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 코로나 시대, 창조적 환경의 중요성
지난 20세기에 인류에게 최대의 부를 가져다준 산업시대의 핵심 생산요소는 노동과 자본의 배분이었다. 하지만, 20세기 말 급속히 진행된 정보기술의 도입과 확산은 지식경제로 산업패러다임을 변화시켰고, 그에 따라 지식이 사회적 부의 원천으로 등장하였다. 뒤이은 21세기에는 지식경제가 진화하여 소위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이 시작되었고, 이는 지식에 창의성과 상상력을 융합하는 인간의 창조성을 도시와 사회발전의 핵심요소로 부상시켰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기존의 인프라와 산업시대의 성장기반으로 도시의 발전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서 창의성을 근간으로는 하는 작은 도시들의 유연성과 잠재력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2014년 UN의 발표에 의하면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가 28개라고 밝히고 있으나(세계 인구의 약 12%), 대도시보다 더 많은 숫자의 소도시가 존재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의 약 43%가 인구 30만 명 혹은 그 이하의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지역에서 창조성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 핵심이 되는 창조인력이 그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역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의 발전을 유도하고, 지역의 창조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이러한 동력에 힘입어, 지역에서는 기존과는 다르게 문화를 기반으로 가시적인 창조적인 산업의 효과가 창출되는 등 지역발전의 다양한 가능성이 나타난다. 이는 산학연의 협력과 고용창출, 새로운 산업의 태동, 새로운 협력과 소통의 관계성 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적 활동으로 나타난다. 이를 통해, 창조성과 혁신 잠재력이 가득찬 지역에는 활력이 나타나고,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창조인력과 창조산업, 그리고 개방성, 다양성, 포용력을 가지고 소통과 협력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도시를 지탱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규모와 상관없이 창조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중소도시의 반란
최근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중소도시의 가능성을 언급한 '큰 꿈을 키우는 작은 도시들(2021)'(☞바로가기)이라는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위드 코로나 시대 중소도시의 반란이라는 측면에서 지역의 의미를 다시 보게 된다.
유럽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역의 인구소멸 등 위기의식이 큰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화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작은 도시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시의성이 있고 매우 의미가 크다. 국가와 지역의 환경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적 중소도시 전략에서도 실제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역발전 전략을 설정하는데 유용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경제지리적인 내용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실제적인 중소도시의 발전전략을 위해, 특히 유럽의 문화전략을 토대로 주요한 분야별로 핵심적인 방향과 실제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대도시와 비교하여 정면 승부할 수 있는 힘과 영향력이 없으므로 오히려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한층 전략적이고 총체적인 장소 만들기(placemaking) 전략을 도입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 마음에 와 닿는다.
문제는 유럽이나 한국이나 상관없이 작은 도시들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충분히 실릴 수 있느냐,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느냐, 촉매는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것이다. 실제 크레슬과 이에트리(Kresl and Ietri, 2016)와 같은 학자들은 국가와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전통산업에 가까운 위치, 문화자산, 상대적으로 높은 삶의 질과 만족도, 행복, 사회적자본과 실질적인 혁신의 가능성 등이 대도시보다 중소도시에서 발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2016년 유럽도시 삶의 질 순위를 살펴보더라도, 상위 10개 도시의 평균 인구는 57만 명 수준이고,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는 2개에 지나지 않는다. 유럽의 경우와 한국의 사례가 다르기는 하지만, 과밀과 불경제의 단점에 허덕이는 도시민들이 대도시를 떠날 생각이 충만하다는 사실은, 적절한 혁신의 가능성이 주어진다면, 수요를 충족시킬 중소도시가 얼마든지 있음을 시사한다. 작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원을 동원하고 네트워크와 연계하며 작은 규모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의지와 행동이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희망차게 살펴보자면, 혁신, 지식과 문화에 대한 접근성, 역동적인 경제개발 공간과의 연계 그리고 무엇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서 소도시가 장점을 가질 수 있는 균형 성장이 강조될 수 있다.
대도시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역으로 불경제 요소와 삶의 질을 해치는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생존을 위협받는 시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쾌적함이 요구되는 시대. 우리는 어디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필요하다. 문화적인 자산, 높은 삶의 질, 행복, 쾌적함, 유연성과 발 빠른 혁신 대응능력 등 중소도시는 대도시와 비교하여 가능한 비교우위를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외형적 측정이 어려운 무형적인 자원일 경우가 많다.
그러한 요소들을 발굴하고,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며, 적은 인력이지만, 공동의 협력적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자면, 유무형의 한정된 자원과 구성요소, 협력적 장소 만들기, 이해관계자 설득의 미학,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와 거버넌스, 브랜드와 스토리텔링, 비용과 적정 예산의 고려, 투자와 적절한 타이밍, 벤치마킹을 통한 해당 지역에의 적용 등 다양하고 실제적인 주제들이 고려되어야 하고, 그를 통해 반란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도시의 생존전략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모든 게 궁금해. 뭐가 널 행복하게 하는지 (…) 세계의 평화 거대한 질서 (…) 그저 널 지킬 거야 난'. 세상은 거대한 평화와 질서를 이야기하지만, 많은 담론 속에서 우리가 실제 주목해야 할 곳은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작은 지역들이고, 소시민들은 그저 생존과 일상의 행복이라는 작은 목표에 매진하고 살고 있다. 작은 도시들의 꿈도 그러하리라.
과거로부터 내려온 역사와 자산을 토대로 지역만이 가진 차별적인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정책의 수혜대상자로서 다양한 주민, 예술가, 행정가, 상인그룹, 대학, 관광객 등 대상을 명확히 하며,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때, 크지 않지만, 소박한 성공의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더하여,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의 마련과 합의는 디지털시대 비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플랫폼의 마련과 함께, 작은 도시들에도 더 평등한 기회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도시가 가진 위치는 약자의 것이지만, 씨름에서 되치기 기술과 같이 기회를 이용한다면, 역전은 언제나 가능하다.
한국에서는 균형발전과 초광역의 논의 등과 함께 작은 도시들의 생존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문화도시, 유휴 공간, 장소 만들기 등에 집중하고. 자치분권이 강조되는 시점에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수준이 고려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관련하여 휴먼스케일이라는 개념이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얀 겔이 주장한 바와 같이 보행자가 자동차보다 우선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더 많은 보행자가 많아지면서 더 많은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건강과 참살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장점을 어떻게 현실로 실현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헤쳐 나가고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과제 설정을 통해 한발 빠르게 고민하고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를 주어질 것이다. 이는 비단 특정 국가만의 역할도 아니고, 개개인 모두가 고민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관문이다.
마라노(Marano, 2005)라는 학자는 '규모에 상관없이 가장 성공적인 도시는 그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분명한 비전이 있는 도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새로운 시대 지역과 작은 도시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통해, 작은 도시가 키워가는 큰 희망이 도시정책으로 이어지고, 작은 발걸음이 미래의 큰 도약으로 이루어지길, 다양한 중소도시의 성공사례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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