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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지방 소멸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지방 중소도시부터 재편해야

'인구감소지역'의 등장

지난 10월 18일 행정안전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지역의 인구감소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위해 '인구감소지역'을 지정하여 발표했다.

지난해 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근거를 마련해 두었던 인구감소지역을 처음으로 지정한 것인데, 전국의 89개 시·군·구가 이번에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다. 그간 다양하게 논의된 지방의 인구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응을 인구감소지역의 지정을 통해 처음으로 제도화 한 것이다.

지정된 지역에 대해서는 인구감소지역 특별법 제정과 함께 향후 5년간 매년 1조 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국고보조금 지원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인구감소지역의 지정은 연평균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 순이동률, 재정 자립도 등 8개 지표를 바탕으로 산정한 인구감소지수를 기초로 하였는데, 지역별 여건의 차이와 갈등 소지 여부를 고려해 구체적인 산정방식이나 결과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 표 1. 인구감소지역 지정현황. *는 해당 광역지자체 전체 시·군·구 수. ⓒ 행정안전부 보도자료(2021. 10. 18)

그런데 한 가지 흥미 있는 것은 행정안전부는 분명히 '인구감소' 지역을 지정했는데, 이후 주요 언론사의 기사 내용 상당수가 이 지역을 '지방소멸' 위기지역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인구감소지역의 주요 지원방안 중 하나가 내년 신설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구감소지역=소멸위기지역'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인구 감소가 소멸 위기와 직접적으로 등치되지 않음에도 자연스럽게 이러한 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촌향도가 '지방소멸'이 되기까지

2019년 11월, 우리나라 인구문제의 양상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가 될 사건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났다. 하나는 월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의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는 인구의 절대 감소, 이른바 데드크로스가 나타난 것으로(1619명 감소) 겨울철 일시적 현상일 것 같던 이 경향은 지금까지 2년 가까이 매달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수도권의 인구가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한 것으로(50.01%), 개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만한 인구통계학적 사건이 같은 달에 동시에 시작된 것이다.

지방의 인구가 대도시로, 그리고 수도권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도시로, 서울로 향했고, 이것을 시골을 떠나 도시로 향한다는 '이촌향도(離村向都)'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시골에서 도시로 향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도시로 향하고 싶어도 향할 수 있는 시골의 인구 자체가 없어졌다. 이제는 지방의 중소도시, 더 심하게는 지방의 대도시를 떠나 서울과 수도권의 도시들로 향하는 '이도향도(離都向都)'가 현재의 양상이자 수도권 인구 50.01%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방의 인구감소 문제는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발표하면서 위기를 넘어 '소멸'에 대한 논의로 급격히 전환되었다.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는 2014년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가 발표한 동명의 책에서 시작된 것으로, 20년 뒤 일본의 지역 중 절반이 소멸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일본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나라의 지방소멸위험지수 역시 첫 발표에서 전체 시·군·구의 36.8%인 84개 지역이 30년 내 소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소멸이라는 단어가 주는 강렬함과 절박함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를 하게 될 정도로 지역의 위기가 현실이 된 것이다.

▲ 강원도 농업인력지원포털 ⓒ강원도청 홈페이지

인구감소와 '최소요구치'의 문제

경제지리학의 고전 이론 중에 독일의 지리학자 크리스탈러(W. Christaller)의 중심지 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1933년 발표된 이 이론은 서비스 산업의 입지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는데, 어떤 물건이나 서비스를 공급하는 상점(중심지)이 생기려면 거리에 따라 늘어나는 운송비 등으로 가격이 소비자의 구매의사 수준을 넘어서기 전(재화의 도달거리, range of a good)에 판매자가 이윤을 남길 수 있을 정도의 수요(최소요구치, threshold)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심지에서는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를 공급하는데, 더 높은 수준의 중심지(고차 중심지)는 상대적으로 많은 종류의 물건을 넓은 지역에 공급하는 반면 낮은 수준의 중심지(저차 중심지)는 이 중 일부 상품만을 한정된 지역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중심지 간에도 위계가 생겨나게 된다.

지방의 인구가 감소하면서 겪는 문제 중 하나는, 기존에는 원활하게 공급되던 서비스가 인구가 감소하면서 최소한의 이윤(최소 요구치)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공급자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공급이 중단되는 것이다.

인구감소지역의 주민들은 기초적인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받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생활여건이 악화되고, 이것이 지역을 떠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물론 주로 공공이 담당하고 있는 필수적인 기초생활서비스의 경우는 계속해서 공급되겠지만 최소요구치와 재화의 도달범위 간의 역전된 차이만큼 운영비의 적자가 발생해 추가적인 재원이 투입되거나 서비스가 열악해 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인구감소지역 대부분이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대응은 더욱 큰 난제가 된다.

89곳의 인구감소지역 모두를 바꿀 수 있을까

이쯤에서 다시 이번에 발표한 인구감소지역을 살펴보자. 세종시와 제주도의 경우 기초자치단체가 없으므로 이를 제외하고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전체 시·군·구 수는 226개이며 이 중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비수도권의 시·군은 총 121개인데, 이 중 66%에 해당하는 80곳이 이번에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전체의 2/3가 인구감소지역이라는 것은 인구감소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으며, 국가 전체의 인구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여건에서 어쩌면 이제는 우리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지원대책이라도 89곳의 인구감소지역 전체의 인구를 증가로 반전시키는 것은 어쩌면 이룰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인구감소가 지방 소멸로 이어지는 고리, 즉 인구가 줄어들면 지방이 소멸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그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지역이 활력을 잃고 결국에는 사라지게 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모든 지역이 인구가 증가하고 변화와 혁신을 선도할 필요도 없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특색을 갖춘 지역도 필요하지만, 어느 지역은 평범하고 안온한 삶의 공간으로 남아있을 필요도 있다. 오히려 인구 감소의 시대에서 어떻게 지역이 주민들에게 제약 없는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대한 모색이 더 우선해서 필요하다.

소멸의 고리를 끊는 공간구조의 기능적 재편, 지방 중소도시에서부터

문제는 현재의 지역구조 하에서 이런 대응이 모두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경계가 그어진다는 점이다. 중심지의 체계는 행정구역과는 무관하게 서비스의 특성과 수요의 규모에 기반하지만, 현실 세계, 특히 공공부문의 서비스 공급은 행정구역이라고 하는 커다란 장벽을 마주하고 있다.

모든 것은 우리 지역 안에 있어야 하고, 옆 지역에 무언가 새로운 게 생기면 우리도 그것을 만들어야 지역이 잘 굴러가고, 정치인들과 행정가들이 일을 제대로 한 것이 된다.

하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에 인위적으로 담을 쌓으면, 불필요한 중복과 경쟁, 비효율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작금의 인구 위기에 대한 해법이 이 구도를 탈피하지 못하고 지역간 지원금 타기 경쟁으로 변질된다면 이 역시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인구감소가 지방 소멸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인구 과소지역의 기능적 공간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 중심지 체계는 계층성을 가진다.

고차-중차-저차로 이어지는 기능적 단위를 구분해 어느 공간규모를 필수적인 기초 서비스의 중심지로 설정할 것인지, 그 단위에서 공급되는 서비스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즉 지방소멸 대응의 공간적 단위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

전체 지역을 획일적으로 유지·존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 압축과 연계를 통해 공간구조를 입체적으로 재편하고 정주기반을 효율화 해 주민들이 보다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장 눈앞의 현안으로 부상한 농어촌의 소멸 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현재는 소멸 위기에 놓이지 않았더라도 농촌지역을 배후지로 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 인구 20~50만의 지방 중소도시는 당장의 소멸위기 정도는 조금 떨어지더라도 저차·중차 중심지로서 지역의 생활기반을 유지시키는 데에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이들 지역이 소멸의 위기로 전환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 필자소개

이성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지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수원시정연구원 연구위원을 거쳐 지난 9월부터 경상국립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주택문제와 도시 공간구조를 중심으로 지역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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