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라이제이션과 경제지리의 변동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지리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지역발전과 관련된 환경이 급속도로 바뀌어가면서, 지역의 경쟁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반 세계화의 경향이 더욱 거세지고, 인적 이동 차단으로 '지역화'의 경향성이 더욱 두드러지는 상황을 낳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한편으로는 글로벌 체인의 연결망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세계화에 대응하여 지역화 추세가 더 탄력을 받기도 하면서, 인류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연대와 교역확대의 중요성도 동시에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공급망의 지역화, 보호무역주의 기조 확산 등으로 세계화 현상이 후퇴하고 있으며, 세계화를 통해 모두가 상호 이익을 본다는 신뢰관계가 깨졌고, 제한적인 교역과 협력, 권역단위의 발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세계 경제는 코로나 바이러스 라는 악재 속에서 침체 국면으로 진입했으며, JP모건은 코로나 바이러스 의 영향을 감안한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40% 이상 줄어들고, 미국은 2분기에 경제가 14%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한바 있으며, OECD는 금번 위기로 2021년 말까지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소득 손실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양면적인 특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데, 위기가 커질수록 국가 간 협력과 연대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지리학적으로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글로벌 시장경제체제의 변화에 따라 세계 경제공간의 불균등이 심화되어가는 현상과 연관이 매우 크다.
제임스 플콘브리지, 앨리슨 후이의 <모바일 장의 발자취 : 모빌리티 연구 10년>에 따르면 연결과 흐름, 배제와 장벽들에 대한 관심은 이질적인 모빌리티가 어떤 상황으로 나타나는가 하는 경험, 참여, 거버넌스와 정치적인 체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로컬 단위의 경제활동이 결국에는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글로벌 스케일과 조응하며, 그 형태를 새로이 하면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세계화를 뜻하는 'globalization'과 지역화를 뜻하는 'localization'의 합성어) 현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나타날 것이며, 디지털경제에 기반한 다양한 경제활동이 등장할 것으로 예견된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경제지리적 전망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더믹의 발생으로 인해 세계와 지역경제, 산업발전의 환경은 매우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4차산업혁명의 기대감과 함께, 이러한 위기감의 출현은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 대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면서, 몇 가지 중요한 현상들이 관련됨을 알 수 있다. 첫째, 국가 간의 경쟁 가운데,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면서, 자국 우선주의의 분위기가 더 강화되고 다국적인 체계가 발전하리라는 점이다.
둘째, 전통적인 국가경쟁력의 평가기준이 재정의됨에 따라, 지역발전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도 고민할 의제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선진국으로 분류되었던 국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크게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 수준과 산업의 발달 정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 양적 지표에 따라 지역발전의 경쟁력을 정의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회의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지리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회복력의 요소가 지역발전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중요하게 연결된다. 잘 알려진 대로 뉴노멀로 대표되는 저성장시대가 계속되면서 기술 혁신과 지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지역 회복력(regional resilience) 및 사회 응집력 강화 등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하였다(1).
셋째, 전 세계적인 봉쇄조치, 이동제한, 생산중단으로 인한 국가간 물동량 감소 등으로 인해 야기된 글로벌 밸류체인(GVC)의 쇠퇴는 다양한 국제적 경제활동의 변화를 낳게 되는데, 소위, 지역밸류체인 (RVC)으로의 방향 전환, 미국의 위상 약화, 약소국의 쇠퇴, 뉴노멀에 기초한 경제 성장 저조 등 다양한 형태로 그 파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견된다.
넷째,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5G 네트워크' 기반 4차 산업혁명은 경제공간의 변화도 주도할 것으로 예견된다. 재택근무 활대에 따라 원격교육, 원격의료, 원격회의와 관련한 수요가 증대하고,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용량이 늘어나고, 잘 인지하는 바와 같이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 및 대학의 전면 온라인 강의가 현실화되었다.
미래, 코로나 바이러스, 경제지리
세계의 경제가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음에 따라, 국가의 역할은 축소되고, 도시 및 지역의 공간적 역할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지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팬데믹과 함께 경제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지역별로 더욱 증가함에 따라, 초유의 사태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발전 방향을 상정해보아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의 상황 변화, 전통적 국가경쟁력 기준의 변화와 회복력의 중요성 증가, 글로벌 밸류체인의 변화에 따른 지역밸류체인의 강조와 리쇼어링 기회의 활용, 연관된 신성장동력산업 육성의 기획, 비대면 서비스 수요 급증과 디지털 경제 발전에 따른 새로운 공간 질서와 협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국가와 지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경제지리적으로 타진해보고, 핵심이슈의 선정, 추동요소의 발굴, 시나리오의 작성과 대응전략의 수립 등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많은 제약이 있겠지만, 오히려 제약은 기회로 재탄생될 수 있다.
팬데믹은 제3세계 국가들이 닮고자 했던 이른바 서양의 '선진국'들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리고 있다. 실제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서 벗어나 신흥국들이 시장에 적극 참여함에 따라 세계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도 등장하고 있다.
장 폴 로드리그 미국 호프스트라대 교수 (경제지리학)는 지난 4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신뢰자산, 기술력, 글로벌 경제지형의 변화 등에 따라 산업발전과 기업유치에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는 한국의 경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글로벌 환경의 변화와 격변하는 언택트 환경에 맞추어, 비대면 기반 다양한 산업의 육성 등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공간을 기반으로 한 글로컬라이제이션의 문제와 경제지리적 시각의 융합적인 고려가 매우 중요한 이유이다.
□ 필자 주석
(1) 하수정·남기찬·민성희·전성제·박종순, 2014,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지역 회복력 진단과 활용 방안연구, 국토연구원; Martin, R., P. Sunley, B. Gardiner, and P. Tyler, 2016, How regions react to recessions: resilience and the role of economic structure, Regional Studies 50(4): 561-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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