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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징병-모병 혼합제 거쳐 2026년 완전 모병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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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징병-모병 혼합제 거쳐 2026년 완전 모병제로

[정욱식 칼럼] 모병제 도입의 필요성 (하)

나는 앞선 두 편의 글을 통해 모병제 도입이 젠더 갈등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모병제는 연간 15조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징병제의 기회비용을 해소해 경제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고 '관리형 군대'에서 '전투형 군대'로 거듭나 군사적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모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국방비가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안보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모병제를 통해 군대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면 모병에 대한 우려는 씻을 수 있다.

더구나 모병제를 도입하면 여성에게도 기회가 주어져 모병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게 된다. 또 국방비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줄어드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도 가능하고 안보도 증진시킬 수 있다.

점진적인 모병제 도입 방안

필자가 제안하는 점진적인 모병제 도입은 두 단계로 나뉜다. 먼저 징병-모병 혼합제이다.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이듬해인 2023년부터 복무기간을 12개월 이내로 단축해 의무병의 비중을 점차 줄이고 군필자 가운데 지원병의 선발을 늘려가자는 것이다.

사병과 간부를 합한 총병력 규모는 2023년에는 40만 명으로 정하고 매년 1-2만 명을 감축해 2025년에는 35만 명 규모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갑작스러운 전환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완전한 모병제로 가는 토대를 닦을 수 있다.

다음으론 완전 모병제로의 이행이다. 시기적으로는 2026년부터이고 총병력 규모는 사병 15만 명과 간부 15만 명(장교 4만 명, 부사관 11만 명)을 합쳐 30만 명으로 상정한다. 사병의 근무기간은 24개월이고, 평균 연봉은 3600만 원으로 정한다.

병력수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30만 병력도 인구 대비 0.6%에 달해 OECD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 또 군인의 비전투 업무를 크게 줄이기 위해 민간인 채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30만 병력에 국방 분야에 종사하는 군무원과 공무원을 합할 경우 총 국방인력은 35-36만 명에 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모병제는 징병제에 비해 사병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아울러 무기와 장비의 첨단화·현대화·자동화·기계화·무인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병력 감축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군인의 전문성과 무기·장비의 고도화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군사적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징모 혼합제와 모병제 도입시 간부 충원 구조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들 제도를 도입하면 부사관 및 장교 일부를 복무기간을 완료하는 직업 사병 가운데 선발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병과 초급 간부 사이의 갈등을 줄이고 간부의 전문성과 숙련도를 높일 수 있다.

국방비를 줄일 수 있다

모병제로 전환하면 국방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팽배하다. 그러나 상기한 방식으로 제도를 설계하면 오히려 국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15만 명의 사병 연봉을 3600만 원으로 정할 경우 사병 전체 인건비는 5조 4000억 원이다.

반면 2026년 이후에도 징병제를 유지해 30만 명의 사병을 두고 1인당 연간 급여를 1000만 원으로 상정할 경우 인건비는 3조 원이 된다. 이에 따라 모병제로의 전환시 사병의 인건비 순 증가분은 2조 4000억 원이 된다.

그런데 2026년에 장교와 부사관을 각각 4만 명과 11만 명으로 정할 경우, 2020년에 비해 각각 약 3만 5000명과 2만명 가량을 감축할 수 있게 된다. 간부, 특히 장교가 전체 인건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러한 간부 감원은 상당한 예산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인건비를 제외한 병력유지비도 전체 국방비의 15% 안팎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병력 규모를 50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줄이면 비급여 병력유지비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2021년 국방비를 기준으로 해보면 비급여 병력유지비만도 약 4조 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병력 감축은 부대 규모의 축소, 무기와 장비 수 감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추가적인 국방비 감축도 가능해진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보면 모병제 도입에 따른 사병 인건비 증가분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국방비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모병제를 통한 군사안보와 인간안보의 균형 발전을

모병제 도입과 이에 걸맞은 국방비의 하향 조정은 다양한 이익과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모병제 도입에 따른 군사력의 '질적' 향상은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위협에도 적절한 억제 능력을 구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동시에 '양적' 감축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기여할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 및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병폐 완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리하자면, 모병제는 군사안보와 인간안보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전환기적 발상이 될 수 있다. 정치권과 군 당국이 '시기상조'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공론화와 제도 설계에 나서야 할 까닭이다.

※ 필자 신간 : <한반도 평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조건>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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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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