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 상태에 빠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단일화 협상과 관련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극적 타결 전망이 나왔으나, 3시간 후 오 후보는 반박 기자회견을 열어 "말만 수용한다 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협상 재개 요청 정도의 내용일 뿐"이라고 의미를 일축하고 나섰다.
안 후보는 19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출마선언 때부터 안철수 개인이 아닌 야권 전체가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조속한 단일화만이 유일한 방안이다. 그래서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오 후보가 요구한 단일화 방식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제게 불리하고 불합리하더라도 단일화를 조속히 이룰 수 있다면 감수하겠다"며 "오 후보 측이 제안한 안을 수용하는 만큼 실무적 부분에서도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번 주말 조사에 착수하면 월요일(22일)에는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정까지 제안했다.
안 후보와 오 후보는 당초 둘 모두 이날 오전 10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할 예정이었으나, 양측 모두 등록 일정을 연기했다. 대신 두 후보는 이날 오전 9시30분에 전격 회동을 가졌다. 오 후보 측은 "단일화 시기와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고 회동 내용을 설명했다. 이후 안 후보가 '오 후보 제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돌파구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간 안 후보와 격한 감정 대립을 빚어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도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너무 늦지 않게 응해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제안한 22일 또는 늦어도 다음 주 초에는 단일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약 3시간 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연 오 후보는 안 후보가 "말씀만 '수용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 내용이 없는 상태"라며 "특히 안 후보 측 협상팀장인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의 '백브리핑' 때문에 내용이 더 혼란스러워졌다"고 반박했다. 백브리핑 또는 백그라운드 브리핑이란 공식 기자회견 이전 또는 이후에 발표 내용의 배경(background)을 풀어 설명하는 것을 말하며, 통상 취재진과 일문일답 방식으로 이뤄진다.
오 후보는 "안 후보 기자회견과 이 사무총장 백브리핑 내용을 종합해 보면, 새롭게 협상 재개를 요청한 정도에 불과하다"며 "저희 안(案)을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어떤 안을 받아들인다는 건지 오히려 불투명해졌다"고 했다. 특히 상대측 협상대표인 이 사무총장을 겨냥해 "그 동안 그런 행태를 여러 번 해왔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오늘이 그 결정판"이라고 노골적으로 불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오 후보가 문제삼은 대목은, 이날 오전 안 후보 기자회견 후 이태규 사무총장이 '유선전화 비율은 10%로 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실무협상단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답한 대목, 그리고 여론조사 문항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대결하여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의당 안철수, 국민의힘 오세훈 두 후보 중 누가 더 경쟁력이 높다고 생각하십니까'로 정리되지 않겠느냐"고 예시를 들어 답변한 대목이다.
두 후보 측이 지난 이틀간 이어온 롤러코스터 식 협상의 경과를 보면, 먼저 지난 17일 밤 협상에서 국민의힘이 '경쟁력 조사 + 유선전화 10% 포함'이라는 협상안을 제시하자 국민의당은 '경쟁력 조사 + 무선 100%, 또는 가상대결 조사 + 유선 10%'를 역제안했고, 이후 오 후보가 18일 아침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쟁력·적합도 합산 + 유선 포함' 수정 제안을 했으나 당일 오전까지 양측 협상단이 합의를 이루지 못해 '협상 결렬' 발표가 나오게 됐다.
그러다 그 직후인 18일 정오께 안 후보가 "대의를 위해 (오 후보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오 후보가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협상 타결 전망이 나왔었지만, 안 후보의 '수용' 선언이 오해에 기초한 것이었음이 밝혀지면서 18일 오후 협상은 재개된 지 20분 만에 결렬됐다. 이에 따라 결국 후보등록 전 단일화가 무산됐고, 정차권 안팎에서는 '이미 단일화 효과가 반감된 것 아니냐'는 비판과 우려가 나오던 차에 이날 오전 안 후보의 2번째 '수용' 회견이 나왔던 것이다.
오 후보는 "안 후보가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수용했다'고 발표했는데, 그 직후에 이 사무총장 백브리핑 설명을 들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며 "저희로서는 '협상 재개 요청' 정도의 내용일 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판단이 든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그는 자신의 제안이 '경쟁력+적합도' 조사였던 점을 상기시키며 "경쟁력 부분은 (국민의당 측이) 받겠다고 했는데 적합도는 그새 어디로 사라졌느냐"고 지적하고 "유무선 비율도 (이 총장이) '협상하겠다'고 했다. 뭘 받은 게 아니다. 안 후보의 '수용' 정도가 어디까지인지가 불투명하다"고 꼬집었다.
오 후보의 기자회견은 안 후보가 '대범한 양보'를 했다는 프레임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오 후보의 회견에 대해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은 재반박 브리핑을 열어 "국민의힘은 한시라도 빨리 안 후보의 '통 큰 양보'에 화답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양측이 막판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에도 막판 타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오 후보나 안 후보 모두 선거운동 개시(25일) 전까지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야 함을 강조하고 있고, 특히 국민의당이 최종안으로 제시한 '경쟁력 조사 + 유선전화 10%'는 비록 '오세훈 안'은 아닐지언정, 지난 협상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실제로 제시했던 협상안인 것은 맞기 때문이다. 즉 이날 안 후보의 회견에 부분적으로 '양보'의 의미가 담긴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안 대변인은 지난 17일 밤 국민의힘 측 협상대표인 정양석 사무총장이 "우리 당의 입장은, 국민의당에서 요청한 경쟁력 조사는 피하지 않겠다는 것, 유선전화 비율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고 절충안으로 10% 정도라도 반영하자는 조정안을 냈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키며 "저희는 이 최종안을 가지고 '통 큰 수용'을 말한 것"이라고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설명했다. 안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 와중에 진실게임을 하자는 거냐", "3자 구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고 오 후보를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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