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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非코로나19 환자의 의료 접근성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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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非코로나19 환자의 의료 접근성도 중요하다

[서리풀 연구通]"비코로나19 환자의 희생으로 이뤄지는 의료자원, 정의롭지 않아"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과 관련된 국민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자신의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타 병원으로 강제 전원되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이었다.

매일 수천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지면서 코로나19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 부족 문제가 심각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22년 1월까지 6944개의 병상을 추가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바로 가기 :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12월 22일 자 '일상회복 위기극복을 위한 추가병상 확충 및 운영계획') 이를 위해 일부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추가 지정되었고, 해당 병원에 입원해 있던 기존 환자들은 치료를 중단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만 했다.

▲ 서울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광진구 혜민병원에서 의료진이 침구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자원이 집중되었을 때, 기존 환자들의 의료이용은 어떻게 변화할까? 오늘 소개할 논문은 그리스 테살로니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의 콘딜리스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공중 보건>에 발표한 것으로, 그리스의 코로나19 유행 초기 9개월 동안 공공병원 이용자들의 의료이용과 초과 사망을 살펴본 연구이다.(☞ 바로 가기 : 그리스에서 필수적인 공공의료 서비스 이용과 비(非)코로나19 초과 사망률)

그리스의 코로나19 유행은 2020년 2월 26일에 시작되었다. 조기에 도입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와 적시에 시행된 봉쇄 조치 덕분에 그리스는 다른 EU 국가에 비해 코로나19로 인한 입원과 사망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2020년 3월 21일부터 42일 동안 봉쇄 조치가 시행된 후 제한 조치들이 단계적으로 완화되다가,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응하여 2020년 11월 7일 두 번째 전국적인 봉쇄 조치가 시행되었다.

그리스의 보건의료체계는 2008년~2018년의 경기 침체와 '트로이카'로 불리는 국제채권단(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조정 프로그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강력한 긴축 재정으로 공공의료 부문이 축소된 것이다. 자원과 준비가 부족했던 그리스의 공공의료 시스템이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정규 활동을 중단하고 가용 자원을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두 차례의 봉쇄 조치 전 만성질환자를 치료하는 공공병원의 수술 및 외래 부서가 일시 중단되었고, 외과 부서와 집중치료실(ICU)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용도로 변경되었다. 비(非)코로나19 환자는 원격진료 및 전자처방을 이용하거나 민간 병원으로 전원되었다. 2020년 11월까지 그리스는 74일의 봉쇄 조치와 거의 120일 동안 공공의료 서비스의 전체 또는 부분적인 중단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유행 첫 9개월 동안 필수적인 공공병원 서비스 이용은 2017년~2019년 평균에 비해 크게 감소하였다. 공공병원의 전체 입원이 17.3% 감소하였고, 공공병원의 응급 및 비응급 내원이 각각 30.4%, 33.3% 줄었다. 수술도 23.1% 감소하였다. 코로나19 이전 추세를 기반으로 한 예측치와 비교했을 때, 감염병 유행 기간 동안 공공병원에 대한 외래 방문 약 390만 건, 입원 약 25.3만 건, 수술 약 10.8만 건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그리스에서는 61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보고되었다. 이는 2015년~2019년 평균을 기반으로 한 기대 사망자 수보다 6.8% 증가한 것이다. 이 초과 사망자 중 62.0%(3779명)는 코로나19 감염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비코로나19 초과 사망의 대부분(61.0%, 2305명)은 두 번의 전국적인 유행 사이에 발생하였다.

우리나라 역시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주로 공공병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의 10%를 차지하는 공공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하고 있다. 2020년 2월에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소개 조치가 이루어졌고, 현재의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정이나 소개 역시 공공병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소개된 병원의 비코로나19 환자는 어디로 갔을까? 한 병원의 사례이지만 지난 12월 22일 행정명령에 따라 소개된 인천보훈병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전체 입원환자 69명 중 47명(68.1%)은 퇴원하였고, 22명(31.9%)은 중앙보훈병원 및 인근 위탁병원으로 전원되었다. 전문의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조치를 취했다고는 하지만 퇴원환자가 전원환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우리나라에서 공공병원은 건강안전망의 최후의 보루로써 민간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이나, HIV/AIDS 감염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이용한다. 전원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이 환자들은 민간병원으로 전원되기도 어렵다. 공공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게는 봉쇄 조치가 지속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유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료자원을 한 곳으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비코로나19 환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 감염병의 확산을 통제하는 동시에 비코로나19 환자의 필수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모두 해내야만 하는 책무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 서지 정보

- Kondilis, E., Tarantilis, F., & Benos, A. (2021). Essential public healthcare services utilization and excess non-COVID-19 mortality in Greece. Public health, 198, 85-88. DOI: 10.1016/j.puhe.2021.06.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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