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부산시장 무공천 논란에 대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다만 이 경우에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는 사정을 국민들께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설명드리고 사죄하며 당원의 총의로 규정을 개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지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서울시장 부산시장 공천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과 제 입장에 대한 오보들이 있다"며 서울·부산 시장 공천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국민에게 한 약속, 더구나 집권여당이 당규로 명시하여 한 약속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고 원칙을 강조하면서 "서울시장 유고를 계기로 '중대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경우 공천하지 않는다'는 민주당 당규를 이유로 국민과 언론의 공천에 관심과 논의가 크다. 저 역시 이에 대한 의견이 없을 수가 없다"고 거듭 말했다.
민주당 당헌(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 지사는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는 생물이고 현실이다.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적 현실 감각을 가져야 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도 그런 의미일 것"이라면서 당이 처한 현실과 당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저 역시 대의와 명분을 중시하지만 현실 속 정치인"이자 "좌파나 우파, 보수나 진보의 이념에 갇힌 원리주의자가 아닌 철저한 실용주의자이고 또 정치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며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 공당의 대국민 약속이자 자기 약속인 무공천을 어기는 것이 불가피하다면 어겨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석고대죄 수준의 대국민 사과와 당규 개정(당원 의견 수렴)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마지막으로, 저는 서울·부산 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 어떤 현상에 대한 의견을 가지는 것과 이를 관철하기 위한 주장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의견이 있지만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려고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의사는 없다. 그것은 당원 의견 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생방송 중 관련 질문을 받고,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한다. 우리가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에는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놓지 않았느냐"며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해찬 대표는 전날 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이 지사가 저렇게 말해버리면 일주일 내내 시끄러울 것이다. 지금 저렇게 모두 답변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이와 관련해 "저의 이상과 현실에 대한 전체 답변 중 이상에 대한 발언만 떼어 제 실제 의사와 다르게 보도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에 덧붙여 "다만, 어떤 국민도 민주당의 약속 위반을 질책할 수 있지만 대국민 거짓말과 약속 위반을 밥 먹듯이 하던 분들의 비난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야권의 공세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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