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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윤석열 손 들어줬다…'직무 배제 효력 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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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윤석열 손 들어줬다…'직무 배제 효력 정지'

업무 복귀 윤석열 "공직자로서 법치주의 지키기 위해 최선 다할 것"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면서 한 '직무 배제' 조치에 대해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됐다. 검찰총장 직무를 다시 수행할 수 있게 된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바로 대검 청사로 출근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추 장관의 '직무 배제' 조치 효력을 중지시켰다. 법원은 전날 양측의 주장을 듣고 심리한 끝에, 다음날 오후에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 등 대한민국 법 체계는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제기·수행 업무에 관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고, 막중한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와 공소제기·유지 권한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검찰청이 소속된 법무부의 장관으로부터도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법원은 "그런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래서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임기를 보장했다"고 검찰총장 임기제의 취지를 설명했다.

법원은 "따라서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 질서 수호와 인권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선언하고 "(법무부는 재령권에 속한다고 하지만) 검찰총장의 지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 및 그 지휘감독권의 성격에 비춰볼 때 그 직무집행 정지 권한 행사의 대상이 검찰총장인 경우 그 재량권 행사는 더욱 예외적으로, 또한 보다 엄격한 요건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히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그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위 규정(검사징계법8조2항)이 피신청인(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권으로까지 전횡되지 않도록 그 필요성이 더욱 엄격하게 숙고돼야" 하지만 "신청인의 직무집행정지가 지속될 경우 사실상 신청인을 해임하는 것과 같은 결과에 이르는 바, 그런 결과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결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또한 "적어도 신청인에 대한 직무배제는 징계절차에서 이 사건 징계사유에 관해 신청인에게 방어권이 부여되는 등의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심리된 뒤에 이뤄지는 것이 합당하다"고도 했다. 결정문에서는 "부당한 정치권력", "전횡" 등의 표현이 눈길을 끌었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이 언론사주와의 회동, 재판부 사찰 등의 비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그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조치를 한다고 발표했고, 윤 총장은 이에 반발해 같은달 25일 가처분 격인 집행정지 신청을, 그 이튿날 정식 행정소송을 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될 본안 소송 결과보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결정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으로 예측해 왔다. 법원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윤 총장은 한숨을 돌린 반면 추 장관과 법무부는 체면을 구기게 됐다.

법원 결정은 오는 2일 예정된 법무부 징계위원회 심의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다. 법무부 감찰위원회 또한 이날 3시간이 넘는 회의를 한 끝에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배제 등 조치는 모두 부적정했다는 결론을 냈다.

서울행정법원과 법무부 자문기구인 감찰위에서 연이어 비슷한 취지의 결정이 나오면서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여온 추 장관으로서는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됐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의결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여론도 부정적인 가운데 정부·법조계 내에서도 고립되는 양상이다.

설사 추 장관이 주도해 윤 총장에 대해 해임 등 중징계를 의결한다고 해도 윤 총장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고 재차 징계처분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CBS 방송은 이날 윤 총장 측 인사가 "윤 총장은 위법한 처사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법무부가 중징계를 의결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더라도, 아무런 얘기 없이 서명만 한다면 그걸 대통령의 의사 표시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 직후 이날 오후 5시 10분께 대검 청사로 출근했다. 그는 "업무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신속한 결정을 내려준 사법부에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 공직자로서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결기를 드러냈다.

이날 앞서 윤 총장 측은 법무부가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징계위 심의 기일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내기도 했다. 이 역시 '물러서지 않겠다'는 윤 총장의 심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추 장관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를 잇달아 독대하면서 정치권 일각의 '추-윤 동반퇴진'설이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법무부는 추 장관이 대통령·총리에게 "상황 보고"를 했을 뿐 "사퇴 관련 논의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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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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