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인 전북 정읍의 내장사 대웅전이 고작 3개월 된 승려의 손에 잿더미로 폭삭 무너져 내렸다.
5일 오후 6시 37분께 전북 정읍시 내장사 대웅전이 거센 불길에 잠겨버렸다.
대웅전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경찰로부터 공동 접수한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13분 만인 오후 6시 50분께 관할 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화재 장소가 한식 일반 목구조 건축물인 사찰이라는 특수성과 함께 사찰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감안, 제2, 제3의 화재가 번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소방당국의 이같은 총력전에 불구하고, 불이 붙은 대웅전이 전소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버렸다. 이미 대웅전 전체에 화염이 둘러싸 접근 자체가 어려웠을 뿐 아니라, 자칫 진화를 위해 근접했다가는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목재구조의 특성상 때문이었다.
다행히 인명피해와 그나마 전라북도 유형문화재인 조선 동종을 비롯해 전라북도 기념물인 내장사지, 천연기념물인 내장산 굴거리나무 군락은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내장사 대웅전은 지난 2012년 10월 31일 발생한 화재 당시처럼 소실돼 버렸다.
대웅전을 집어삼킨 화마는 1시간 후인 이날 오후 7시 53분께 큰 불길이 잡히면서 대응1단계가 해제됐다.
소방대원들이 대웅전 화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을 당시 대웅전에 불을 지른 승려 A모(53) 씨가 현장에서 경찰의 손에 붙잡혔다.
A 씨는 체포 당시 술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3개월 전 내장사에 수행으로 하러 온 것으로 확인도 됐다.
인화성 물질을 이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된 A 씨의 구체적인 방화 동기 등은 조사중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사찰 내부 다른 승려들과의 갈등을 빚어왔고, 결국 그 갈등이 사찰에 대한 불만으로 폭발하면서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발생한 화재로 35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어렵게 다시 복원을 한 대웅전은 불만에 휩싸여 술에 취한 상태의 한 초보 승려의 손에 허망하게 그 모습을 잃게 됐다.
한편 경찰은 A 씨를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조사하고 있으며, 조사를 마치는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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