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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盧 비극 겪고도 정치문화 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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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盧 비극 겪고도 정치문화 달라지지 않아"

"증오‧분열 선거 크게 우려…부동산 가장 무거운 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 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3개월 앞두고 10일 공개된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지금 선거 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까지 직접 거론하며 이번 대선 정국을 통해 분출되고 있는 정치권의 극단적 분열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에서 협치가 실패한 이유에 대해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며 "여야와 정부가 국정을 상시적으로 논의하는 기구를 만든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일이었지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인데, 정치적 이해득실 때문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야권의 유력 인사들에게 당적을 유지한 채 내각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밝히며 "개인적으로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끝내 모두 고사했다. 진영으로 나뉘는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야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데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라며 "청년들이 어렵고 특히 기회가 제약되니 여성과 남성 모두 '내가 성 차별의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서로 생각이 다르더라도 건강한 토론으로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갔으면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던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남은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국회에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으므로 진지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와 입법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차별과 혐오를 배제하고 올바른 인권 규범을 정립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은 대한민국이 인권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결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표적인 정책 실패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부동산 문제가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며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차기 정부가 계승해야 할 과제로 ▲한국판 뉴딜을 통한 국가발전 전략 ▲탄소중립 시대 대비 ▲한반도 상황 안정적 관리와 평화 제도화 등을 꼽았다.

문 대통령은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선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한반도 프로세스를 위한 대북 특사와 같은 "특별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노이 '노딜' 매우 아쉽다…한일 현안 풀지 못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연이어 무력 도발을 일으키는 데 대해선 "만약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가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재개) 모라토리엄 선언을 파기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5년 전의 전쟁 위기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국민과 국제사회의 우려가 많다“면서 ”나 역시 현재 한반도에 조성되고 있는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초반 최대 치적이었던 남북, 북미 대화가 임기 후반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해서도 깊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선 문 대통령은 "남북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뿐 아니라, 북미 간에 사상 최초의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 역시 큰 성과"라고 했다. 또한 종전선언에 대해선 "한미 간에는 북한에 제시할 문안까지 의견 일치를 이룬 상태다. 중국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며 "적어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더욱 성숙시켜 다음 정부에 넘겨주고 싶다"고 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대화에 대해선 "하노이 회담에서 '빅딜'이 성사되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그것이 어려웠다면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스몰딜'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며 "최소한 '대화의 계속'이 담보되었어야 했는데, '노딜'로 끝난 것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싱가포르 선언에 입각해서 서로 수용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면 해법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북한과 미국이 다시 대화와 협상에 나선다면 진전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미국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전략적 인내'로 회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과거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라면서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장기간 대화와 협상 국면이 열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은 시간이 문제일 뿐 결국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차기 정부의 외교전략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는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의 변함없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대중 관계에 대해서도 "다방면의 교류와 협력을 더욱 활성화하면서,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속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다음 정부도 이런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반중 정서를 의식한 듯 "양국 미래 세대인 젊은 층 상호 간의 이해를 제고하고 우호 정서를 넓혀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발하게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내내 냉기류가 이어져온 한일 관계에 대해선 과거사 문제 등을 언급하며 "다음 정부도 여전한 숙제"라고 어려움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한일 간에 풀어야 할 현안들을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 접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면서 "과거사 문제의 본질은 인류보편적 가치인 인권의 문제로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되어야 하며 이는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사 문제 해법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고 진정한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역사 앞에 진정성 있는 자세와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는 어떠한 제안에 대해서도 열려 있으며, 대화로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일본에 전향적 태도 전환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데 대해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과거사 문제 해결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차원에서 사도 광산 문제와 관련한 대응 방침을 밝힌 적은 있으나, 문 대통령이 직접 유감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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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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