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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아프간 실패' 예견한 책...한국의 대선 캠프에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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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부터 '아프간 실패' 예견한 책...한국의 대선 캠프에 권하고 싶다

[최재천의 책갈피] <미국 외교의 대전략> 스티븐 M. 월티

"다른 나라의 재건을 위해(미국이) 대규모 군사작전을 벌이던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식에 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미국의 외교 정책은 실패했는가. <미국 외교의 대전략>(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저자 스티븐 M. 월티는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liberal hegemony) 전략은 실패했다'라고 선언한다. 자유주의 패권이라는 대전략은 선한 의도를 갖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 하에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를 확대하고 건설하고자 한다. 세계 정치를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에 맞춰 미국의 이익이 되도록 다른 나라를 개조하려는 것이다. 

저자의 예견대로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자유주의 패권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명한 증거다. 2018년 미국에서 출간됐고 8월 초 번역된 이 책 구석구석에는 이미 아프간에서의 실패를 생생하게 예견한다.

미군이 도리어 탈레반을 키웠고, 파견된 미국 관리들은 국가 건설을 지도할 지역문화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다. 2016년에는 미 육군 지휘관이 코란 문구를 개의 이미지와 나란히 배열해놓은 반(反)탈레반 전단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아프간 무슬림들에게는 지독히 모욕적인 조합이었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선한 의도는 부패와 행정적 무능력에 침몰했고 원조는 낭비되거나 탈레반에게 전달됐다. 카불 중앙정부에게는 미국이 탈레반을 패배시켜야 할 어떠한 동기부여도 없었다. 만일 전쟁이 일찍 끝나면 자신들이 의지하는 수십 억 달러 규모의 미국 원조가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현실이 이러했음에도 자유주의 패권 전략은 왜 계속 되었을까. 첫째는 미국이 누리고 있는 지정학적 유리함 때문이고 둘째는 외교안보 분야의 기득권층 때문이었다. 책에는 실패 사례와 원인에 대한 분석이 촘촘하다. 그렇다면 저자의 대안은? '역외균형(offshore balancing)'이라는 지정학적 개념에 근거한 전략이다. 

이는 미국이 지향하는 모습대로 세계를 개조하려는 시도를 피하는 대신, 외교정책이 핵심적인 세 지역, 즉 유럽, 동아시아, 그리고 페르시아만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자는 것이다. 군사 개입은 균형이 무너지거나 붕괴될 위험이 있을 때로 한정한다. 

바이든의 연설은 자유주의 패권 전략의 실패이자 대전환이 될 수 있을까. 출간의 타이밍이 적절했다. 우리는 바야흐로 대선 철이다. 하지만 어느 캠프를 막론하고 외교안보에 대한 한국의 대전략은 뒷전이다. 캠프 관계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찾았다. 

"국가를 파멸로 이끄는 길은 상당히 많다."(애덤 스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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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예나 지금이나 독서인을 자처하는 전직 정치인, 현직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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