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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제조업 지구, 이대로 둘 것인가?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서울시 제조업의 마지막 보루, 서울온수산업단지

서울온수산업단지는 영등포기계공업협회가 주도하여 조성된 제1호 민간공업단지이다. 2019년 4분기 기준 현재 서울 내 유일한 기계산업 및 뿌리산업 중심의 제조업 지구로, 225개 업체가 입주하고 있으며 1970명이 종사하고 있다.

도심의 기계공장을 집단화, 협동화, 전문화하여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1971년 준공됐던 이곳은 1980년대 중반까지 수도권의 기계 및 뿌리산업 중심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 이후 쇠퇴와 성장을 반복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지속적인 침체 경향을 보이고 있다.

▲ 서울온수산업단지 전경 ⓒ구로구청

같은 서울, 다른 산업단지

서울에는 3곳의 산업단지가 지정되어 있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마곡일반산업단지, 그리고 서울온수산업단지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마곡일반산업단지는 IT와 연구개발 부문의 비제조업 기업들이 다수 입주하고 있으며 지식산업센터 중심의 산업경관이 나타난다. 특히, 2008년 조성되기 시작한 마곡일반산업단지는 서울온수산업단지와 같은 일반산업단지로, 2019년 4분기 기준 150개 업체의 3만 1072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림 1>과 같이 두 곳의 산업단지 입주업체 당 종사자수를 비교하면, 마곡은 2018년까지 서울온수와 비슷한 11명으로 집계되었으나, 2019년 입주업체당 207명으로 급증하였다. 이는 대기업의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된 결과다.

반면, 서울온수는 업체당 9명으로 집계되어 마곡보다 서울온수의 기업규모가 매우 영세하며 시기별 편차가 적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같은 서울 하늘 아래 두 곳의 일반산업단지를 비교했을 때, 기계, 전자, 뿌리 산업 중심의 영세기업들의 제조업 산업단지보다 IT, 연구개발 중심의 비제조업 산업단지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 산업단지별 입주업체당 종사자 수 비교(2014∼2019). 마곡일반산업단지는 2008년부터 조성된 산업단지로, 2016년부터 입주업체 데이터가 발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전국 산업단지 통계, 입주업체 기준으로 필자 작성)

두 얼굴의 서울온수산업단지

서울온수산업단지는 민간이 소유한 부지에 조성되면서 서울시 구로구와 경기도 부천시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행정구역에 따라 도시계획 기준이 상이하게 적용되었던 50년 동안 서울온수산업단지의 서울권역과 부천권역은 서로 다른 산업 경관을 갖게 되었다.

서울권역은 계속되는 도시계획 규제로 인해 산업경관의 변화가 나타났다. 1971년 7월, 서울시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시가지 확산 방지를 위해 지정된 풍치지구(風致)와 1990년 5월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되면서 공장의 건폐율과 용적률에 제한이 가해졌다. 또한, 2005년 시계경관지구(구 풍치지구)가 해제된 후 2008년 서울온수산업단지 특별계획구역에 적용된 '건축물의 신축 불가 및 증·개축은 심의 후 결정'이라는 규제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도시계획기준과 규제 변화가 반복되었던 서울권역과는 달리, 부천권역은 1971년 준공 이후부터 도시계획 기준에 있어서 특별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고 민간 기업들의 자율적인 개발사업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러한 두 권역의 제도적 차이는 산업과 공간의 측면에서 차별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림 2>는 서울온수산업단지 권역별 특성인 서울형과 부천형 산업 경관을 비교한 자료다. 먼저, 두 권역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기계산업과 뿌리산업이 중심이 되며 입주기업이 점차 성장하면서 약 고용 30인, 연 매출 100억 이상으로 성장하는 경우 서울온수산업단지 외부로 이전하는 특성이 나타난다.

그러나 공간과 산업 부문에서는 권역별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권역은 공장건축물의 증·개축이 거의 불가능해지면서 공장확충이 필요한 기업들은 산업단지 외부로 이전하였고, 기업이 빠져나간 공장에는 서울시 내에서 이전해 온 기계 및 뿌리산업의 영세기업들이 입주하게 되었다. 이를 소필지화라고 명명하는데, 이는 큰 공장을 소규모로 분할하여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서울온수산업단지는 기계 및 뿌리산업의 관련 영세업자들이 지속적으로 집적, 입주하게 되는 외형적 특징을 보이고 있으며, 그 원인에는 서울의 유일한 기계 및 뿌리산업 제조업 지구라는 특성에 기인함으로 추측한다.

이와는 반대로, 부천권역은 공장의 건축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면서 2층 이상의 다층공장과 지식산업센터가 건립되었다. 또한 물리적 경관 뿐 아니라, 공장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IT, 화장품, 완구, 식품 등의 업종이 새로 입주하게 되었고, 기존 특화산업인 기계산업 이외에도 다양한 업종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서울온수산업단지라는 하나의 산업단지로 출발한 이곳은 행정구역별로 상이한 도시계획 기준과 규제로 인해 두 얼굴을 가진 산업단지로 변해가는 중이다.

▲ 그림 2. 서울온수산업단지의 두 얼굴 : 권역별 산업경관의 변화. 현재의 지식산업센터와 같은 경관이 부천권역의 전형은 아니며, 이는 부분적 재생의 결과임을 밝힌다. (정혜윤, 2020, '서울온수산업단지의 재생 거버넌스', 2020년 12월 12일 한국경제지리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서울온수산업단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가?

서울시 유일한 제조업 지구인 서울온수산업단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임은 틀림없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정책방향과 수단은 다양하다. 첫째, 마곡일반산업단지와 같이 서울온수산업단지를 IT와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전면적인 재개발을 시행할 수 있다.

둘째, 부분적인 건물 재생으로 서울디지털산업단지와 서울온수산업단지의 부천권역과 같이 지식산업센터, 신축공장 건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앞선 부천권역도 물리적 경관이 변화하면서 산업단지 이미지 개선 뿐 아니라, 업종 전환 및 다양화를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정책들은 토지소유주 결정에 따라 입주기업이 내몰리는 현상 즉,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 발생하여 그들의 생존을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서울온수산업단지의 지원정책은 물리적 경관이 아닌, 입주기업의 자생력 향상에 초점을 둔 산업여건 개선과 스마트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계 및 뿌리산업 영세한 기업들은 생산 정보 관리 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이 아직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계 및 뿌리산업 영세기업의 스마트 공장화를 서울시 차원에서 추진하고 스마트 인프라 구축과 기술교육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도심 제조업지구에서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생산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함으로써 입주기업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물리적 경관도 개선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즉, 산업공간의 정의에 입각하여 산업단지 입주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계 및 뿌리산업의 스마트화, 영세 제조업체의 질적 고도화를 통해 서울형 제조업 지구의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이라는 지역이 보유한 다양한 자원을 활용하여 마지막으로 남은 제조업 지구인 서울온수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자생능력이 향상된다면 도심 속 기계 및 뿌리산업단지의 존속과 도시의 산업기반은 자연스럽게 확보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물리적 경관 개선에 초점을 둔 정부 지원정책으로 산업기반을 잃은 경험이 있다. 약 10년 전, 청계천 경관 개선을 위해 가든파이브 공구관으로 이전하였던 청계천 기계공구업체들의 일부는 다시 청계천으로 돌아왔다. 물리적 경관 개선에 초점을 둔 정부의 공간 및 산업 정책이 결국 기업들의 생명줄을 끊어낸 것이다.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하는 일이 없도록, 기업의 자생능력 향상에 초점을 둔 지원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 필자 소개 : 정혜윤 강사는 현재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지리교육과 강사로 재직 중이며, 산업단지와 산업입지, 지역산업, 국가균형발전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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