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세계 70여개국이 앞서 밝힌 탄소중립 목표 선언 대열에 한국도 참여했다.
하지만 구체적 목표치 설정이 부족해 정부 의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국제 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이란 배출하는 온실가스량과 제거하는 온실가스량을 동일하게 맞춰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러 사회단체에서는 이를 '넷제로'로 부르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보다 구체적으로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의 친환경 시설 교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및 기반 인프라 투자 확대,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 지원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전환에 2조4000억 원, 전기·수소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에 4조3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올해 말로 예정된 2030년 국가감축기여(NDC)와 2050년 저탄소발전전략(LEDS)의 유엔(UN) 제출에 탄소중립 목표안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7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으나, 탄소중립 선언은 당시 담기지 않았다. 녹색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구호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핵심인 석탄 발전 구조조정안이 담기지 않아 '무늬만 녹색'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다를 바 없는 구호'라는 비판이 크게 일어난 배경이다.
한국에 앞서 중국과 일본을 포함한 세계 70여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바 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여러나라 등은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감축 계획서까지 유엔에 제출한 상태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 시기는 매우 늦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의지 부족을 우려한 듯,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그간 국내외에서도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이어진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7일 국회 기후위기그린뉴딜연구회와 더불어민주당 미래전환K뉴딜위원회 그린뉴딜분과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탄소중립 선언을 촉구한 바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 달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들은 "국제에너지기구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장 많이 투자되는 에너지는 전체 에너지 투자의 66%인 재생에너지인 반면, (한국 정부가 여전히 크게 의존하는) 석탄 화력은 12%, 원자력은 8%에 불과하다"며 "녹색산업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라고 전환 의지를 촉구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어제(26일) 2050 탄소배출 제로를 선언했고 지난 9월에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 1위인 중국도 206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며 "한국 정부도 화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 가능하다.
환경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후 일제히 논평을 냈다. 일단 환영의 뜻을 보였으나 더 구체적인 의지를 정부가 정책으로 보여야 한다고 환경단체들은 촉구했다.
그린피스는 "문 대통령의 선언을 적극 환영한다"면서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성명문에서 "현재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 선언과 반대로) 석탄발전이 2050년 이후까지 지속되고, 내연기관차 퇴출 시점 논의 역시 부족하다"며 "빠른 시일 내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해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과 수송, 건물 등 다양한 분야의 로드맵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030년 이전에는 탈석탄과 탈내연기관을 완료할 계획이 제시돼야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2050년에 한국이 온실가스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 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기후솔루션도 이날 문 대통령의 발표를 일견 환영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했다고 강조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이번 문 대통령의 선언을 두고 "(이미) 파리협정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달성해야만 하는 목표"였으며 "그간 과학자들과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요구한 것"에 대한 응답으로 해석했다.
김 대표는 구체적으로 "현재 매우 느슨하게 설정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대폭 강화하는 게 필수"라며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즉시 중단하고, 기존 석탄발전소도 급속히 줄여나가며, 국내외 석탄사업 금융지원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정부가 밝힌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는 5억3600만 톤이다. 기후 분석 전문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는 한국의 목표가 '매우 불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4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이 같은 감축 목표안을 두고 "그린뉴딜 정책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만들어 감축 의지를 국제사회에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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