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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숭상하고 돈이 지배하는 미국, 언제까지 따라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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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숭상하고 돈이 지배하는 미국, 언제까지 따라할 건가"

[인터뷰]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②

조 바이든이 지난 7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선언을 했다. 이틀 뒤 바이든은 대통령직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1호 지시로 코로나 대응팀을 창설하고 코로나 대응과 함께 경기 회복, 인종 평등, 기후변화를 4대 국정 과제로 발표했다. '방역 실패, 경기하강, 인종불평등, 기후변화'를 부정한 트럼프의 주장을 뒤집는 행보다.

도널드 트럼프의 몰락과 바이든의 집권이 확실해 보이는 이 때 그 다음을 걱정하는 이들은 몇 가지 의문을 꺼내든다. 코로나로 미국이 겪은 어려움은 온전히 트럼프의 탓이었을까. 바이든의 미국과 트럼프의 미국은 다를까.

미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출간한 책 <아메리칸 엔드 게임>의 저자인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도 그 중 한 명이다.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해 김 교수의 책에서 읽어낼 수 있는 답은 다음과 같다.

트럼프가 방역에 실패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이 코로나로 겪은 어려움의 기저에는 민간 중심 의료체계와 불평등을 켜켜이 누적시켜온 대기업, 월가, 사모펀드 중심 경제체계가 있다.

코로나19에 걸려 2주간 격리된 환자에게 병원비 7300만 원을 청구하는 나라에 제대로 된 팬데믹 대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소상공인을 위한 코로나 구제금융마저 대기업이 채가는 나라에서 서민을 위한 경제위기 대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정치가 미국 의료나 경제의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제한 없는 슈퍼팩(SUPER PAC)을 통해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는 부자들이 미국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억만장자를 공격하는 버니 샌더스가 미 민주당 경선에서 번번이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바이든도 대기업, 월가, 사모펀드와 같은 기득권 세력의 낙점을 받은 후보일 뿐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이고 바이든이 부통령이던 2012년 미 연방주택기업감독청은 사모펀드의 압류 단독주택 대량매집을 허용하며 부동산이 돈 놓고 돈 먹기의 장이 되는 길을 열었다.

따라서 아주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바이든 당선 이후 미국 사회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미 대선 개표가 한창이던 지난 6일, <프레시안>이 '아메리칸 나이트메어(American Nightmare)'를 전망하며 미국 사회에 필요한 건 표면적 정권 교체가 아닌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한 근본적 개혁이이라고 말하는 김 교수를 만났다. 그에게 미국사회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전망,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향을 물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바로가기 : 김광기 교수 인터뷰 1편 "바이든의 미국, 트럼프의 미국과 다르지 않을 것"

▲아메리칸 엔드게임 ⓒ현암사

프레시안 : 월가와 사모펀드를 위시한 금융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있나?

김광기 : 버니 샌더스 외에는 없었다. 파산법 전공한 엘리자베스 워런을 좋게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델라웨어주의 조세 회피처에 대해 말 한마디 없다. 댈러웨어주를 건드리면 샌더스처럼 떨어진다.

프레시안 : 오카시오 코르테스 등 민주당 소장파가 헤게모니를 잡는 일은 없을까?

김광기 : 샌더스를 보면 그건 안 될 것 같다. 금권 세력에 포섭되거나 밀려나거나 둘 중 하나다.

프레시안 :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정치인은 살아남을 수 없고, 어디가 넘으면 안 되는 선인 줄 아는 '똑똑한' 얼굴마담이 선택된다는 이야기다.

김광기 :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진보고 공화당이 보수라면서 한쪽 편드는 건 웃기는 이야기다.

프레시안 : <아메리칸 엔드게임>에서 조지 플로이드 시위를 다루면서는 인종 차별을 넘어 불평등에서 비롯된 시위라고 썼다.

김광기 : 미국에서 어떤 문제가 끓어오르면 인종 문제가 터져 나온다. 그러면 기저에 있는 불평등 문제는 왜소화되고 찌그러진다. 조지 플로이드 시위에서도 불평등 문제는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프레시안 : 인종 문제가 부각되며 불평등 문제가 은폐됐다는 이야기다.

김광기 : 물론 인종 간 계급 문제, 인종 간 불평등 문제는 있다. 그런데 백인 중에도 피폐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도 아주 많다. 그런데 흑인과 백인을 적대 진영으로 만들어 양분하면, 주적인 금권 엘리트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가난한 흑인과 가난한 백인이 서로 싸우게 돼버린다.

▲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불평등이 세습사회로 이어져 아메리칸 드림은 사라졌다"

프레시안 : 불평등이 심화하면 결국 세습사회로 가는 거 아닌가.

깅광기 :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게 내 몸뚱아리 하나 갖고 열심히 일하면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거였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사는 건 당연한 거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회가 중산층이 두텁고 바람직한 사회다. 그래야 부의 대물림, 세습이 없다.

미 건국자들이 이야기한 게 그런 사회였다. 미 건국 당시에 유럽, 특히 영국은 세습사회였다. 미 건국자들이 그걸 혁파하겠다고 했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나 막스 베버 같은 당대의 유럽 지식인들이 미국에 오면 놀랐다. 미국은 정말 유럽 국가와 다르고,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 때만 해도 미국 건국자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있는 사회였는데도 그랬다.

지금 미국은 부모의 부가 없으면 안 되는 사회, 학벌 없으면 안 되는 사회가 됐다. 예전에는 고등학교만 나와도 기술 갖고 열심히 일하면 집 갖고 차 갖고 살았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 대학을 나와야 하는데 그것도 아이비리그에서 나와야 한다. 아이비리그에서 대학 나오면 월가에 간다. 월가에 가면 사모펀드 같은 돈 놓고 돈 먹기 해서 돈방석에 앉은 다음 20대에 은퇴한다.

금융이 세지고 월가가 세지고 사모펀드가 세진 반면 제조업은 붕괴했다. 서민들은 주식 못한다. 지금 미국에서 한국 돈으로 50만 원 있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반이 안 된다고 한다. 생활을 위한 여윳돈도 없는 거다. 그러니 보통 사람은 재산을 쌓을 수가 없다.

프레시안 : 한 마디로 요약하면 미국이 '돈이 지배하고 돈을 숭상하는 사회가 됐다'는 말이다.

김광기 : 공평한 기회가 있는 나라였는데 지금은 돈 놓고 돈 먹기인 금융이 모든 걸 장악하면서 돈 있는 사람 쪽으로 기울어진 사회가 됐다. 아래에서 시작한 사람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미국 대학 입시도 문제가 많다. 표준적인 시험 하나를 보는 게 아니라 다면평가를 한다며 제도를 복잡하게 만들어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뒷구멍, 옆 구멍이 늘었다,

'504 플랜'이라는 게 있다. 정신과에서 학습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에게 교실 맨 앞자리나 시험 볼 때 개인공간과 추가시간 부여 같은 편의를 주는 제도다. 그런데 서민들은 이 제도 자체를 모른다. 또 정신과에서 학습장애 판정을 받으려면 7000~ 1만 달러가 든다. 결국 약자의 기회를 넓히려던 제도가 부유층을 위한 제도가 돼버렸다. 실제로도 부유한 학군에서 504 플랜을 적용받는 학생 비율이 높다.

이뿐이 아니다. 2019년에는 학부모에게 돈을 받은 뒤 서류를 조작하거나 일류대학 입시 관계자에게 뇌물을 주는 식으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761건의 입시 부정을 저지른 윌리엄 싱어라는 입시 브로커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국도 수시나 특목고 같은 걸 만들어서 미국과 비슷하게 돈 있는 사람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 걱정이다.

프레시안 : 학벌사회를 말했는데 미국 대학 학자금 부담은 한국보다도 크다더라.

김광기 : 원래 미국 학비가 비쌌는데 80년대 이래 두 세배는 올랐다. 2018년에 미국 사립대 한 학기 평균 대학 등록금이 3만 5000달러 정도였다. 그 사이에 소득이 줄면 줄었지 늘지 않았다. 서민들이 어떻게 대학 보내겠나. 대출 얻어서 들어가면 학자금을 평생 갚아야 한다. 그런데 직장이 튼튼하지도 않고 사업을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한국도 대학 학비가 크게 올랐다. 큰일이다.

프레시안 : 세대별로 보면, 흔히 80년대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삶이 어려운 것 같다.

김광기 : 금수저 이야기가 한국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예전에 미국인들은 고등학교 졸업하면 독립했다. 요새는 못한다. 집값이 오르니 두 세대가 같이 살고 세 세대가 같이 산다. 불평등이 이렇게 심해지면 아이들이 뭘 할 수가 없다. 꿈도 없어진다.

프레시안 : 말씀하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정치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미국 정치는 금권 엘리트의 포로가 됐다. 정치와 관련해 선거제도를 고쳐 직선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양당이 정략적인 이유로 고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광기 : 선거제도 개혁은 안 할 거다. 대학입시와 마찬가지다. 복잡하면 불투명하고 불투명해야 수작을 부릴 수 있다.

지금 미국 양 진영이 '모든 표를 세라(Count every vote)'와 '법적 표를 세라(Count legal vote)'는 걸로 대립한다. 지지부진하게 이야기가 안 되며 갈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를 믿는 건 아니지만, 선거가 지나도 우편투표를 받는다는 것도 그렇고, 우편투표를 하겠다고 했는데 직접 오지 않은 사람의 표가 나타나든지 하는 걸 보면 문제가 있다. 개표도 상상 이상으로 오래 걸린다. 이런 식이면 제도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의 나라 미국이 세습사회가 되어가면서 자수성가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현암사

"배우지 말아야 할 사모펀드는 배우고, 배워야 할 부동산 보유세는 안 배운다"

프레시안 : 미국이 패권국가고 세계 지도 국가라는데 금권 엘리트가 모든 걸 장악한 사회가 됐다. 바이든이 이걸 고칠 것 같진 않다. 체제에 대한 불만이 심해지며 미국 내부 분열도 심해지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김광기 :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나쁜 점은 받아들이지 말아야 하는데 나쁜 점만 받아들인다.

프레시안 : 사모펀드가 떠오른다. 지금 라임이나 옵티머스가 문제가 되고 있다.

김광기 : 미국에 유학 간 돈 있는 집 자제나 재벌 3세, 4세 이런 사람들이 돈 놓고 돈 먹기를 배워왔다. 한국에서도 그런 걸 할 거다. 막아야 한다. 또 한국의 부정한 큰 손들이 그 쪽으로 분명히 이미 향했을 거다. 돈 냄새 맡는 데는 귀신들이니까.

게다가 라임이나 옵티머스에는 사기 성격까지 있다니 더 문제다. 실물경제에 돈을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놓고 안 했다. 공공기관에도 투자한다고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공공기관의 돈도 무슨 수를 썼는지 끌어들였다. 뭔가 쿰쿰한 냄새가 난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개혁적 정부 같지만 사모펀드 같은 문제에는 제대로 대응하는 것 같지 않다.

김광기 : 맞는 것 같다. 검찰 특별수사부를 해체하긴 해야 한다. 그런데 사모펀드가 하는 일을 막으려면 증권수사합동수사부가 필요한데 그걸 제일 먼저 없앴다. 사모펀드 대응은 검사 한 명이 할 수 없다. 환매 중단 사태 터진 게 라임과 옵티머스 두 개만이 아니다. 20개가 넘는다.

박근혜 정부 때 규제가 완화되며 사모펀드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 건 사실인데 문재인 정부 때 더 풀어줬다. 대표적인 게 사모펀드 개인 최소 투자한도다. 박근혜 정부 때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낮춘 걸 문재인 정부 들어서 없애버렸다. 이러면 서민들 돈까지 사모펀드로 들어간다. 피해도 본다.

프레시안 : 앞으로의 영향도 걱정이다.

김광기 : 한국에서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를 시중 은행이 팔면서 제대로 설명 안 했다. 보통 사람들은 은행원이 좋은 상품 있다고 하고 안전하다고 하면 별 의심 없이 돈 넣는다, 애초에 은행이 이런 상품을 팔면 안 된다.

은행이 제대로 설명을 안 했으니 펀드 환매가 중단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돈을 돌려주는데 이게 한 두건이 아니다. 사실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람 중에는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한 사람뿐 아니라 고위험 고수익 책임을 진 사람도 있는데 다 환매해준다. 나중에 어떻게 되겠나. 은행이 돈 없다며 배 째라는 식으로 나오면 세금이 들어갈 거다.

라임이나 옵티머스 같은 사모펀드가 빼돌린 돈이 어디로 가있을 거냐도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파나마나 델라웨어주 같은 조세회피처의 페이퍼컴퍼니에 있을지도 모른다.

프레시안 :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할 것 같다.

김광기 : 보통 사람들은 사모펀드가 뭔지 잘 모른다. 작년 조국 사태 때에야 사모펀드라는 말이 널리 퍼졌다. 저도 책 쓰기 전까지는 몰랐다.

미국 사회를 들여다보려고 자료를 찾다 보니 자꾸 사모펀드라는 말이 나온다. 사모펀드가 뭐지 했는데 위성 월가였다. 미국 금권 엘리트가 진화해서 더 편하게 돈 놓고 돈 먹기를 하려다 사모펀드가 됐다.

미국에서는 부동산과 관련해서도 사모펀드에 규제를 다 풀어줬다. 돈도 대줬다. 일반인은 주택 산다고 해도 대출 안 해주는데 사모펀드에는 해줬다. 일반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미국은 사모펀드가 장악한 세상이 돼버렸다.

한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강남의 아파트 한 동을 사모펀드가 샀다가 철회한 일도 있었다. 앞으로 미국 같이 되는 걸 막으려면 사모펀드를 규제해야 한다.

프레시안 : 사모펀드 같은 걸 보면, 미국식 경제 모델을 따라 할 게 아니다.

김광기 : 금권 정치, 금융화(돈 놓고 돈 먹기), 사모펀드 이런 건 따라가면 안 된다.

프레시안 : 미국에 비판적 시각 갖고 서민들이 고생하는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여전히 많은 사람이 미국을 닮아야 한다고 한다.

김광기 : 정작 닮아야 할 건 안 닮는다. 부동산에 붙는 보유세(Property tax, 혹은 재산세)같이 미국이 그나마 잘하는 건 안 배운다. 미국이 원래 부동산 투기 지역은 있어도 2000년대 초반 이전에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붐이 이는 나라는 아니었다. 부동산 보유세 때문이었다. 보유세율이 높으면 집값 상승이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도 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미국 부동산 보유세 평균이 1.8%다. 제일 낮은 곳이 하와이인데 0.24%다. 한국 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이 2018년 기준 0.16%다.

한국도 부동산 거품이 한 번에 꺼지면 나라 경제가 휘청하니 그렇게는 못할 거다. 그래도 진즉 종부세 같은 보유세율을 1가구 1주택까지 포함해 조금씩 올려서 향후 몇 년 안에 몇 퍼센트까지 올리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줬다면 부동산 폭등은 안 났을 거다. 그랬으면 징벌적 과세라는 논란도 안 생겼을 거다.

부동산 같은 데서 비롯되는 불평등 문제는 정말 해결해야 한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명화 몇천 점 갖는 건 상관없다. 그런데 집은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이 가지면 안 된다. 보통 사람에게 그림은 필요 없지만 집은 필수적이다. 집 문제에는 평등이나 공정함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시스템이 그렇게 안 돼 있다.

▲ 2018년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미국에서 부동산 보유세가 가장 낮은 하와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0.16%다. ⓒ현암사

"쇠퇴하는 미국, 불안한 중국, 한국적인 길이 필요하지만..."

프레시안 : 한국이 미국을 인식하는 통로는 제도권 언론과 대학이다. 한국 언론이 접하는 미국 교포라고 해도 대체로 잘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잘 살고 진보적인, 이른바 블루스테이트의 미국이다. 반만 보고 있는 거다. 농민이나 하층 노동자들이 고통 겪으면서 사는 건 모른다. 미국 민주주의가 금권세력에 좌우되며 일반 서민 삶이 피폐해졌다는 건 잘 안 알려진다. 어떻게 해야 할까.

김광기 : <뉴욕타임스>, <CNN> 다 진보라고 하는데 기득권 세력의 포로가 돼 있다. 그런 매체가 내보내는 걸 전체라고 보고 그대로 베끼는 건 문제가 있다. 현실적으로 미국을 받아들일 통로가 그뿐이라면 가려낼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제가 말하는 걸 다 진리라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미국을 볼 때 가능한 많은 자료를 뒤져보고 크로스체크를 한다, 미국을 제대로 보려면 양 진영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사실을 끄집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쉽지 않다. 언어적 문제도 있고 기자들이 제대로 보도하려고 해도 공부할 시간이 있겠나.

프레시안 : 미국 제도권 언론이나 관료, 지식인, 중산층. 이런 사람들은 트럼프가 떨어지고 바이든이 되면서 미국이 정상이 됐다고 할 거다.

김광기 : 대대적으로 그렇게 이야기할 거다. 한국 언론도 그들의 생각을 그대로 받아들이니 바이든이 되는 게 좋은 일이라고 쓸 거다.

프레시안 : 앞으로 미국이 어떻게 될까. 바이든이 근본적 개혁은 못 할 것 같은데.

김광기 : 미국의 상황은 앞으로 더 나빠질 거 같다. 개혁할 방법이 안 보인다. 법인세 인상이나 이런 일이 되겠나. 다른 나라는 패권국가인 미국을 따라가기 마련인데 어느 순간 이 체제가 무너지면 상상 이상의 일이 벌어질 거 같다. 그런데 지금 부상하는 중국은 미국보다도 더 믿기 어렵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하면 좋겠다. 한국이 모델국가가 되면 좋겠다. 한국적 기준(Korea Standard)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 촛불에 무임승차한 문재인 정부가 그런 일을 해야 하는데 사모펀드나 부동산 문제를 보면 힘들 것 같다.

결국 불평등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불평등이 심해지면 보통의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삶을 꾸리며 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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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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