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전(全)당원 투표 결과를 통해 공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발표 내용이지만, 당원 투표에서 '공천하지 말라'는 결론이 나올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보선은 비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유고로 인해, 부산시장 보선은 역시 성추행 파문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함으로 인해 치러진다. 두 전직 시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민주당 당헌은 자당 소속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치러지는 재보선에는 후보를 내지 말라고 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자를 낼 것인지에 대해 저는 당 안팎의 의견을 들어 늦기 전에 책임있게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 있다. 그 결정의 시기가 왔다"면서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다. 그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만 "저희 당헌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서울과 부산은 저희 당 소속 시장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됐다. 당헌에 따르면 두 곳 보선에 저희 당은 후보를 내기 어렵다"는 점은 솔직히 인정했다.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선을 치르게한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려분께 거듭 사과드린다"면서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를 드린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그런 규정을 도입한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유권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들었다"면서 "오전 최고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하는 길을 열 수 있는 당헌개정 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부쳐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결단은 전당원투표 결과에 따라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보선 후보를 낼지 당원 여러분께 여쭙게 된 데 대해서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저의 고뇌와 충정을 받아 주시고, 투표에 참여해 최선의 선택을 해 달라"고 당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대표의 이날 결정에 따라, 민주당은 그간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아 온 4월 보선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헌 개정 전당원투표는 이번 주말 동안 시행된다고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밝혔다.
이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를 열어 이같은 방향의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지난 8.29 전당대회 당시 '보선 후보를 낼 것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구체적인 결정은 연말쯤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즉답을 피해 왔다.
대표로 당선된 이후 지난 9월 23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자리에서도 그는 "후보를 낼 것인지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그 이후에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어떤 것이 책임 있는 처신인가가 중요한 고민"이라고 했었다.
민주당 당헌 96조 '재보궐선거에 대한 특례'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 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는 시장 비서실에서 일한 직원이 당시 현직 시장이었던 그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지 하루 만이었다. 피해자는 같은달 13일, 2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한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비서로 일한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성추행이 이뤄졌다고 폭로했다.
오 전 시장은 총선 직후인 지난 4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강제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으며, 민주당은 같은달 27일 윤리심판원 결정으로 "사안이 중차대하다"(임채균 윤리심판원장)며 오 전 시장을 제명했다. 같은날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는 "놀랍고 참담하다"며 "당 대표로서 사과드린다"고 했고, 민주당 부산시당도 "시장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건에 연루된 데 대해 책임 있는 공당의 일원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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