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대선 후보를 배타적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의 단일 후보 혹은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결정은 2012년 이후 9년만이다. 당시 민주노총은 19대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으나 총선 뒤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비례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폭력사태가 일어나자 이를 철회한 뒤, 배타적 지지 결정을 내린 적이 없다. 그 이전 민주노총은 2000년 창당에서 2008년 분당에 이르기까지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다.
민주노총은 14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선공동대응기구의 논의 진행 상황과 계획, 공동 정책 의제를 발표했다. 대선공동대응기구에는 민주노총 외에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진보당 등 5개 진보정당과 한상균 노동자대통령후보 선거대책본부가 참여하고 있다.
진보진영 단일후보 경선 참여 후보는 4명으로 예상된다. 먼저 김재연 진보당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한상균 대선후보 등 3명이다. 노동당과 사회주의변혁노동자당은 공동 내부경선을 통해 한 명의 대선후보를 확정한 뒤 대선공동대응기구 경선에 참여할 예정이다. 녹색당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후보 선출 목표 시기는 오는 1월 말이다. 대선공동대응기구는 이를 위해 오는 12월 말까지 경선 룰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선거인단 모집, 여론조사 등 방식을 두고 참여주체 간에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 정책 의제는 '불평등타파‧한국사회대전환을 위한 민주노총‧진보정당 대선공동선언'에 담겼다. 구체적으로는 △ 2030년 탄소배출 50% 이상 감축 법제화 등 기후위기 대응 △ 일하는 모든 시민의 노동권, 안전권, 생활권 보장 △ 일자리 국가책임 강화 △ 공공병원 확대, 무상교육 등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 주4일제 도입을 통한 노동시간 단축과 주16시간 최소노동시간 도입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 경제민주화와 토지, 주거공공성 확대 △ 성차별 해소와 사회적 소수자 인권 보장 △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 등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대 대선을 바라보는 국민과 노동자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이번 대선은 노동자, 민중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불평등 해소 대안을 제시하는 대선이 돼야 하지만 기득권 양당은 그럴 수 없다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양 위원장은 "언론에서 제3지대를 이야기하지만 안철수, 김동연 등으로 대표되는 지대는 3지대가 아닌 1-1지대이거나 2-1지대에 불과하다"며 "진보정당 중심으로 단결해 형성한 제3지대가 진정한 제3지대고 실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세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 진보진영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역사적 결과를 도출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새로운 진보정치가 한국사회의 미래를 열고 고통 속에 희망을 던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의 발표가 끝난 뒤에는 민주노총 배타적 지지의 영향력, 선출된 후보의 타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양 위원장은 "대선공동대응기구에서 합의된 방식으로 선출된 후보에 대해 민주노총은 당연히 배타적 지지를 할 것"이라며 "민주노총 조합원과 간부들이 대선에서 한 후보를 지지하가기로 하고 전폭적인 선거운동을 하면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노총 전 위원장 일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로 간 상황에서 이번 배타적 지지 결정이 조합원의 표심에 얼마나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는 "전 위원장들이 이재명 캠프에 간데 대해서는 현장의 분노가 크다"며 "과거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했던 때에 비춰보면 단일후보에 대한 조합원들의 지지는 압도적일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노총 밖 시민의 경선 참여와 관련해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110만 조합원이 경선 과정에서 모두 주체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대선공동대응기구에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문을 닫고 민주노총 조합원만 모여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미조직 노동자, 농민, 청년, 여성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공동대응기구 선출 후보가 타 후보와의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정된 후보가 이번 대선을 완주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며 "이를 법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타 후보와의 단일화)은 발생하지 않을 거고, 그런 후보는 진보진영에서 영원히 배제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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