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선거대책본부 개편 구상을 밝힌 지 하루만에 이준석 대표와 정면으로 맞부딪혔다.
국민의힘은 6일 오전 윤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권영세 의원과 이철규 의원을 각각 사무총장과 전락기획부총장에 임명하는 안건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이 대표가 급제동을 걸었다.
전날 윤 후보는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한 권영세 의원에게 물러난 권성동 의원의 후임 사무총장 겸임을 내정하고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최고위에 앞서 이 대표가 '권영세 사무총장,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 임명안'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연합뉴스에 "오늘 임명안 상정은 전면 거부"라고도 했다. 다만 임명안은 최고위 의결 사항이 아닌 협의 사항이어서 당무우선권을 가진 윤 후보가 이 대표가 반대해도 임명을 할 수 있는 사안이다.
선거조직 재구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이 대표가 권영세 의원에 대한 사무총장 임명에는 찬성 입장을 밝혀 정면충돌을 피했다. 이에 따라 권 의원은 선거대책본부장과 사무총장을 겸임하게 됐고, 선대위 정책본부장을 맡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도 선대본 정책본부장으로 인선하는 안건도 무리 없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임명하는 안건에 대해선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이 의원은 당 내분에 대한 '이준석 책임론'을 제기해 이 대표와 불편한 관계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을 소위 '윤핵관'으로 보고 있다.
기자들과 만난 이 대표는 "권영세 사무총장 임명에는 어떤 이견도 없지만, 나머지 사안에 대해선 큰 이견이 있었고 내 의견을 정확하게 이야기 했다"며 이철규 부총장 임명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정치적인 상황"이라며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도 있고,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앞으로 지켜보겠다"고 했다.
반면 윤 후보는 "협의 절차는 임명권자가 의견을 구하는 것"이라며 "협의 절차가 끝났으니 임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행 의사를 밝혔다.
권영세 의원은 "이철규 부총장 지명에 대해 (이 대표가)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 같다"며 "이 대표도 선거 승리를 위해 같은 뜻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개인적인 감정으로 반대하는 것 같다"고 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권영세 의원을 선대본부장 겸 사무총장에, 윤재옥 의원을 선대본부장장 겸 상황실장에, 원희룡 전 지사를 정책본부장에, 이철규 의원을 전략기획부총장에 각각 임명했다.
이준석, 尹 '연습 문제' 풀이에도 "관심 없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은 전날 오후 열린 당 국민소통본부 주최 '전국 청년 간담회' 화상회의에 윤 후보가 불참한 일에서도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화상회의로 진행된 이 회의에 윤 후보가 참석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권성동 의원, 박성중 의원 등이 참석했고, 윤 후보는 전화 통화로만 짧게 인사하는 데 그쳤다. 이에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욕설 섞인 불만을 터뜨렸다. 선거대책위원회에 임명됐던 한 청년보좌역은 후보 교체를 주장하며 사퇴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불참과 청년들의 반응이 논란이 되자, 이날 행사를 이끈 박 의원은 일부 언론에 "이준석의 사보타주(태업)로 청년들이 호응하지 않아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계획했다", "청년들 중 이준석 계열과 민주당 계열이 들어왔다"고 해명해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사 중에 '이준석 계열' 청년이 들어왔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라며 "진짜 환멸을 느낀다"라고 반발했다.
이에 윤 후보는 밤 늦게 장문의 사과문을 올리고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한 저를 반성하고 잘하겠다 다짐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사태가 벌어져 면목이 없다"고 말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윤 후보는 6일 오전 지하철 출근길 인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가 권영세 의원을 통해 △지하철 출근길 인사,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 체험, △젠더·게임 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한 '연습 문제' 중 하나를 푼 셈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한 시간가량 여의도 역 앞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윤 후보 측은 시민 불편을 우려해 취재진에는 일정을 따로 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의 출근길 인사에도 이 대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이 대표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지하철 인사 중으로, 연습 문제를 푼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관심 없다"면서 "연락 받은 바 없고, 그렇게 생각하지 마시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미 공지된 일정을 뒤집고 오전 10시로 예정된 '변화와 단결' 의총에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이 대표와 함께 의원총회에 참석해 그간의 분란을 불식시키고 '원팀' 면모를 보일 구상을 갖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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