고 각자 해야 할 일에 대해서만 분권형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헌 없는 정치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어 이로 인한 충돌도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우선 청와대 권력 분산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10대 공약 중 하나로 청와대 해체를 제시했다. 수석비서관과 민정수석실을 포함, 배우자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등 기존 청와대보다 인원을 30% 감축하는 방안이다. 조직 명칭도 청와대에서 대통령실로 바꾸고, 집무실은 광화문에 위치한 정부서울청사에 둔다는 계획이다.
선거 기간 내내 정치 신인임을 강조하며 '다른 정치'를 공언한 윤 당선인이 정치 개혁을 어떻게 이뤄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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