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의 갈등 국면이 길어지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21일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으나, 김 전 위원장은 사흘째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24일 서울 광화문 인근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났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대부분 답을 피했다. 김 전 위원장은 출근길에는 "할 얘기가 없다"고만 했고, 점심시간 전 사무실을 나서면서도 "고민을 안 한다는데 왜 계속 물어보느냐", "(윤 후보의) 의중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그는 전날 "나는 오늘부터 일상으로 회귀한다"며 선대위 합류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김 전 위원장 사무실에는 윤 후보 측 인사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이날 오전에는 윤 후보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권성동 당 사무총장이 김 전 위원장을 찾아와 20분간 면담했다. 권 총장은 "윤 후보의 뜻에 따라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 왔다"며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셔서 선거를 진두지휘해달라는 윤 후보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 총장은 김 전 위원장을 만난 후 "후보 뜻을 잘 말씀드렸다"며 "생각을 좀더 해보시겠다는 취지로 저는 이해했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당 지도부 내 친윤(親윤석열)계로 꼽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이 김 전 위원장을 찾았다. 점심때 사무실을 나선 김 전 위원장이 오후 4시가 넘어 돌아오는 바람에 2시간을 기다려 그를 만난 김 최고위원은 "무조건 오셔서 선거를 이끌어 달라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나 "(의견차는) 아직 크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다만 김 전 위원장이 "빨리 혼란 상태를 정리해야 된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윤 후보의 대학 친구인 이철우 연세대 교수의 부친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도 이날 오전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가 만난 것으로 알려졌고, 전날에는 김태흠·송언석 의원도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갔다.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태근 전 의원, 김재섭 전 비대위원 등 김 전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들도 최근 연달아 광화문 사무실을 찾아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려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핵심적 의견 차이가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의 입장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의 핵심 불만 사항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인선안이다.
이준석 당 대표는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에서 이 상황에 대해 "김 상임선대위원장 개인에 대한 비토는 아닌 것 같다"며 "대선 자체가 굉장히 혼란스럽게 돌아갈 것을 우려하는 게 김 전 비대위원장의 입장"이라고 했다. '김병준'이라는 인물 개인에 대한 사감이 아니라, 자신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지휘할 때 상임선대위원장이 내부에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김 전 위원장을 만났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경우처럼, (선대위 외부에) 특별 조직을 맡는 것으로 정리가 된다면 김 전 비대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중재안을 언급했지만, 이런 방안에 대해서는 윤 후보 측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열린 한 언론사 주최 포럼 행사에 참석한 후 기자들에게 "상임위원장 두 분에 대한 인사는 부의를 했고, 제가 (김 전 위원장의 입장 표명을) 기다리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의 뜻대로 선대위 인선이 수정될 가능성을 묻자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기가 그렇다"고 했다.
윤 후보의 뜻을 받아 이날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권성동 총장도 기자들에게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임명안은) 이미 최고위를 통과했기 때문에 번복할 방법이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총괄위원장으로 와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린 것"이라고 제안 내용을 명확히 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권 총장의 이날 방문을 사실상의 최후통첩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윤 후보 측은 총괄선대위원장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더라도 선대위 추가 인선을 오는 25일 최고위에서 확정해 발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상 직책은 선대위원장단 등 지휘부는 아니고, 조직·정책 ·홍보 등을 총괄할 본부장급 일부와 대변인단 등이 될 전망이다. 이 역시 '김종인 없는 선대위'를 강행할 수도 있다는 윤 후보의 의중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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