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동반 사퇴 방안 건의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정의 블랙홀이 된 '추윤 갈등'에 대한 출구 모색이지만, 정 총리가 전면에 서서 윤 총장의 사퇴를 전제로 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총리가 요즘 이상하다"며 "공문서 444건을 심야에 파기해 수사받고 있던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칭찬·포상한 일도 너무 이상하지만, (어제는) '윤 총장의 자진사퇴가 불가피하다'고 했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주 원내대표는 "'자진사퇴'는 '스스로 그만두는 것'인데, 총리가 그 말을 한 것은 그 자체로 앞뒤가 안맞는 형용모순"이라며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을 가진 총리가, 대다수 국민이 잘못됐다는 추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를 해야지 (그러지 않고) 제대로 법대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윤 총장에게 자진 사퇴하라는 것은 해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정 총리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주례회동을 하며 윤 총장의 자진사퇴를 제안했다. 추미애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법무-검찰 갈등이 국정운영에 부담이 크다는 점도 거론함으로써 사실상 윤 총장의 선(先) 자진사퇴 후(後) 추 장관 교체론을 결부한 것으로 보인다.
정 총리와의 회동 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검찰의 반발을 겨냥한 듯 "소속 부처나 집단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야 한다"고 말해 '윤석열 우선 사퇴론'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사냥이 끝나니 윤 총장을 팽(烹)하려는 듯하다"며 "정 총리의 이런 잘못된 행태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이 일 또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한 번 제대로 체크받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주 원내대표는 윤 총장이 낸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다루고 있는 법원을 향해서는 "가처분에 대한 판단은 법치주의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판가름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현명한 판단을 촉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한편 "지난달 26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 모 초선 의원이 (법사위) 행정실에서 통화하면서 '판사들이 움직여야 한다', '아니면 판사 출신 변호사들이라도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검찰의 '재판부 분석' 서류가 위법이 안 될 듯하니 '판사들이 사찰받았다'고 떠들고 일어나라고 사주하는 통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 총장의 직무정지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판사 사찰'로 프레임을 옮기려는 공작을 시도한 것"이라며 "이제 막 국회에 들어온 초선 의원이 어디서 이런 잘못된 방법을 배웠는지 한심하다. 누가 시킨 건지, 혼자한 건지 국민 앞에 진상을 밝히고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 소속 최강욱 의원이 법사위로 사보임된 데 대해, 최 의원이 조국 전 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의혹 피고인인 동시에 윤 총장 장모를 직접 고발한 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사보임) 허가 하루 전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해충돌방지법을 냈는데 이런 이율배반적인 일이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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