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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거=전통'이라는 획일화된 교육 틀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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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거=전통'이라는 획일화된 교육 틀에서 벗어나야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뉴노멀시대, 인구교육이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es)가 2021년 6월에 발표한 '코로나19 대유행의 광범위한 영향: 한국의 재정 및 출산율 전망 보고서(The Pandemic's Long Reach: South Korea's Fiscal and Fertility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는 코로나19의 여파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로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은 2010년부터 2020년 사이 출산율이 1.23(2010년)에서 0.84(2020년)로 약 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G20국가뿐만 아니라 OECD 가입국가 전체를 보더라도 가장 낮은 수치다.

출산율의 감소는 급격한 고령화 현상과도 연계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증가속도는 OECD 국가 평균 고령화 속도의 1.7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결혼과 출산 및 양육, 노인에 대한 환경개선과 더불어 가치관 변화가 함께 이루어질 때 해결될 수 있다. 여기서 환경개선은 집중적인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단기적으로도 그 효과가 나타나지만, 가치관의 변화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과 지원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그 중심에는 교육이 자리하고 있으며, 특히 다음 세대로 성장하게 될 청소년의 가치관 확립을 위한 인구교육이 인구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으로서의 인구교육은 지적인 측면에서뿐 아니라 가치와 태도 측면에서 학생들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속한 사회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 인구교육의 내용

인구 변화의 문제는 인간의 모든 영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인구와 관련된 교육내용은 사회‧가정‧과학‧체육과를 비롯한 여러 교과의 주제와 단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사회의 여러 현상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회과가 상대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편, 사회과 교과서에서 다루는 인구교육의 내용과 방향성은 당시의 시대적·사회적 인구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인구현상과 정책을 어떻게 반영하고 강조하는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한국 인구교육 내용의 변천은 시기별로 크게 ① 인구성장기(1970-1985년) ② 인구안정기(1985-2000년) ③ 저출산‧고령화기(2000년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인구성장기에는 한국의 경제개발을 인구과잉 문제, 인구억제 정책과 관련지어 기술하면서 인구증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치는 교육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가족계획사업 등이 계속해서 언급됐다.

인구안정기에 이르자 인구성장에 대한 문제인식 및 부정적 기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고, 당시 새로운 사회문제였던 인구의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한 도시집중현상이나 성비 불균형 현상이 주로 교육내용으로 다뤄졌다.

이후, 한국이 저출산·고령화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2007년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은 이러한 인구변화에 따른 시대적 요구를 적극 반영하게 되었다. 특히,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인구교육의 내용을 선정하는 데 있어 인구교육과 관련하여 국가·사회적 요구를 반영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 인구교육의 한계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미 저출산·고령화현상에 직면해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과 거부감을 가지고 있을 뿐, 이 사실을 인정하고 그 변화에 발맞추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현실적인 교육 방안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교과서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한국보다 빠른 속도로 저출산·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중학교 사회과교과서에서 저출산·고령화의 문제점은 크게 언급하지 않는 한편 현상 그 자체만을 설명하는 수준으로 내용을 축소하고 있다.

이는 학교교육 전문가들이 저출산·고령화가 개인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상충하는 논쟁적인 사안임을 인식하고, 교육이 이 현상과 노령인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 교과서의 서술방식을 보면 노령인구에 대한 서술에서 사회가 가진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 대상의 교육 및 복지서비스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은 과거에 비해 더욱 건강하고 학력이 높아졌으며 사회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주류시선은 이들에 대해 부정적이며, 이러한 인식은 사회통념을 반영하는 교과서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교과서는 '노인=과거=전통문화', '젊은이=현재=현대문화'이라는 일반화 및 이분법적 구분을 재생산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이것은 노인도 개인에 따라 전통의례에 호불호를 보이며, 젊은이 중에서도 노인보다 전통을 잘 이해하고 이를 이행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면을 간과하는 것이다.

반면, 현대사회의 공중질서 및 공중도덕 등의 시민윤리와 현대사회의 일상적인 삶을 논하는 부분에서는 노인의 존재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 점이 곧 노인을 현대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공동의 구성원으로 인식 혹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교과서는 여전히 노인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라고 전제하고 있다. 이와 같이 노인을 그저 수동적인 주체로 묘사하는 것은 노령인구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을 심화시켜 세대 간의 갈등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에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 외에도 지금까지 인구교육은 저출산·고령화를 국가·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삼고, 이를 사실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객관적 사실만을 전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따라 저출산·고령화가 국익과 관련하여, 사회의 경제 및 사회복지에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는지를 두고 내용이 구성되었다.

그 결과 인구교육은 '저출산·고령화→생산인구 감소→노동생산성 저하→경제성장 둔화→사회보장 지출 증가→국가재정 악화→젊은 세대의 부양부담 증가→세대 간 갈등 심화' 식의 경제 논리에 입각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히 현상을 거시적으로 기술하고, 모든 특성을 국가의 정치경제적 이익과의 관련성을 나열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현상에 대한 객관적 기술을 토대로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고 이것과 일치하는 행동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인구교육은 저출산·고령화의 원인과 특성을 기술하고 이에 따른 변화를 열거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며, 이를 두고 학생들이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인구교육, 어떻게 접근해야할 것인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변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어떻게 이러한 변화에 교육적으로 접근할 것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학생들의 능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고 있다.

전술한 인구 교육의 한계로 지적되는 현상에 대한 부정적 기술 그리고 학습자 개인의 역량신장을 위한 내용 부재라는 기존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후 인구교육의 방향성과 내용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저출산·고령화현상을 단순히 위기로 인식하는 담론에서 탈피하여 그 안에서 기회요인을 탐색하여 이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저출산·고령화현상에 대한 다양한 논의와 관점이 심도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인구교육은 저출산·고령화를 협소하고 경직되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에 대한 보다 풍부한 해석과 대응을 연상시키는 내용을 구현함으로써 학생들이 저마다 고유한 관점에서 이 현상을 해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본 교과서에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다루는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는 경제적인 차원에서의 논의뿐 아니라 고령자 단독가구 비율의 증가를 비롯한 가구구성의 변화, 외국인노동자 유입으로 인한 지역사회의 문제점 등을 교육내용에 포함시킴으로써 저출산·고령화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이렇게 하여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다양한 사회현상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학습자들에게 일깨워 주며,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사회과 교과서도 마찬가지로 논리적 인과관계를 토대로 한국사회가 직면한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들과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지는 접점을 다룰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인구교육은 생애교육지향성을 가져야할 필요가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지금까지 인구교육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요구에 부합하기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왔다. 물론 인구현상은 국가의 이익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거시적 차원에서 논의되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사회구성원 개개인을 고려한 미시적 차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혼, 출산, 양육의 문제는 개인의 생애에 큰 변화를 야기하는 만큼 개인의 생애설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학교교육이 학생들에게 이것에 대하여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가치를 지나치게 부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이에 대한 사회적 혹은 개인적 가치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이전처럼 구호를 통하여 일정한 방향으로 학생들을 의식화하고자하는 인구교육은 더 이상 효과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인구성장기에 특정한 가치 및 행동방식을 주입하는 식으로 행해졌던 교육 방식은 그 장기적 효과를 두고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이러한 방식의 교육을 지속하기 보다는 결혼, 출산, 양육 등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 스스로 그 편익과 비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참고문헌

1. Jacob Funk Kirkegaard, 2021, The Pandemic's Long Reach: South Korea's Fiscal and Fertility Outlook,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es:PIIE.

2. 김태헌, 2008, 저출산·고령사회에서 학교인구교육의 방향, 인구교육, 1(1), 1-19.

3. 김혜환·김태헌, 2008, 저출산 시대의 가족가치관과 교육적 대응, 인구교육, 1(1), 21-35.

4. 서태열‧임은진, 2013,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응한 사회과 인구교육의 방향과 전략, 사회과교육, 52(4), 23-35.

5. 양병일, 2016, 한국과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에 나타난 저출산‧고령화 교육, 사회과교육, 55(3), 5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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