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 규모가 심각한 수준으로 커진 프랑스가 결국 전국 봉쇄라는 극단적 길을 택했다.
2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달 30일 0시부터 최소 12월 1일까지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식당과 술집 등의 비필수 사업장이 전부 문을 닫게 된다. 사업 여건이 되는 회사에는 재택 근무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 기간 모든 프랑스 거주자는 생필품 구입, 출근, 집 근처 산책, 병원 방문, 자녀 등교 동반 등의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외출이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매 외출 시마다 이동증명서를 소지해야만 한다.
다만 1차 봉쇄 때와는 달리, 2차 봉쇄 중에도 유치원~고등학교와 노인요양시설, 공공 서비스 기관은 계속 문을 연다. 보건 수칙 준수를 전제로 공장과 농장 운영도 유지된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지난 3월부터 5월말까지 시행한 1차 봉쇄 이후 5개월여 만에 2차 봉쇄에 들어가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가장 비관적인 예측마저 빗나갔을 정도로 프랑스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며 "그간 우리가 내린 조치는 파도에 대응하기에 불충분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또한 "프랑스는 집단면역의 길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게 한다면(집단면역을 채택한다면) 무려 40만 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쇄가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마크롱 대통령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의 가용 중환자 병상은 5800여개로 중환자 수용 능력이 태부족하며, 이를 1만 개로 늘려야만 한다. 중환자 병상 확충까지 봉쇄를 통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만 사망 건수를 낮츨 수 있다.
현재 프랑스의 중환자 수는 3036명으로 중환자 병상의 절반 이상이 채워졌으며,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11월 중순 중환자 규모가 9000명대로 늘어나 의료 붕괴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마크롱 대통령은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2차 봉쇄 목표를 설명했다. 봉쇄령 조치에 따라 (바이러스 잠복기를 고려해) 그 효과가 확인될 2주 후 상황이 호전된다면 규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으며, 봉쇄 조치의 주요 목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를 5000명 대로 낮추는 것이라고 대통령은 밝혔다.
이는 여름 휴가 시즌 들어 인구 이동이 증가할 때만 하더라도 '제2의 봉쇄는 없을 것'이라던 당초 프랑스 정부 입장과 상반된다.
지난 7월 8일 장 카스텍스 프랑스 총리는 "시민의 일상과 경제·사회활동 유지"가 앞으로 프랑스의 목표라며 "재확산이 오더라도 지난 3월의 전국 봉쇄령을 내리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봉쇄 조치가 프랑스 경제와 시민 생활에 미치는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유럽연합(EU)에서 2차 대유행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강화되는 가운데, 특히 프랑스 전역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바이러스가 번지면서 일상과 방역의 균형을 유지하겠다는 당초 프랑스의 목표는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국제 통계 사이트 월도미터(worldometer)와 프랑스 보건부에 따르면 프랑스의 이날 현재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23만5132명이며 누적 사망자 수는 3만5785명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규모는 3만6437명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는 미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누적 피해가 큰 국가가 됐다.
하계 시즌만 하더라도 유럽의 1차 유행이 가라앉고 추운 계절에 접어든 남반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누적 피해 규모 순위에서 상대적으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다시금 유럽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일부 국가가 또 다시 피해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스페인이 매일 2만 명에 가까운 신규 확진자로 인해 누적 피해 규모 6위국이 됐다. 스페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19만4681명이다. 영국(94만2275명)이 9위, 이탈리아(58만9766명)가 13위, 독일(47만9621명)이 피해 규모 16위다. 이들 국가에서도 매일 2만 명을 넘나드는 새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다.
하루 8만 명의 새 확진자가 보고되는 미국, 5만 명에 가까운 새 확진자가 보고되는 인도를 제외하면 유럽 주요 국가의 하루 피해 규모가 브라질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 외에도 유럽 주요국이 강경한 대책에 나서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도 다음 달 2일부터 한 달간 식당, 술집, 영화관 등 여가시설을 폐쇄하는 부분 봉쇄 조치를 결정했다. 역시 코로나19 통제력을 급속도로 상실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야간 통행금지, 식당과 주점 영업 시간 단축 등의 부분 통제 조치를 선택했다.
그러나 유럽 대부분 국가가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조치를 반대하는 시민의 시위로 인해 또 다른 어려움에 처했다. 유럽 주요국에서는 정부의 통제력 강화가 시민 경제 활동에 지나친 타격을 가하는 데다, 민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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