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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먹거리' 뒤에 숨겨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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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먹거리' 뒤에 숨겨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의 취약성

통계청의 2019 농림어업 총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 농가의 평균 가구원수는 2.2명이며 70대 이상 농가 경영주 비중은 45.8%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농번기 등에 활용할만한 가족 노동력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뿐만 아니라 고령화로 마을 내에서 품앗이 형태의 일손 돕기도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들은 농촌이라는 공간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이들의 노동 조건이나 주거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순점은 작년 12월 20일, 농장에서 채소 재배 일을 하던 캄보디아 여성이 숙소용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던 사건이 계기가 되어 가시화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캄보디아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이 열악한 환경의 비닐하우스이고, 열악한 환경의 숙소에 5명이 모여서 살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외국인 여성의 사인(死因)과는 별개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게게 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농촌 경제를 사실상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노동 조건과 주거 환경의 측면에서 얼마나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인가?

노동 환경에서 경험하는 취약성

먼저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에서 경험하는 취약성은 근대적 계약관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고용주들이 갖는 경제적 취약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적으로 농업 부문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올 수 있는 고용허가제도 및 계절노동자 제도는 입국비자 발급을 위해 근로계약서와 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하지만, 이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려오기 위한 형식적 절차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 과정 중에 만났던 농업 외국인 노동자들은 계약서의 존재는 알고 있지만, 출력해서 본 적은 없거나,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잘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근로 조건이나 계약조건을 알고 있다 할지라도 농업 부문의 특성상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계약에서 제시된 근로 조건이 유명무실해지고, 이는 고용 관계에서의 취약성을 내포하게 된다.

한편 농업 부문 고용주들의 경제적 취약성은 농촌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돌려쓰거나 빌려 쓰는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1990년대 이후 농촌의 인구 유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주산지 농업과 경제작물 재배 전략은 수요-공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어렵다는 점으로 인해 농장주의 경제적 불안정성을 야기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용 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 현행 외국인 노동자 제도는 작물의 생장 주기에 따른 노동력 수요의 변동이 크다는 점에서 고용주에게 부담이 되며, 심지어 적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농번기와 농한기 간 노동력 수요의 차이를 경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들은 마을의 일손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들을 빌려주거나 농한기에 농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보내 일을 시키기도 한다.

주거 환경에서 경험하는 취약성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거 환경에서 경험하는 취약성은 작업장이 가지고 있는 고립성과 연관된다. 농업 부문의 경우 작업장이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용주나 인력 업체 등에서 숙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로 농막이나 원룸, 거주하며 소수의 근로자들만이 자체적으로 방을 구해 생활하는 편이다. 이 중 농막은 다른 산업 부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주거형태로, 논밭 한켠에 만들어놓은 일종의 임시주거공간이다.

농막의 대부분은 비닐하우스 안에 간이 패널이나 컨테이너를 들여놓고 방처럼 만든 형태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구분된 구역에 나뉘어 거주하게 된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제공되는 숙소가 소음이나 악취, 추위와 더위 같은 상대적인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집을 구하기보다는 인력 업체나 고용주가 제공하는 주거 공간에 머무는 경향이 강한 것은 대부분의 작업장이 위치한 곳들이 도시의 제조업 공단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업장인 농장에서 시내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상이 걸리거나, 편도 만 원 이상의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지역 내 서비스 중심성이 높은 중심부에 숙소를 따로 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농업 부문 외국인 노동자들이 경험하는 고립성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그 특징이 두드러진다.

제조업 부문의 작업장은 공업 단지 상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각 공장마다 기숙사가 공단 내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기숙사들 간 물리적 거리가 상당히 짧다.

또한 도시와의 접근성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제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선주민들과의 접촉 빈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농촌의 경우 숙소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논밭 한가운데 위치하는 경우가 많으며, 교통 인프라도 열악하다. 이로 인해 다른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간의 접촉 역시 낮게 나타난다.

지역 공동체와 격리되어 있으면서 사적 공간의 안전이 확보되기 어렵다는 점은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촌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 하나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숙소가 논밭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밤에 혼자 방에 있을 때 누군가 왔다 갔다 해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혹은 고용주가 성희롱, 성추행을 했을 때에조차 마땅히 도망갈 곳이나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이 없는 경우를 들며 신체 및 정신적으로 취약했던 경험을 호소하곤 한다.

제도가 만들어내는 역설

그리고 이러한 취약성은 역설적이게도 특히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합법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들은 좋은 고용 조건, 적절한 노동 강도, 고용주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작업장을 찾아 이동할 수 있는 반면, 공식적인 제도를 통해 배치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사업장을 변경하고자 하더라도 본인이 부당한 근로조건을 입증해야 하고, 고용주의 허가가 없으면 사실상 퇴사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부적절한 대우를 받았을 때, 사실상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만이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농업 부문의 경우 다른 업종보다 여성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김이선 외, 2020), 안전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한 농촌 지역의 주거 환경은 이들을 취약한 상태로 내모는 중요한 요인으로 더욱 문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일손의 대체뿐만 아니라 한국 농업 산업과 농촌 지역의 유지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중요성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의식적 차원뿐만 아니라 제도적 차원에서도 이들을 보호할 적절한 수단을 마련하지 않은 채 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묵인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경험하는 취약성은 곧 농촌 사회의 취약성으로 이어지게 되며, 농촌의 고령화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농촌 사회의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시기나 품목, 지역 등 여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농업의 특성을 고려해, 농업경영인과 외국인 노동자, 지자체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기준책 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 참고문헌 : 김이선·최윤정·김수진·오세연·최혜영, 2020, 이주여성의 다양성과 정책 재구성 방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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