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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 접경지역, 첨단 산업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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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막다른 골목 접경지역, 첨단 산업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

[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첨단산업 지역을 향한 접경지역의 경제지리적 유산

'접경지역을 첨단산업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은 매우 과도한 집착 내지는 로망(roman)일 수 있다. 그러나 접경지역이 놓인 경제지리적 토대를 고려한다면 그다지 과도하지도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접경지역은 '지리적'으로 볼 때, 군인들과 국방기술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의 '최전방(첨단)' 지역이다. 이를 평화기술('국방기술'을 민간 기업에게 이전시키는 기술을 '평화기술'로 명명)을 통해서 평화적 첨단산업지역으로 전환시켜 보자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과거에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였던 9개의 DMZ가 있고,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16개의 DMZ가 있다. DMZ를 안고 살아가는 국가들의 목록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러한 사실이 우리나라 DMZ를 빠른 미래에 역사적 과거로 만들기 위해서, 우리나라 접경지역을 세계 평화기술의 요람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접경지역이 세계적 차원에서 전쟁과 갈등으로 찌든 DMZ들을 평화적으로 포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의 첨단산업이 국방기술로부터 성장했듯이, 우리나라 국방기술도 민간 기업들에게 보다 활발한 기술이전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 그 우선 대상지역은 그 동안 상대적 박탈감이 가장 컸던 접경지역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접경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기술 상용화 지수가 가장 높은 수도권과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통해서 남북 교류‧협력의 시너지를 경험한 강원도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은 남과 북은 하나가 아니라 남과 북은 '하나가 된 3개'(대한민국 선수단, 북한 선수단, 남북 단일팀)라는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경로 중 하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즉, 이는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효율적인' 규모의 경제에 기초하여 단일화된 챔피언만을 육성하기 보다는 한 국가의 다양한 챔피언들이 다양한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지역 발전 방식도 이와 마찬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그리고 왜 접경지역의 첨단산업화를 주장해야 하는가?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주민과 군인들

정부가 실행하고 있는 국방개혁 2.0은 접경지역의 주민들과 이에 상주하고 있는 군인들을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게 했다. 군부대 축소 또는 폐지로 이어지는 국방개혁 2.0은 접경지역 중 인구 소멸이 심각한 지역들에게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고, 퇴직했거나 퇴직을 앞둔 군인들에게는 두려운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어려움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의 현장인터뷰에 의하면, 이러한 정책이 실행되기 이전에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했던 몇 가지 사실들이 있었다. 우선 국방부 유관 기관들은 국방기술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기 위한 사업들을 점진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었다. 다만 그 타깃이 접경지역이 아니었을 뿐이다. 참고로 국방기술은 상용화 수준이 높고, 기술 자체가 명료해서 민간 기업이 활용할 경우, 기술 이전에 따른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다음으로 접경지역의 지자체, 특히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는 지역들은 농업이나 관광업에 치우쳐 있는데, 지역의 성장 동력을 만들기에는 이미 지쳐있다. 예를 들면, 수박으로 유명하다는 지역은 우리나라에 너무나도 많아서 접경지역의 수박이 특별히 유명하다고 자랑할 수도 없는 처지다. 이는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자신이 최상품의 '한우' 생산 지역이라고 주장하는 상황과도 같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유명한 관광지는 너무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신산업과 신기술에 육성에 초점을 둔 접경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것이다. 막다른 골목에서 만난 이들을 중심으로 접경지역 첨단산업화의 추진 동력을 구상해 보자.

국방기술을 평화기술로 전환시키기 위한 민‧군‧관 협력형 혁신체제 구축하기

<그림 1>은 필자의 조사를 통해서 기획한 내용으로, 국방기술을 민간 기업에게 이전시키는 평화기술로 전환했을 때의 효과다. 2개의 접경지역(강원도 양구군과 경기도 연천군), 1개의 대학(강원대학교 산학협력단) 및 혁신지원기관(강원테크노파크), 국방기술 지원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국방기술을 민간 기업 또는 창업기업에게 이전할 경우 5년 동안 최소한 기술이전 30건, 창업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업 신설이 30건 정도 발생한다.

즉, 2개의 접경지역에 신기술 기반 성장 동력이 60개가 창출되어 혁신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하나의 혁신 클러스터가 성장하려면 약 20∼30년이 소요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한다면, 5년에 이러한 성과가 거양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무 기반도 없는 접경지역에 어떻게 신기술을 이전할 것이며, 창업을 유도할 것인가?

▲ <그림 1> 국방기술을 평화기술로 전환하기

<그림 2>는 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먼저 국방기술 이전을 중개할 중간조직이 필요하다. 이는 지역별 대학교 산학협력단, 혁신지원기관 등 다양한 전담기관과 협력기관으로 구성된다. 이 기관들은 성공적 기술이전을 위한 중간 조직이며, 국방기술 관련 유관기관에서 공급한 기술들은 중간 조직에서 접경지역의 군인 또는 주민과 함께 보육하여, 최종 상용화 연도인 5년 이내에 접경지역으로 이전한다.

이를 위해 국방기술 관련 유관기관, 중간 조직, 접경지역의 각 혁신 주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이 수반된다. 학술적으로 명명하자면, 접경지역에서 기술혁신, 산업혁신, 사회혁신, 교육혁신, 공간혁신이 만나는 것이다. 중간 조직을 통한 기술이전 유형은 전‧현직 군인 또는 지역주민 창업, 접경지역 내 기업, 접경지역 외 기업 등 5가지로 구분된다.

▲ 그림 2. 접경지역을 첨단산업 지역으로 만들기

이 과정에서 초광역 차원의 지역 간 협력도 요구된다. 이는 기술 공급처가 소재한 대전, 기술이전 성과 창출 지역인 접경지역 전체, 방위산업 기반이 튼실한 창원 간 협력을 의미한다. 이른바 세계에서 유일하게 평화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초광역적 협력체계 구축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러한 초광역적 협력은 각 지역의 특정 혁신 장소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게 되면서 장소기반형 혁신체제(place-based innovation system)를 구축하게 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실현시키는 일이다. 필자는 지금이 경제지리학적 리더십의 발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임을 다음 문구와 같이 강조한다.

일이 제대로 되려면 하늘이 때를 내려야 하는 천시(天時)와, 주변 상황이 잘 돌아가야 하는 지리(地理), 사람의 마음을 합하는 인화(人和)가 이루어져야 한다.(조환익, 2016, 조환익의 전력투구, RHK, p.232.)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리더는 첫째, 인재가 모일 수 있도록 천시(天時)를 만들어야 하고, 둘째, 이로 인해 땅이 유익하게 공유될 수 있도록 정의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하고, 셋째, 주변 상황이 잘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경제지리를 창출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각기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하나가 되는 인화(人和)를 창조해야 한다.(정성훈, 2020, 대추나무골의 변화: 경제지리학적 리더십을 중심으로, 강원대학교 교육혁신원 강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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