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양육비를 안 주고 아이도 외면한 '배드파더'가 감치 기로에 놓이자, 밀린 양육비 4500만 원을 한 번에 지급했다.
양육비 미지급자 박OO(38) 씨는 2012년 12월부터 매달 60만 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약 8년간 무시했다. 2020년 10월 기준, 그가 미지급한 양육비는 총 5500만 원이다.
양육비 미지급자 박 씨는 지난 1월,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기 위해 찾아간 전 부인 강하나(가명, 38)와 기자를 폭행해 논란이 된 인물이다. 그는 사건 당일 전 부인을 시장과 길거리에서 구타하고, 취재기자의 새끼손가락을 골절시켰다.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은 박 씨를 공동상해, 상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10월 20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가정법원은 21일 오후 2시 양육비 ‘이행의무위반’ 혐의로 박 씨의 감치 재판을 진행했다. 박 씨는 미지급 양육비 총 5500만 원 중 4500만 원을 우선 지급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어겨 감치 재판을 받게 됐다.
감치명령은 국내에서 양육비 지급 명령을 어겼을 때 집행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제다. 감치는 최대 30일까지 유치장이나 교도소 등에 양육비 채무자를 가두는 제도다. 법원은 감치를 위해 법원직원, 경찰 등을 동원해 법정에서 즉시 채무자를 구속할 수 있다.
법원은 당일 재판이 진행되기 앞서, 박 씨의 감치 집행을 결정하고 집행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심문기일에 나타나지 않았던 박 씨는 이례적으로 이날 재판에 출석했다.
피고 박 씨는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재판장을 향해 호소했다.
재판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피고 박 씨는 재판장에게 다시 호소했다.
재판장은 박 씨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다.
놀란 박 씨는 재판부에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말하며, 법정 밖으로 나와 누군가와 통화를 나눴다. 이후 박 씨는 재판부에 양육비 4500만 원 일시 지급을 약속했다. 그는 약속 후 30여분 만에 양육자 강 씨에게 양육비 4500만 원을 지급했다.
양육자 강 씨가 이 돈을 받기까지는 8년이 걸렸다. 강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양육비를 8년 동안 받지 못했지만, 끝까지 싸우니까 결국 받아낼 수 있었다"면서 "감치를 앞두고 한 번에 수천 만 원을 지급하는 걸 보면 경제적 능력이 충분하면서, 왜 8년을 기다리게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최근 사회적으로 양육비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재판부도 양육비 이행 소송에 적극적으로 임해주는 듯하다"며 "감치 결정이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강력한 압박이 된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2019년 8월 이후 박 씨가 미지급한 양육비에 대해서도 이행명령 소송을 즉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판이 끝난 후 박 씨는 법정 앞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는 강 씨에게 소리를 지르며 "미친X", "씨XX" 등의 욕설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강 씨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후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안 주는 '나쁜 부모'의 얼굴과 신상(이름, 주소, 나이 등)을 공개하는 온라인 사이트다. 박 씨의 신상도 <배드파더스>에 공개됐다.
박 씨는 작년 10월경 <배드파더스> 사이트 자원봉사자 구본창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월 <배드파더스> 신상공개는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며 구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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