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27일 313명(서울 154, 인천 59, 경기 100명)을 기록해 300명을 처음으로 넘었다.
전국적으로 441명(국내 발생 434명, 해외 유입 7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신천지예수교회 발 대구·경북의 집단감염이 심각했던 지난 3월 7일(483명) 이후 약 170여 일 만에 처음으로 일일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었다.
2차 대유행이 본격화한 가운데,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번 대유행의 핵심 원인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광화문 집회임을 분명히 했다.
권 부본부장은 "악수도 하지 말아 달라"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철저히 준수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3월 이후 신규 확진자 처음 400명 넘어
27일 방대본 정례 브리핑에서 방대본은 사실상 이번 수도권 발 집단 감염이 2차 대유행임을 확인했다.
권 부본부장은 "지난 3월 7일 이후 신규 확진자가 400명을 넘은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사랑제일교회와 서울 도심 집회의 최장 잠복기인 14일이 다 돼 가고,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취해진 지도 열흘이 넘었음에도 확진자 발생 수치가 억제되거나, 정체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일단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집회를 통한 대규모 감염의) 증폭 이후 지역적으로 워낙 광범위한 전파가 이뤄진 정황이 있고, 연결고리가 매우 다양한 데다, 하절기 휴가나 여행 등으로 인한 이동을 통한 접촉으로 지역 사회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광범위하게 번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날에는 전체 확진자의 33.2%(일일 기준)가 감염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는 깜깜이 환자로 분류됐고, 최근 2주간 깜깜이 환자 비율도 19.4%에 이르러 상황 호전에의 전망을 어둡게 했다. 정확한 추적 조사에 어려움을 야기하는 지역 내 전파가 지속됨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 2차 감염이 인구 밀집도가 가장 큰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올해 봄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감염자들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전국적 대유행이 일어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지난 14일 일일 확진자 수가 최근 들어 처음 세 자릿수를 기록한 후 14일 연속 세 자릿수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은 비수도권에서도 121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병상 확보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미 과거 대구와 경북에서 발생한 의료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서울에서 확인된 17번째 사망자인 86세 A씨(여성, 기저질환자)는 지난 24일 사망한 상태로 응급실에 도착했으며, 사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달 들어 서울에서 코로나19로 인한 6번째 사망자다.
해당 환자 소식은 최초 '입원 대기 중 사망'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방대본이 후송 전 사망한 것으로 정정했다.
권 부본부장은 "이번 대유행은 (청년층이 많았던) 과거 대구경북의 집단 감염 사례나 이태원 집단 감염 사례와 달리 고위험군인 고령자가 많다"며 "특히 65세 이상 기저질환자들은 사실상 폐쇄에 가까운 수준으로 외출을 삼가달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라도 잘 지켜달라"
권 부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준수'를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이제 거리두기 3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청에 대해 "2단계라도 철저히 지키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권 부본부장은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2단계 준수도 방역당국의 기대만큼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권 부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는 것보다) 2단계 조치도 제대로 이행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비대면 예배를 여러 차례 홍보했음에도 서울 도심 집회(광화문 집회) 이후 곧바로 대면 예배가 이뤄져 대규모 전파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부본부장은 "특히 일부 지자체에서는 종교시설의 20% 이상에서 거리두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보고됐다"고 개탄했다.
권 부본부장이 지적한 사례는 광주광역시 성림침례교회 집단 감염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24일 이후 총 31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역학조사 결과, 광복절 집회에 참석한 확진자가 바로 다음 날인 16일 두 차례, 19일 한 차례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이 교회의 예배에 참석했음이 확인됐다. 이 사이인 18일 해당 확진자는 임상 증상이 발현됐다.
광복절 집회가 핵심 클러스터로 작용한 가운데, 제대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곳에서 감염된 이가 지표환자가 된 새로운 클러스터가 발생한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의 국민 참여 수준이 과거 대구·경북의 집단 감염 당시 참여도보다 크게 떨어졌다. 이날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휴대폰 이동량, 카드매출 자료, 대중교통 이용량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19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이후 첫 주말인 지난 22일과 23일 사이 이동량이 직전 주말 대비 약 16.9%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구·경북의 집단 감염 당시 국민의 이동량이 40% 수준으로 급감했던 것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고 복지부는 전했다.
"사랑제일교회-광복절 집회가 2차 대유행 원인"
권 부본부장은 한편 이날 브리핑 중 "(방대본 입장이 아닌) 방대본 부본부장 (개인) 입장"임을 전제하고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가 이번 대유행의 핵심 원인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번 수도권 집단 감염을 두고 그간 일각에서는 사랑제일교회 등이 아닌, 여름 휴가철 사람 간 접촉이 핵심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는 '정부가 여름 휴가를 장려해 집단 감염의 핵심 원인을 제공했고, 사랑제일교회와 광복절 집회는 그 여파를 맞은 것'이라는 정부 비판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에 관해 권 부본부장은 두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권 부본부장은 "우선 '조용한 전파'는 (정부의 여름 휴가 권고가 나온) 이달 초 시작한 게 아니라, 이미 (이태원 집단 감염이 발생한) 5월 초순 이후 지역 사회에서 계속 이어졌다"며 "다만 그것이 어떤 계기로 증폭되느냐가 매우 중요한데, 발생 규모나 시기로 볼 때 사랑제일교회와 서울 도심 집회가 핵심 원인"이라고 말했다.
권 부본부장은 이어 "아울러 지금 저희 방역당국이 크게 겪는 애로사항은 분열, (방역에 대한) 저항, (가짜뉴스로 대표되는) 부정확한 주장"이라며 "이 문제가 (사랑제일교회, 광복절 집회 참가자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유행을 조금 더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고 (진압의 속도를) 늦추는 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권 부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철저 준수를 여러 차례에 걸쳐 당부했다.
그는 "지금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철저히 지키는 것만이 코로나19 상승속도를 늦추고 추가 악화를 막을 최후의 방안"이라며 "지금 코로나19 방역이 무너진다면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분야도 더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권 부본부장은 "다시 한 번 감염 위험 상황에 노출된 분들(사랑제일교회 관계자, 광복절 집회 참가자)께 신속한 검사와 격리를 촉구한다"며 "조치가 늦어지는 만큼 접촉자가 더 늘어나고 발병 규모는 더 커진다. 고위험 환자와 어르신들의 생명과 안전이 위험해지고, 전국의 경제적 피해, 의료시스템 마비 등 모든 피해를 우리 공동체 전체가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권 부본부장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일상을 살아야 한다며 그 예시로 "어디서든지 올바르게 마스크 착용하기, 쉴 새 없이 손씻기, 약속을 잡지 않기 등을 이행하는 것만이 공동체를 위한 행동"이라며 "이제 악수하는 행동도 과거의 행동이므로 잊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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