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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계몽'…"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가능주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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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계몽'…"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니라 가능주의자입니다"

[최재천의 책갈피]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계몽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제목으로 한 1784년의 에세이에서 이마누엘 칸트는 이렇게 답했다. 계몽은 "인류가 스스로 초래한 미성숙" 상태나 종교적 권위나 정치적 권위의 "도그마와 인습"에 "나태하고 소심하게" 복종하는 상태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계몽주의의 모토는 "감히 알려고 하라!"가 된다. 이럴 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다.

"후세가 그들의 통찰을 확대해서 자신의 지식을 늘리고 자신의 오류를 바로잡는 것을 앞선 시대가 미리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한다면 인간 본성에 대한 범죄가 될 것이다. 인간의 진정한 운명은 바로 그런 진보에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어느 시댄데 생뚱맞은 '계몽'인가. 

'우리가 이성과 동정심을 사용해서 인류의 번영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계몽주의의 원리는 너무 뻔하고 고리타분하고 시대에 뒤떨어지게 들린다.' 

하지만 스티븐 핑커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계몽주의의 핵심 원리인 이성, 과학, 휴머니즘, 진보라는 이상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은 지금 자칫 이성보다는 극단적 이원론과 포퓰리즘 나아가 인종주의가, 전체주의가. 과학보다는 허무주의 혹은 미신과 점성술이, 휴머니즘보다는 극단적 자기애나 자기부정, 배타적 적대의식이 판을 치는 것처럼 보인다. 계몽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 사그라들고 있다. 그래서 핑커가 21세기의 언어와 증거로 계몽주의 사상의 대변자로 나섰다.

책은 1부에서는 개념을, 2부에서는 생명, 건강, 평화, 테러리즘 등 구체적 영역에서 진보의 유효성을 증명한다. 한 예를 들자면, 계몽주의가 시작되었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에서도 아동 가운데 3분의 1이 다섯 번째 생일을 맞기 전에 사망했다. 오늘날 사망률은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도 6퍼센트로 떨어졌다. 이런식으로 최근 이론과 학문적 추세인 빅데이터를 통해 검증한다. 

핑커 책이 그러해왔듯, 이 또한 벽돌책이라 두께와 무게가 두렵다면 3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계몽주의의 핵심 가치인 '이성', '과학', '휴머니즘'을, 의외의 적들이라 할 수 있는 성난 포퓰리스트와 종교적 근본주의자, 더하여 주류 지식 문화의 분파들에게서 개념들을 강력하게 옹호한다.

핑커에게 물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이름은 낙관주의자입니까?" "나는 낙관주의자가 아닙니다. 나는 아주 진지한 가능주의자(possibilist)입니다. (한스 로슬링)" 나도 가능주의자가 되고 싶다.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 지음, 김한영 옮김 ⓒ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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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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