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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복수노조가 활용되는 방법

[복수노조 제도 10년 ⑧] 민현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노무사

2011년 7월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됐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복수노조가 있을 시 일차적으로 과반수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고 소수노조와의 교섭 여부는 회사가 정하게 하는 제도다.

제도가 이와 같다면, 회사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노조를 과반수노조로 만들려는 생각을 갖기 마련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노조가 소수노조가 되면 '소수노조와 교섭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의사 표시로 해당 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상 속 가정이 아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시행 10년을 돌아보면, 삼성, 유성기업 등에서 실제로 위와 같은 일이 발생해왔다. 소수·미조직 노동자의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복수노조 제도가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제약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결합해 왜곡된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5월 회사 입맛에 따라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할 수 있게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9월부터는 헌법재판소 앞 1인 시위도 매일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일터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민주노조'를 어떻게 억압하는지, 왜 폐기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민주노총의 법률적 검토 및 주장, 현장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싣는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운영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수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의 상징이 되어버린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에는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아래 3개의 자회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결성한 노동조합은 몇 개일까요? 놀랍게도 인천국제공항에는 현재 10개의 노동조합이 운영되고 있습니다(인천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설립 취소 결정을 받은 인천공항보안검색서비스노조 포함).

노동조합의 설립은 헌법상 기본권이며, 노조법상 복수노조의 설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는 그 이상의 노동조합도 존재할 수 있고 다양한 노동자의 요구안을 수용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그리 이상적인 상황만은 아닙니다. 자회사 소속 정규직화, 그리고 그 자회사조차도 3개로 쪼개지는 과정에 이처럼 여러 노동조합이 난립하여있다는 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된 교섭대표노조

본격적인 정규직 전환 절차에 앞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9월 인천공항운영관리라는 임시법인을 설립하였습니다. 2017년 말로 예정되어있던 제2여객터미널의 개항을 준비하고자 하는 목적 외에도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설립된 것이기도 합니다. 이는 임시법인의 이름에서도 드러날 뿐만 아니라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 방문했을 당시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1만 명 정규직화를 약속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합니다.

이후 2017년 12월 정규직 전환을 위한 1기 노사전 합의체는 2개의 별도 자회사 설립과 자회사 전환 방식의 정규직화에 합의하였습니다. 여기서 2개의 별도 자회사는 각각 공항운영업무와 시설·시스템 유지관리업무를 나누어 담당하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이미 설립된 임시법인이 존재했기 때문에 하나의 자회사를 추가로 설립한 뒤 담당 업무를 이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입김이 개입되게 됩니다. 애초 전망은 임시법인 인천공항운영관리는 이름 그대로 현재의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자회사가 되고, 시설관리를 담당할 자회사를 새로이 설립해 해당 업무를 이관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될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임시법인 인천공항운영관리의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고, 시설 자회사를 새로이 설립할 경우 예상되는 교섭대표노동조합 역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될 것으로 보이자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계획을 변경합니다.

처음 계획과 달리 임시법인은 사명을 변경해 인천공항시설관리 자회사가 되었고,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자회사가 새로이 설립되게 됩니다. 2019년 4월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자회사는 기존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마무리되면 해당 업무에 종사하였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업무를 진행하였습니다. 그 사이 한국노총 연합노련 소속 인천공항노동조합이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자회사의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었습니다.

2개의 자회사 모두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는 것을 우려한 나머지 임시법인의 사명을 변경하면서까지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자회사를 새로이 설립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직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얼마든지 사용자의 입맛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합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를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조와 소수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고스란히 받는다는 점입니다. 용역업체와 계약이 만료되는 순서대로 전환이 이루어지다 보니 인천공항운영서비스 자회사의 전환은 2020년 6월이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미화를 담당하는 노동자 사이에서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된 시기가 일정하지 않고 이전에 소속된 용역업체가 어디인지에 따라 다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인천공항운영서비스와 인천공항노동조합 사이의 2020년 임금협약은 2020년 4월 이후 전환된 미화 노동자들은 이전에 전환된 미화 노동자들보다 실질 임금인상액이 적도록 체결되었습니다. 임금인상액에 있어 차이를 둘 합리적 사유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전환 시기별로 차등이 되도록 임금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공정대표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개별교섭제도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용되는 카트를 운영 및 관리하는 노동자들은 (주)에이씨에스라는 용역업체 소속입니다. 김포공항 등 국내 다른 공항에서 근무하는 카트 노동자들은 모두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이 되는 등 정규직이 되었지만 유독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카트 노동자들만 여전히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카트 노동자들은 2019년 11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주)에이씨에스에 교섭요구 및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개시합니다. 그 사이 설립된 한국노총 연합노련 인천공항노동조합 역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게 되었고, (주)에이씨에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 노조와 개별교섭을 선택합니다.

이후 이루어진 개별교섭은 두 노조 모두에 동등한 과정과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하였습니다. 한국노총 연합노련 인천공항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을 체결한 반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는 등 여러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섭요구 당시 조합원 수가 2배 이상 많아 충분히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될 수 있었지만 사용자의 일방적인 개별교섭 선택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공항 이용객이 감소하자 (주)에이씨에스의 부당노동행위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하였습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유급휴직에 반대한 적이 전혀 없음에도 (주)에이씨에스는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유급휴직 신청만 승인하였습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노동조합 탈퇴서를 작성해야만 유급휴직을 갈 수 있게 되어 80명에 가까웠던 조합원 수는 현재 41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주)에이씨에스의 개별교섭 선택은 복수노조 상태에서의 모든 노조를 평등하게 대우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노조만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되면 해당 노조와 사용자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조와 조합원들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공정대표의무가 사용자의 일방적인 개별교섭 동의로 무력화되었습니다.

정규직 전환이 마무리되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2020년 7월 인천공항경비 자회사가 세 번째로 설립이 되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인데, 인천공항경비 자회사에는 노동조합이 5개입니다.(인천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설립 취소 결정을 받은 인천공항보안검색서비스노조 포함) 앞서 밝혔듯 노동조합이 많다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지만 한국노총 아래의 3개 노조는 용역업체 소속에 따라 설립이 되어 용역업체 시절의 관행들을 답습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이는 자회사를 통합해 운영해나가야 할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장에서도 분명 부담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부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용자 편의주의적인 관점에서 선택했던 지난날의 전철을 밟지 않고 카트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이루어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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